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16도로를 혁명하라 / 송영섭 목사, 진리실험교회 전도목사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 5.16도로 초입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의 기념비. ⓒ제주의소리

이름(이름 名)은 명령(명할 命)이다. 이름은 자기 운명의 길을 찾아간다. 
길은 다다름이다. 들어서면 마침내 다다르는 것. 결코, 멈추지만 않는다면!

역사가 장강처럼 흐른다. 
제주 5.16도로. 지금의 5.16 쿠데타 도로가 시작된 것은 1932년. 국도 11호 도로. 어언 88년이 흘렀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기념하여 국도 11호 도로를 5.16 쿠데타 기념도로로 명명했다. 그로부터 51년. 다시 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제주의 역사는 멈추어 있다. 까딱도 않는다. 

▲ 2016년 12월15일 <제주의소리>가 촬영한 5.15도로 기념비. '독재자'라는 낙서가 쓰여지자 아라동주민센터에서 서둘러 세척 작업에 나섰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6년 12월15일 [제주의소리]가 촬영한 5.16도로 기념비. 높이 2m의 이 기념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명명된 5.16도로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1967년 세워졌다. 기념비 정면에는 박정희 친필의 '五一六道路'(오일육도로)라고 표기돼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독재자라는 낙서와 함께 훼손됐던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변방에서 우짖는 새. 4.3의 광풍을 뚫고 70여 년의 세월을 바꾸어낸 사람들. 제주 사람들. 
하지만 박정희 쿠데타는 여전히 탄탄대로다. 5.16도로는 바뀌지 않는다. 

지난 촛불혁명 현장. 
제주 촛불의 명령 1호로 ‘5.16 쿠데타도로 바꾸기’가 서명되었다. 시원하고 기뻤다. 

그로부터 3년여. 
여전한 제주의 5.16도로. 부끄러운 쿠데타도로의 역사. 제주는 여전히 유신의 시대인가.

제주의 오늘.
전두환을 뜯어내고 있다. 그의 표석을 파내고 있다. 장군의 기념비를 뽑아내고 있다.

지금! 역사의 명령. 
이름은 명(이름 名)이다. 명은 목숨(목숨 命)이다. 또한 명(운명 命)은 그의 운명이 된다.
지금 역사는 명령하고 있다. 쿠데타를 뒤집으라고. 역사를 혁명하라고. 너의 운명을 바꾸라고. 

동부산업도로가 ‘번영의 길’로 바뀌었다. 
서부산업도로가 ‘평화의 길’로 바뀌었다. 
5.16쿠데타도로는 여전히 쿠데타의 길이다. 

역사를 혁명하라. 묵은 땅을 갈아엎자. 시대의 명을 받들자.  
쿠데타를 뒤집어라. 혁명을 완성하자. 우리의 길을 다시 명하자. 

여기, 김춘수를 새로이 호명하여 시대의 명령을 나직이 읊조려 본다. 
누가 나에게로 와서 나의 정명을 불러다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길바닥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길이 되었다.
 

송영섭 목사.
송영섭 진리실험교회 전도목사.

내가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게
누가 나의 이름을 다시금 큰 소리로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제주의 운명을 바꾸어내는 ‘탐라의 길’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역사에, 역사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정명이 되고 싶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혁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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