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은 유산에 대한 복수로 의붓아들을 죽이고 결혼(재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전 남편까지 연쇄살인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입니다”

“검사님, 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닙니다”

검찰과 고유정의 마지막 공판은 예상대로 치열했다. 검찰은 장장 1시간에 걸쳐 프레젠테이션(PPT)을 진행했고 고유정은 수기로 작성한 편지지를 읽어 내려가며 공소사실에 맞섰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및 사체손괴,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 사건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어 검찰과 피고인의 최종의견을 들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의붓아들 살인사건에 대해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고유정을 살인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법의학적인 측면에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자료 검색까지 언급하며 생후 52개월, 만 4세인 의붓아들이 함께 잠을 자던 친부(39)의 몸에 눌려 숨질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각종 의학서적과 논문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날 피해아동의 나이는 최대 생후 12개월이라고 강조했다. 이마저 가능성이 낮고 대부분은 신생아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집에 있던 3명 중 피해자와 친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고유정이 유일하고 살해 동기가 충분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범행 직후 고유정의 태도에도 의문점을 제시했다.

검찰은 “범행 직전 고유정은 2차례 유산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친아들만 아끼는 현 남편에 대해 복수와 적개심을 드러내고 의붓아들에 대해서는 질투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1심과 같이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공소장에 적힌 2019년 3월2일 4~6시 사이의 범행 추정시간을 0시30분부터 오전 6시 사이로 변경해 재판부에 혼선을 줬다.

구형에서 검찰은 고유정이 현 남편 앞에서 의붓아들을 살해, 친아들 앞에서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까지 훼손하는 등 지나치게 잔혹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사형을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고유정은 연쇄살인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에 비춰 사형도 가볍지만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최고 형량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흰색 봉투를 들고 법정에 들어선 고유정은 재판부가 최후진술 기회를 부여하자, 미리 준비한 편지지 5~6장을 꺼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이크가 켜지자 할 말이 많다며 울먹였다.

고유정은 검찰이 말하는 끔찍한 동기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1심과 같이 계획적 범행이 아닌 전 남편의 신체적 접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전 남편과 아이와의 면접교섭이 진행되는 사실을 가족은 물론 법원까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까지 옮길 수 있냐고 반문했다.

고유정은 검사를 향해 “저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 철두철미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다”며 “수사기관에 대한 비난여론을 돌리기 위한 고의적 상상이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사건이 벌어지고 시간을 벌기위해 잘못된 행동(시신 훼손)을 했다. 정말 잘못했다”며 “장례를 치르지 못한 아이의 아빠와 유족에도 진심어린 사죄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할 얘기가 없다며 오히려 현 남편을 겨냥했다. 무섭다는 표현까지 쓰며 현 남편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고유정은 “00이(의붓아들)를 절대로 죽이지 않았다. 두 사람 중에 내가 아니라면 상대가 범인이 아니냐”며 “내 인생의 희망은 세 명의 판사다. 어렵겠지만 부디 용기를 내달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7월15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을 열어 전 남편과 의붓아들 살인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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