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헌재 의견제출 요구에 분명히 답해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교육의원 존폐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누구나 말로는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정작 총대를 메는 이는 없어 매번 논의가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관련, 헌재의 의견 제출 요구에 도의회가 어떤 의견을 낼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3선거)를 앞둔 2018년 3월14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손유원 의원이 모처럼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선거라는게 참신한 인물을 뽑는 의미가 있는데, 무더기 무투표 당선이 현실화한다면 존속 여부를 포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교육의원을 폐지해야 할지 말지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취지였다. 

손 의원의 예상은 석달 뒤 현실화됐다. 5개 선거구 가운데 4개 선거구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특히 1개 선거구는 같은 인물이 2회 연속 무투표로 당선됐다.

이처럼 교육의원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제도 개선을 위해 누구 하나 총대를 메는 이가 없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용기있는 쥐’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방울을 드는 순간, 반대편의 타깃이 될게 뻔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손 의원의 소신 발언도 마음을 비웠기에 가능했다. 당시 손 의원은 불출마를 결심한 상태였다. 

10여일 뒤 같은 위원회 소속 박원철 의원도 교육의원 선출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제주의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출마 자격, ‘깜깜이 선거’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톤은 살얼음을 밟듯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 인터뷰가 나가면 저는 교육계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거다.”

결국 박 의원의 주장은 교육의원 제도는 유지하되 선출방식에 변화를 주자는 것으로 귀결됐다.  

교육의원 존폐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4년을 주기로 논란이 재연됐다. 처음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에 출발은 창대했으나, 매번 용두사미로 끝났다. 박 의원 조차 인터뷰에서 “시기가 지나면 또 사그라들고, 4년 후면 또 반복되고, 그렇다보니 자꾸 졸속 결정이 이뤄진다”고 비생산성을 꼬집었다.

가깝게는 2017년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지만 손을 대지 못했다. 논쟁의 끝자리에는 ‘제주특별법 개정 사항이어서…(어려웠다)’라는 옹색한 변명이 남았다. 교육의원을 비롯한 제주도의원 정수는 제주특별법에 규정돼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었으나, 그간의 논의를 무위로 돌리는 무책임한 말이었다. ‘권한 밖’ 타령을 할 바에는 애초 논의를 시작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교육의원 존폐 논란은 2012년에도 있었다. 제주도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인 감사위원회가 ‘교육감 자격요건 완화 및 교육의원 제도 폐지’와 관련, 제주특별법 개정 여부를 공론에 부치도록 주문했으나 교육계 반대에 부딪쳤다. 여파는 이듬해 획정위 활동에까지 미쳤다. 획정위가 활동을 종료하며 “현행 유지”를 선언하기까지 제주도와 도교육청, 도의회 어느 기관도 존폐에 대해 이렇다할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들(교장 출신)만의 리그’, 다양한 교육주체의 접근 봉쇄, 교육감으로 가는 징검다리, 묻지마 투표,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딱 한번(2010년) 선출하고는 2014년 6월30일로 일몰된 다른 지방의 사례는 굳이 그 이유를 들먹이지 않겠다. 이미 민심의 추는 기울었다. 

2019년 1월 [제주의소리] 설문조사 결과가 지역 정서를 잘 보여준다. 현역 도의원 4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3명(53.4%)이 교육의원 폐지 의견을 제시했다. 피선거권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의원도 11명(25.5%)에 달했다. 교육의원 1명도 이에 동조했다. 

2017년 도의원선거구 획정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도의원 70%가 교육의원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 주기대로라면, 제8회 지방선거(2022년)를 1년 앞두고 획정위를 다시 가동해야 하는 내년에도 존폐 논란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과연 누가 방울을 들고 고양이에게 다가갈 것인가. 

교육의원의 운명을 좌우할 키는 사실상 도의회가 쥐고 있다. 중앙 정가를 움직여야 하는 제주특별법 개정도 도의회가 팔을 걷어부치면 못할 게 없다. 지역에서 달라고도 않는데, 중앙에서 알아서 '떡'을 줄리는 만무하다. 제주도나 도교육청은 미묘한 위치도 그렇거니와 솔직히 기대난망이다. 

도의회의 '결단'을 기다리는 건 이 뿐 만이 아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보다못한 시민단체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당사자인 도의회에 의견을 구했다. 시민단체 주장의 요지는 제주특별법 내 교육의원 관련 조항이 헌법상 공무담임권, 평등 원칙,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헌재가 청구서를 접수한 것은 2018년 4월30일, 도의회에 의견 제출을 요구한 것은 올해 4월29일이다. 뭔 사정이 있었는지 몰라도 딱 2년이 걸렸다. 헌재법(法)에 보면, 예외 상황이 아니라면 심판 사건은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 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 도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작 도의회는 몹시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헌재가 5월29일까지 한 달 말미를 줬으나 각 상임위 의견을 채 수합하지 못하고 최근 공식 요청을 통해 한 달의 말미를 더 얻어놓았다. 내부 의견도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또 형식과 분량에 구애받지 않도록 했으나, 도의회는 전체 의견과 함께 일종의 소수의견을 첨부할지 등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제살(?)을 깎아야 하는 고충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이제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곁눈질은 그만 하면 족하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교육의원 존폐 문제는 당사자 혹은 전직 교장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주체, 온 도민의 이해가 걸린 사안이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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