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27. ‘단결금지법’을 아시나요?

헌법에서도 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데 단결을 금지한다는 법이 무슨 소리인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법명일 수 있다. 단결금지법은 필자가 노동법 교육을 하거나 설명을 할 때 자주 거론하는 초기 자본주의의 역사적 배경 중 하나다. 

자본주의 초기, 영국 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16시간 이상이었다. 지금처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제도도 없어서 아동들도 일을 했고 주로 방직 공장의 좁은 틈에서 실이 끊어지면 연결하는 작업 같은 일을 했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의 좁은 엔진룸 속 아동 노동이 떠오른다.  당시 영국 노동계층의 평균수명은 35세 전후였다.

초기 자본주의는 자유로운 계약을 원칙으로 하였다. 자유 계약의 형식이지만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상황이었고 노동자에게 불리한 일방적인 계약이 체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은 빠르게 착취되기 시작했다. 장시간 저임금의 노동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일손을 놓고 항의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노동자의 이러한 집단 행동을 제압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 바로 ‘단결금지법’이다. 단결금지법은 19세기 초반 유럽을 중심으로 제정된 것으로 1791년 프랑스, 1799년 영국 등에서 제정되었다. 주요내용은 노동자는 단결할 수 없고 만일 업무를 거부하는 등의 행동(strike)을 하면 형사적인 처벌을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단결금지법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단결을 금지하는 것은 더 크고 강한 노동자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영국에서는 단결금지법을 폐지하고, 1825년 ‘단결법’이 제정되었다. 초기의 단결법은 단결의 형식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을 만들 자유는 생겼지만 노동조합으로 교섭하거나 단체행동(strike)을 하는 것은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지속된 노동자의 저항과 각종 사회주의 사상의 등장은 자본주의의 존립마저 흔들었고 이에 정부와 자본은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재의 노동법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단결금지법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단결금지법이 사라지고 초기의 단결법이 생긴 것도 어느덧 200년이다. 시공간은 다르지만 이러한 서구의 노동권 성립의 배경에 따라 우리헌법에 노동 3권을 새겨 넣은 것도 70년이 지나고 있다.  

2020년, 아직도 단결금지법이??

지난 20일, 전교조를 법외노조화 한 노동부 처분이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있었다. 교육 노동자의 단결을 허용할 것인지 금할 것인지의 문제를 2020년인 지금 다루고 있는 것이다.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는 전교조는 전두환 정부 시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성스러운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법 노조가 되었다가 1999년에야 비로소 합법화되었다. 그러다가 2013년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해직 교사를 조합원 범위에 두고 있다는 이유로 다시금 단결이 금지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18년 10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18년 10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교조 파괴 공모자 규탄-법외노조 취소-노동3권 쟁취-해고자 투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번 공개 변론에서는 여러 가지 법률상의 쟁점이 오고갔지만 사실상 근대적인 단결금지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교육 노동자의 현실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최근 노조를 결성한 도내 농협 노동자의 사례이다. A농협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했다는 이유로 위원장과 조합원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B농협으로 부당 하게 전적 시켰다. B농협에서는 당사자들에게 전적을 인정하라며 새로운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했다. 작성 거부 시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A, B농협 사용자 측의 공동 부당 노동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농협노동자에게 단결금지법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노동조합이 결성된 도내 요양원에서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해고했다가 노동자들이 반발하며 대응을 시작하자 돌연 해고를 취소했다. 늦었지만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을 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건가. 

제도적으로 노동자의 단결이 허용되어 있지만 사실상 단결금지법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이다. 비정규직·중소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는 법적인 제한은 없지만 해고의 위협 등의 현실적인 제한으로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화된 고용 형태로 인해 ‘진짜 사장’이 모호한 간접고용·특수 고용 노동자들의 단결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생존의 요구를 걸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은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몽니’로 치부되기도 한다. 

200년 전에 폐지된 단결의 금지가 현재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노동자가 단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왜 단결하려고 하는가? 

‘저 사람은 노동자다/노동자가 아니다. 노조를 허용해야 한다/말아야 한다’를 논하기 전에 그들이 왜 단결하려고 하는지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것이 공동체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의 시선이 되어보면 어떨까 한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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