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BCT노조-시멘트협회 '안전운임 인상기준' 입장차 평행선…제주도 직권중재 검토

제주도내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지역내 건설공사 현장이 마비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쳐 협상 테이블에 앉은 BCT 노조측과 시멘트협회는 벌크시멘트 운송단가 인상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적용기준을 두고 극명한 의견차를 보이 있다.

BCT운전자들이 현실을 반영한 안전운임료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4월10일부터 돌입한 파업은 6월5일 기준 56일째로 접어들었다.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건설 현장이 연쇄적으로 중단됐고, 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들도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제주도당국의 중재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제주지부(이하 노조)와 한국시멘트협회(이하 협회)가 참여한 3자 교섭이 지난달 20일과 28일, 이달 2일 세차례에 걸쳐 진행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데 있다. 

마지막 교섭이 결렬된 이후에도 다음 교섭 일정은 아직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양 측은 입장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공중전에 열중하고 있다.

◇ 시멘트협회 "BCT차주 '월 1300만원 수입보장' 무리한 요구"

협상 결렬 이튿날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BCT 차주들의 무리한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BCT 노동자들이 '월 1300만원의 수입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협회는 2019년 BCT 차주의 1인당 월평균 수입이 841만원에 달했다며, BCT노조측이 요구한 55% 인상안을 반영할 경우 월 수입이 1300만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약 1억5600만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특히 BCT노동자의 수입 감소는 도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시멘트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제주도내 건축착공 면적은 건설경기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16년에 비해 62%나 떨어졌으며 시멘트 공급량 역시 40% 가량 급감했다고 덧붙였다.

즉, 차주들의 수입이 감소한 것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상반기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시멘트 공급량은 두자릿수인 약 15%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노조 측의 인상안은 무리한 요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협회는 "BCT노조측의 이 같이 높은 운송수입의 보장 요구는 도내 건설업 관련 종사자의 통상 소득과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이며, 내부 원가절감 노력이 한계에 도달한 시멘트업계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모적이고 상처뿐인 파업의 장기화는 BCT차주뿐만 아니라 도내 건설 관련 모든 종사자, 더 나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지역 경제 전반에 큰 손실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BCT차주들이 하루 빨리 현장에 복귀해 시멘트 운송에 나서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 BCT노조 "차주 순소득 130만원 불과, 협회 거짓주장 멈춰라"

협회 측의 입장이 보도되자 BCT 노조 측은 펄쩍 뛰었다. 협회의 주장은 '매출'과 '순소득'도 구분하지 못한 기만적 논리라는 것이다.

같은날 늦은 오후 노조 측은 '시멘트협회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입장'을 통해 "마지못해 교섭자리에 나와 대화의 시늉만 했던 시멘트협회는 BCT 노동자들에게 현재 받고 있는 운임보다도 더 낮은 운임을 강요했었다"며 "협회는 이제 거짓 주장으로 파업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먼저 협회가 주장한 '월수입 1300만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전면 반박했다. 2019년 BCT차주가 벌어들인 한달 841만원은 '순소득'이 아닌 '매출'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차량을 운영하면서 지출되는 유류비, 차량정비비, 차량할부금 등 모든 비용이 노동자 개인의 몫으로 들어감에 따라 한달에 나가는 비용이 약 700만원"이라며 "단순 계산해봐도 한 달에 남는 돈은 고작 130만원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톤당 단가의 인상이 그대로 총매출 혹은 순소득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시멘트 회사의 주장 또한 잘못됐다. 톤당 단가가 올라가도 운송구간, 횟수, 노동시간에 따라 한달 소득은 천차만별"이라며 "협회는 화물 노동자의 순소득이 월 1300만원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왜곡을 자행하고 있다.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한 거짓주장을 멈추라"고 성토했다.

국토교통부의 고시로 촉발된 안전운임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과적을 당연시하게 여기는 시멘트회사의 안전불감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지속적으로 톤당 단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적을 하지 않아도 기존 소득 정도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의 운임인상보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합리적이고 투명한 운임산정 기준이 필요하다"며 "지난 교섭 시멘트회사의 입장을 수용해 제출한 노조의 수정안을 기준으로 대당 운임 인상율은 전 구간 평균 9.91%"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내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운임 하락이 당연하다고 주장한 협회에 대해 노조는 "도내 건설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 시기에는 운임을 인상했는가"라고 반문한 뒤 "장기 불황으로 시장에 맡겨놓으면 화물노동자의 운임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제도적 개입을 하는 것이 안전운임이다. 제주에서 남긴 이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불황기니까 운임하락을 감내하라는 주장은 탐욕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인상 기준 '안전운임 vs 평균운임' 입장차...제주도 직권중재 검토

협회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대안은 '안전운임 대비 12% 인상안'이고, 노조측의 대안은 '평균 운임 대비 12% 인상안'이다.

관련법상 안전운임 기준은 1톤을 1km 운반할 시 1383원을 매기게끔 돼있다. 몇 톤을 싣는지, 얼마나 이동하는지에 따라 운임 역시 큰 차이가 있다. BCT 한 대당 적재량이 26톤임을 감안하면 한 번 운송에 붙은 안전운임료는 기껏해야 10만원 가량이다.

협회의 인상안과 노조 측의 인상안의 경우 거리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지만, 약 2배 가량의 차이가 난다. 노조측의 주장은 이 같이 천차만별인 운임이 일정 부분 안정화돼야 한다는데도 방점이 찍혔다.

양 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협회측은 제주도정에 직권 중재를 요청했다. 노조측도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 모두 조속한 해결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다음 교섭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은 제주도정으로 넘어간 셈이다.

제주도는 양 측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에 있다. 직권 중재를 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자료 검토 후에 확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계속해서 양 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직권 중재의 가능성을)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있을만한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도 해야 한다. 이후에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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