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지출 구조 조정, 축제·문화 행사 삭감 유력...“생계 위협” 하소연

제주도가 코로나19 감염병 여파를 이유로 올해 축제나 문화 행사 예산을 대부분 삭감할 전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계속 나타나는 만큼, 만에 하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연초부터 일거리가 끊긴 상황에서 “일방적인 취소 통보 대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전 부서에 대해 지출 구조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애초 예산의 10% 일괄 삭감 기준을 세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민간 조사 위원까지 투입하면서 모든 항목에 대해 하나씩 삭감 수준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대응이다. 두 번째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비롯한 재정 투입을 앞둔 상황을 고려했다는 게 예산 부서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그 중에서 대면 접촉이 우려되는 축제와 문화 행사는 모두 취소한다는 기준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병 2차 확산 대응을 고려하면 축제, 세미나, 박람회 같은 행사는 치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삭감 조정하려 한다. 대면 접촉 여부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제주 최대 축제 탐라문화제, 이미 시기를 연기한 4.3문화예술축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화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대거 취소될 전망이다. 탐라문화제는 대규모 집합 대신 각 마을 별 소규모 문화 행사로 전환하고 경연 대회는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4.3문화예술축전 역시 전야제, 거리굿 대신 4.3예술 창작물을 온라인으로 선보인다.

제주도 문화정책과는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도민들의 문화 향유’라는 자체 기준과 ‘코로나19 확산 대비’라는 도정 방침 사이에서 신중하게 조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약 200여건 사업을 직원들이 하나씩 따져가면서 들여다보고 있다. 별도로 추경을 통해 예술인 지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면서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할 때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코로나19 감염이 더욱 늘어나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하면 온라인 행사도 힘들 지경”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강조했다.

문화정책과 뿐만 아니라 관광 부서, 행정시를 감안하면 문화 행사 분야의 지출 구조 조정 후폭풍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비교적 순수 예술 분야는 계획했던 활동 지원이 최대한 이뤄지도록 자체 지출 구조 조정에 만전을 기했다는 것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설명이다.

제주도의 '삭감' 선포에 문화 행사 현장의 목소리는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야 하는 점은 공감하지만, 철저한 방역 수칙을 실천하면서 생존의 방법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연초부터 대부분의 축제·행사가 취소되면서 생업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직원 고용 유지, 예술인 협업 등이 힘들어지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기에,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민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비대면 온라인 뿐만 아니라 자가 차량을 활용한 거리두기 행사 같은 아이디어를 도입해보자는 것이다.

제주도의 세출 구조 조정에 대해서는 "말로는 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예산을 삭감해서 돌려막기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는 비판도 도의회를 통해 나오고 있는 실정.

제주에서 활동하는 기획사 대표 A씨는 “지금은 축제나 문화 행사 쪽으로는 살아갈 미래가 전혀 안 보인다. 이 상태면 함께 일해 온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는데, 회사 규모에 따라 이미 구조조정 중인 곳도 있을 것”이라며 "행정은 무조건 안된다는 일방통행 대신 코로나 시국에 맞게 준수해야 할 기준을 현장에서 듣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단체 직원 B씨도 “무조건 적인 행사 취소만이 답은 아니라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문화 생태계가 순식간에 파괴됐는데, 당국은 이를 복구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 행사 업계 종사자들은 잇달아 모임을 갖고 제주도의 지출 구조 조정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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