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안, 운영-행자위원장이 수용...대다수 상임위원장과 의원 반발하자 3시간 남겨 '취소'

 

제주도의회가 민선 7기 들어 제주도와 첫 상설정책협의회를 갖기로 구두합의까지 했지만 '내부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도의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태석 의장과 운영위원장, 행정자치위원장이 합의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자중지란'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도의회는 11일 오후 1시30분께 제주도에 민선7기 출범 2년만에 처음 열기로 한 '상설정책협의회'를 취소한다고 갑작스럽게 통보했다. 협의회 개최 2시간 30분 전이었다. 

앞서 제주도는 10일 오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상설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의제는 '코로나19 위기극복과 2020년 제2회 추경예산 편성방향 선정'이었다.

상설정책협의회는 김태석 의장이 2018년 7월 개원과 동시에 '협치의 제도화'를 제안했고, 원희룡 제주지사가 화답하면서 만들어졌다.

지난 2018년 7월 상설정책협의회 합의하는 모습
지난 2018년 7월 상설정책협의회 합의 당시 기념사진

특별자치도 가치보장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과 도민의 자기결정권 강화 등 공동목표에 대한 노력, 의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사·조직권 이양, 의회는 지방행정이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도정은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김경학 의회 운영위원장이 제안한 '제주도 상설정책협의회 설치·운영조례'는 2019년 2월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관한 제15회 우수조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설정책협의회는 이후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의제 설정을 놓고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철 제주도의회 원내대표(사진 오른쪽)와 정민구 부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원철 제주도의회 원내대표(사진 오른쪽)와 정민구 부대표가 11일 제주도와의 정책협의회 무산 배경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앞서 제주도는 10일 제주도의회와 상설정책협의회를 개최키로 합의했고, 의제는 '코로나19 위기극복 및 경제충격 완화를 위한 2020년 제2회 추경예산 편성 방안'이었다. 

하지만 김태석 의장과 상임위원장단은 11일 낮 오찬간담회를 가졌고, 대다수 상임위원장이 상설정책협의회에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서 급변했다.

결국 박원철 원내대표 등 의회 운영위원들은 상설정책협의회 '불가론'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서 제주도에 '취소'를 통보했다.

오후 3시 박원철 원내대표와 정민구 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회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책협의회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선 선언적 합의보다 실질적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를 바탕으로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회 입장"이라며 "하지만 코로나 대응과 경제활성화에 투입되는 예산이 전체 추경규모에 20%에 불과하고, 재정안정화기금 추가 적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책협의회를 통해 무언가를 합의할 의도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추경재원의 상당 부분이 도민을 향하지 않고 예산누락분을 보충할 목적임에도 이런 재원을 의회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해 마련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전반기 의장단을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소중한 결실을 맺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책협의회를 긍정적으로 임하려 했지만 결국 코로나에 대한 인식 차이를 재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1대 도의회는 후반기 원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급하다는 이유로 신중하지 못한 합의를 한다면 도민에게 희망이 아닌 부담이 된다'며 "추경계획과 관련해선 하반기 의장단 구성 이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상설정책협의회 개최와 관련해서는 대다수 의원들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가 제안하고 김태석 의장은 물론 의회운영위원장과 행정자치위원장까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면서 상설정책협의회 개최가 합의됐다. 

물론 상설정책협의회를 개최하려면 의회운영위 전문위원실과 도에서 실무협의를 하고, 의제를 합의한 후 개최하는 게 맞다.

하지만 도의회에서 의장이 도의 제안을 덜컥 수용하고, 정책협의회를 개최키로 했다가 결국 다수 도의원들이 반발에 결국 취소하는 '자중지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일부 도의원들은 "상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이 대다수 임기가 불과 20일도 안남은 상황에서 2차 추경안에 대해 동의하는 게 맞지 않다'며 "2차 추경은 하반기 원구성 이후에 하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합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도의원은 "하반기에 다중 대면접촉 행사와 축제, 오지도 않은 행사를 전면 취소시키는 2차 추경안이었다"며 "추경안을 보면 도저히 의회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 상설정책협의회의 의제가 됐다"고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자중지란으로 상설정책협의회는 조례 제정 이후 단 한차례도 열리지 못한 채 상반기 도정과 의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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