[인권왓 칼럼] (8)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제주대안교육협의회 등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이 18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밖 청소년' 교육재난지원금 배제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대안교육협의회 등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이 18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밖 청소년' 교육재난지원금 배제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5월 19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제주도교육청의 추경요청을 수정 가결했다. 11일 교육희망지원금을 학생들에게 지급하겠다는 제주도교육청의 결정은 환영받았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제외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배제와 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온라인 및 영상 수업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참여시키면서도 정작 예산이 집행되는 항목에 있어서는 그들을 배제한 것이다. 청소년 단체들의 항의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여론이 악화하면서 교육청과 도교육위원회가 떠밀리듯이 겨우 학교 밖 청소년들을 포함시켰다. 이 '더하기' 결정 이전에 알아본 바로, 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더하자는 이야기에 꽤 완고했다고 한다. 결국, 도민들의 여론이 빼기가 아닌 더하기로 상황을 바로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중앙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재난지원금 지급의 경우에도 도민들에 대한 차등 지급을 실시하고 있다. 당파적 견해라는 비판은 하고 싶지 않다. 제주도의 빼기식 제주재난긴급생활지원금이 유치한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른 판단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하지만 전 국민 지급 여부를 놓고, 그 알량한 재정 권한을 지키려고 했던 기획재정부의 데자뷔가 제주도정에서도 느껴진다. 제주도민들이면 누구나 긴급한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긴급한 재난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재산 규모를 측정하면서 ‘넌 안되고, 넌 되고’라는 잣대를 들이밀면서 차등적으로 구제를 하는 것은 사실 어떠한 면에서는 차별과 배제를 조장하는 것이다.

재산이 있는 사람들을 재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로 규정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다는 말은 겉으로는 그럴싸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회의 불평등, 차별과 배제를 조장하며 공동체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된다. 평시 재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세금 걷을 때는 이것저것 항목을 붙여 세금을 부가적으로 더 걷어가면서, 정작 재난 상황이라는 전 사회적 위기에서는 그 사람들의 권리인 재난 상황에서 지원받을 권리를 빼버린다면 과연 그런 행정 권력은 정당한 권력이 될까? 더구나 재산이 많다고 세금을 더 많이 낼 의무를 지켰는데, 재난 상황에서도 그 재산을 이유로 또다시 희생의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되고 만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 사회적인 재난 상황에서 그들의 권리는 언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일까?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반면, 재산이 없는 사람들에게 차등적 지급은 어떠한 의미가 될까? 이 사회에서 돌봐줘야만 생존할 수 있는 불쌍한 존재들이 되고 만다. 사회적 배려라고 하지만 애처로운 동정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나마도 기초생활보장 급여수급세대는 제외한다. 공직자도 뺀다. 가능한 한 돈을 아끼기 위해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빼고 또 뺀다.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 지원받을 권리를 보장받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약간은 불쌍한 사람이 되어 권리 보장이라기보다는 특혜를 받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에 나와 있듯이 모든 사람, 단 한 사람도 빼는 법 없이,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의 보편적 권리 보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이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동등하게 권리 보장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빼기가 아닌 가능한 한 더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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