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문광위 383회 정례회...예상한 3000억 적자, 만만한 건 문화 행사?

왼쪽부터 이경용 문광위 위원장, 강민숙, 이승아, 문종태, 박호형, 양영식 도의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가 이미 예상됐던 3000억원 적자를 일방적인 문화 행사 취소로 메운다는 지적이다. 예산부서의 잘못에 맞서 문화 예술인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은 뒷짐지고, 도지사는 안방 살림을 챙기지 않은 채 중앙 정치에 매몰돼 있으니 ‘제주 문화예술의 섬’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주도의회에서 나왔다.

17일 열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 문광위) 제383회 1차 정례회 첫 회의에서 의원들은 제주도 문화 예술 행정의 코로나 대응을 맹렬하게 질타했다. 7월로 앞둔 2차 추경안이 ‘코로나19 대응 추경’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일찌감치 예상된 제주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사실상의 ‘꼼수’이면서, 무엇보다 문화 행사를 대거 취소하면서 추경안 재원을 마련했다고 문제 삼았다.

최근 제주도는 37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입 833억원을 제외하면 2868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제주도는 ‘대면 접촉 문화 행사 사업은 전부 취소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세출 구조 조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문화 행사 예산과 이월 예상 사업을 대거 삭감해 1200억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안을 세웠다. 문화체육대외협력국만 82억3500만원을 삭감했다. 

제주도의 ‘문화 행사 칼질’로 소규모 박람회, 세미나, 축제, 공연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 되는 가운데, 보다 못한 50여개 업체들은 제주행사대행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렸다. 비대위는 지난 11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수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해 왔던 행사들이 불과 수 일 만에 축소, 연기, 취소가 돼버리는 현실에서 관련 업계의 기업과 종사자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인·연관 단체들은 현재 실업. 폐업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심각성이 큰 상황”이라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10여개 문화 단체들도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힘을 보탰다. 

정례회에서 문종태 의원은 현경옥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과의 질의에서 “2차 추경 예산 3700억원 가운데 코로나와 관련한 예산은 700억원 뿐이다. 나머지 3000억원은 코로나 재원이 아닌 법정필수경비에 용도지정 목적사업, 중앙지원 사업, 지방비를 매칭해야 하는 국가직접 지원사업, 기타 사업 등이다. 코로나 추경이 아니라 실상은 다른 목적의 추경”이라면서 “그런데 부족한 예산을 마련하려고 문화 행사 예산을 전부 삭감했다. 문화 행사는 지역 경제에 바로 연계되는 사업 아니냐”고 피력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예결위에서 3000억원 미편성에 대해 의원들이 지적했는데 집행부가 뭐라고 말했나. '잉여금이 남으니 하반기 세수로 가능하다'고 답해서 본 예산이 통과되지 않았나"라며 “예산 편성을 잘못한 집행부가 책임을 도민들이 전가하고 있어 무척 화가 난다. 행정의 자구노력 없이 만만한 문화 행사 예산을 삭감하면 집행부는 편하겠지만, 연관된 도민들과 예술인, 지역상권은 어떻게 하냐”고 비판했다.

현 국장은 “문화 행사를 전부 삭감하지 않는다”면서 “대원칙은 연말까지 이어지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고려한 도민 안전이 최우선이다. 칼로 물 베기 같은 삭감 개념 아닌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경용 위원장이 “국장님은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을 대변해야 할 입장인데 지금 모습은 예산담당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고 현 국장은 “오해가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이미 예상한 3000억원 재정 적자를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이 타겟으로 정해진 것 같은 인상이다. 이제 국장이 갈 때가 되니 힘이 없어서 이런 거냐”고 꼬집었다.

강민숙 의원도 “문화 예술 행사는 예술인 뿐만 아니라 천막, 음향, 조명, 현수막 등 지역의 소상공인과 영세한 자영업자까지 파급력이 있다. 이런 업체가 1000여개 된다. 가족 수 4명만 곱해도 연관된 인원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예술인만 향유하는 게 아닌 도민들의 일자리이자 생계 유지다. 국민들이 재난 지원금을 어디에 쓰느냐. 소상공인과 영세상인 아니냐”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적극적인 감염 예방은 기본 전제”라며 “대안 고민도 없이 무조건 문화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게 과연 옳은 처사냐. 제주행사대행업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호소문을 내기 전에 구체적으로 예술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적이 있냐”고 행정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양영식 의원은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은 예술인들에게 희망을 줘야하는데 절망감을 안겨주는 것 같다. 도지사가 말하는 문화 예술의 섬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자 현 국장은 “도지사의 특별명령에 따라 비대면 사업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답했다.

박호형 의원은 “코로나 최초 발생 이후 4개월 동안 문화체육대외협력국이 제대로 대응책을 준비했으면 이런 사태가 없을 것 아니냐. 준비 안했기에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호소문, 성명서가 나오는 것이다. 도민들이 얼마나 실망을 많이 하고 있나. 문화인들은 제주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문화예술의 섬을 만든다고 목표를 세웠으면서 예산은 삭감하고 행사를 취소하겠다니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현 국장은 “가급적 큰 행사, 작은 행사 가리지 않고 비대면 상황에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승아 의원은 “도민들은 하루하루 삶이 풍전등화 같다고 말하는데, 행정을 보면 태평성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사는 중앙 행보만 한다”며 “지사가 중앙 정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우선 순위를 정해서 하라는 것이다. 도민은 지사를 바라보는데 지사는 대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