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문광위 의원들 “문화 행사 전면 취소 행정 편의”...심의 재조정 가능성 피력

제주도의 문화 행사 취소 방침에 대해 제주도의회 문광위가 반발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이경용 문광위 위원장, 강민숙, 이승아, 문종태, 박호영, 양영식 도의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 문화 행사 취소 방침에 대해 제주도의회 문광위가 반발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이경용 문광위 위원장, 강민숙, 이승아, 문종태, 박호형, 양영식 도의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코로나19를 이유로 올해 계획한 문화 행사를 모두 취소하겠다는 제주도의 방침에 대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반발하는 가운데, 소관 상임위인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문광위)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나섰다. “현장의 고통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대안을 찾으려 하지 않는 지극히 행정 편의적인 태도”라며 다가올 심의 과정에서 재조정 가능성을 피력했다.

제주도는 코로나19에 대비하는 재정 투입을 이유로 올해 모든 세출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특히 보조금을 지원하는 세미나, 축제 등 문화 행사는 ‘대면 접촉’을 우려해 대다수 취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상반기 동안 상당수 행사가 취소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문화 행사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세출 조정이 ‘치명타’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도내 50여개 문화 행사 관련 업체가 모인 제주행사대행업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호소문을 발표하고 “제주행사대행업에는 법인, 소상공인, 1인 기업, 프리랜서 등 약 1000여개의 사업자가 활동 중이며 해당 기업 종사자만 하더라도 수 천 명에 이르고 있다”며 “하지만 수 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해 왔던 행사들이 불과 수 일 만에 축소, 연기, 취소가 돼버리는 현실에서 관련 업계의 기업과 종사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연관 단체들은 현재 실업. 폐업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심각성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때문에 “제주도정 차원에서의 문화 행사 예산 재검토와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고,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줄 수 있도록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사)제주민예총, 제주작가회의, 탐라미술인협회, 탐라사진가협의회, 민요패소리왓, (사)마로, 제주대중음악협회, 제주춤예술원, 아트세닉, 사우스카니발, (사)국악연희단 하나아트, 제주음악공동체 등 지역 예술 단체들도 같은 날 긴급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무대가 없어지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점포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로나 19사태로 지역 상권 자체를 셧 다운 하지 않는 것처럼 지역 문화 예술 생태계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 이번 제주도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회 문광위 역시 도청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문광위는 제주도청 문화체육대외협력국, 관광국 등을 소관한다.

이경용 문광위 위원장은 최근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주도정이 코로나19에 대해 충분히 관리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지 않냐. 그렇다면 문화 행사 역시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당연한데, 전면적인 취소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며 “코로나19라는 핑계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재정 적자를 관리하지 못한 잘못을 도민이 떠안아야 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예산 부서의 자질 문제”라고 꼬집었다.

강민숙 의원은 “무조건 행사를 취소한다는 게 과연 능사인가. 소규모 관객으로 횟수를 늘리거나, 비대면 온라인을 확대 도입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한 것 아니냐”며 “코로나19가 빠른 시기 안에 종식되지 않을 텐데 그것은 생활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금지가 아닌 달라진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합당하다. 코로나로 피로감을 겪는 도민들을 위한 향유권도 중요하다. 곧 열리는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서도 문제를 지적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승아 의원은 “과연 문화 행사 종사자들의 팔, 다리를 자르고 긴급 코로나 재원을 마련한다는 인식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종사자들은 도민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문화 행사를 삭감하는 만큼 도지사 공약 사항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대는지 궁금하다. 대략 파악하기로는 도지사 공약 중에 예산 규모가 큰 것들이 많다. 문화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것은 분명 정답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의회가 움직여서 대안 마련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문종태 의원도 “만만한 축제, 행사 예산은 자르고 도지사의 핵심 예산은 살려두는 모습이 보인다. 문화 행사가 지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순환 구조를 전부 드러내면 문화 업계에 종사하는 도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꼬집으며 “코로나19 생활 속 거리두기에 맞게 비대면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추경 규모가 약 3700억원인데, 이중 코로나19에 직접 대응하는 예산은 700억원 밖에 안된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엄격히 들여다보겠다. 필요하다면 문화 행사 취소에 대한 예산 재조정도 시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박호형 의원은 “문화 행사 업계는 법인, 소상공인, 1인 기업, 프리랜서 등 소규모에 풀뿌리처럼 지역 경제에 영향을 준다. 이미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막대한 타격을 입었는데 준비도 없이 취소하면 당연히 반발이 커진다”며 “마침 7월로 도의회 상임위가 바뀌는데 제주도가 이것을 노린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의원들과 빠른 시일 안에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양영식 의원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태도 다름 아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행사를 취소한다면 그 예산은 문화 행사 종사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며 “문화 행사 업계 사람들이 따라갈 수 있는 새로운 여건을 만드는데 제주도가 앞장서지 못할망정 일괄 없앤다는 태도는 해당 도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감수성을 가진 제주도청이 과연 문화 예술의 섬을 이야기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도의회 문광위는 15일부터 제383회 제1차 정례회를 시작하면서 문화 행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18일 경 토론회를 열어 대안 모색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도는 15일 전까지 세출 구조 조정을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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