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BCT차량 무기한 파업 멈춰셨던 제주항 도로 '활기'...현수막 걷고 운행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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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파업에 돌입했던 제주도내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주의소리

장장 61일째 멈춰섰던 제주도내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멈춰선 BCT차량으로 적막했던 제주항 인근 도로도 모처럼 활기가 감돌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9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제주지부(이하 노조)와 도내 시멘트업계(이하 업계) 등이 운임 인상 조정안에 합의됨에 따라 제주지역 BCT 파업이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양 측은 오늘 오후 4시 제주도건설회관에서 최종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았지만, BCT는 이미 운행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찾은 제주항 인근 도로는 두 달만에 가동된 BCT차량의 엔진음이 들려왔다.

강경한 투쟁의지가 담긴 현수막도 모두 걷어낸 후였다. 어제까지 도로 양 측을 가득 메우고 있던 BCT 차량 행렬도 이미 운행을 시작한 차량의 빈 자리가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BCT노동자는 "파업이 길어지다보니 시급하게 시멘트를 필요로 하는 현장이 곳곳에 있다. 사정이 급박한 곳을 중심으로 차량이 우선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노동자는 "(인상안이) 마냥 만족할 수준은 못되지만, 더이상 파업이 장기화되면 모두가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BCT운전자 입장만 고집할 수는 없지 않았겠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내일부터 예보된 장마도 파업을 철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비가 오기 전에 시멘트 작업을 마쳐야 하는 현장의 요구가 간절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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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파업에 돌입했던 제주도내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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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을 재개한 제주도내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들이 파업 현수막을 떼어내고 운행을 준비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건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사장 철근은 오랜 기간 노출되면 녹이 슬거나 부식돼 사용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그 기한을 약 2개월로 잡다보니 그간 위기감이 고조돼왔다.

BCT노조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오후 4시 협약이 이뤄진 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운전자들의 결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토교통부의 안전운임제 고시로 촉발된 제주지역 BCT 파업은 지난 4월 10일을 시작으로 두 달째 진행돼 왔다. 그 사이에 BCT노조와 시멘트 업계는 지난달 20일과 28일, 이달 2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대화를 진행했지만, 운송운임 인상률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었다.

결국 시멘트업계에서 제주도에 중재안 조정을 요청함에 따라 제주도는 양측으로부터 BCT 차주의 월별 매출액, 운송거리, 운송물량, 운송횟수 등 수입 실태 자료를 제공받아 유가보조금시스템에서 추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운송운임 조정안을 마련했다.

BCT운송실태 조사 결과 섬 지역 특성상 제주지역은 전국보다 운송거리가 짧지만 운송 건수가 전국보다 28.8%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균연비(㎞/ℓ)는 1.56으로 전국 평균인 2.9에 크게 미치지 못해 별도의 운임체계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변동비와 고정비용 산출에 있어서는 보다 객관적인 제시안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연료비, 세차비, 차량 정비비, 기타 소모품비 등은 제주도의 실제 거래 금액을 고려했으며, 고정비(보험료, 제세공과금 등)는 국토교통부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한 금액을 반영해 평균 매출액과 지출액을 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제주도는 안전운임 대비 평균 21% 인상이 적정하다는 조정안을 양 측에 제시했다. 1㎞~9㎞까지 단거리는 제주 실정을 감안해 안전운임 대비 33.9%를 인상했으며, 10㎞~80㎞는 19.4% 일괄 인상했다.

제주도와 시멘트사, 화물연대는 이번에 분석한 제주실태조사를 바탕으로 2021년 시멘트품목 안전운임에 제주지역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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