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청렴교육 전문강사, 도민감사관 류재식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결과에서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종합청렴도’는 최하위 등급인 5등급 평가를 받았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꼴찌를 한 것이다.

이를 세분해서 평가를 해보면 그 내용은 훨씬 더 충격적이다. 공사·용역·보조금 등 민원인을 대상으로 한 ‘외부 청렴도’는 지난해 3등급 평가를 받았으나 올해 2단계 내려앉은 5등급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해당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평가한 ‘공직 내부 청렴도’ 평가의 경우, 지난해 1등급을 받았으나 올해에는 3단계 내려앉은 4등급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지역주민, 출입기자, 각종 위원회 위원, 업무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정책고객 평가’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최하위인 5등급 평가를 받았다.

민선 7기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는 냉정하고 가혹했다. 제주도 공직 내부 평가에서조차 4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공직자 스스로도 제주도가 청렴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에 대한 제주도 자체의 인식은 어떠할까? 제주도는 이번 ‘최악의 평가’ 원인을 3년 전 소방장비 납품 비리 사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또 “청렴도 설문조사가 이뤄지는 기간 중인 지난해 10월, 상하수도분야 금품 비리 사건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상하수도 공사 관련 비리 의혹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실제 이번 청렴도 설문에서도 상하수도 공사 관련 부패 경험이 있다는 외부고객의 응답이 나옴으로써 청렴도 하락의 큰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틀린 평가는 아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평가에서 간과하는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제주도는 제주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사 발주기관이다. 이를 넘볼 수 있는 민간기업은 지역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0년도 제주도 예산 규모가 5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곳에 부정과 비리의 소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상존하는 부정행위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보다 많은 노력을 투자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렴도 평가결과가 일부 소방장비 납품 비리 및 상하수도 공사 관련 비리 의혹 때문이라고 축소 평가하고 있는 모습에서 제주도의 청렴도 개선은 요원하게만 보인다.

류재식 청렴교육 전문강사 / 도민감사관. ⓒ제주의소리
류재식 청렴교육 전문강사 / 도민감사관. ⓒ제주의소리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 관련 교육전문가로서 이렇게 제언하고자 한다. 지역 내에 강력한 반부패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 평가에서 매년 마다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 무관용(Zero Tolerance)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중대비리조사처(SFO : Serious Fraud Office)’라는 강력한 반부패기구를 설치해 공직자 등의 부정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여 부정부패가 발붙이기 어려운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와 유사한 반부패기구를 지역 내에 상설 운영한다면 우리 또한 그에 못지않은 청렴 제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끝으로, 미국 예일대학교 수잔 로즈 애커먼(Susan Rose-Ackerman) 교수가 청렴과 관련해 언급한 명문을 소개한다.

“부패 적발 확률이 높을수록, 처벌의 가능성이 클수록, 처벌의 강도가 높을수록, 부패는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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