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작은도서관 6곳에게 “예산 50% 삭감” 제시...“사실상 하반기 폐쇄해야”

[기사 수정=6월18일 17시20분] 제주도가 '코로나19 추경'을 이유로 올해 살림살이를 재조정하는 가운데, 공립작은도서관 6곳에 대해 “전체 예산의 50%를 삭감하라”고 의견을 냈다. 사서 인건비, 공공요금까지 남아있는 모든 운영비를 반납하라는 입장이어서, 7월부터 도서관이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현장에서는 “황당하고 참담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최근 양 행정시 예산담당 부서를 통해 제주 공립작은도서관 6곳에 세출 구조 조정 방침을 전달했다. 내용은 ‘추경에 반영하기 위해 도서관 전체 운영비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노형 꿈틀, 성짓골, 봉아름, 두맹이(이상 제주시 지역), 중앙 꿈쟁이, 퐁낭(이상 서귀포시 지역) 도서관은 각자 민간 단체를 정해 위탁 운영하는 공립작은도서관이다. 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이자 학습 공간으로 애용돼 왔다.

공립작은도서관마다 지원 받는 1년 운영비는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이다. 이 금액은 사서 운영, 도서 구입, 프로그램 운영, 전기·수도 같은 공공요금, 도난 시스템 등에 사용한다. 제주시 공립작은도서관은 연초에 전체 운영비를 지급받고, 서귀포시 경우는 분기별로 나눠 받는다. 만약 제주도의 방침이 실현된다면 제주시 공립작은도서관은 이미 지출한 비용을 돌려받고, 서귀포시 경우는 앞으로 지급할 비용을 반납해야 할 처지다.

문제는 ‘전체 50% 삭감’이라는 기준 때문에 인건비, 공공요금까지 모두 포함해 절반이 날아갈 위기다. 이대로라면 사실상 올해 남은 하반기 동안 도서관을 꼼짝없이 폐쇄해야 한다.

모 공립작은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원 A씨는 “코로나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작은도서관의 문을 닫게 할 만큼 제주도 재정이 위기인 것이냐. 현실성 없는 조치”고 분개했다.

다른 도서관 직원 B씨는 “작은도서관에서의 코로나 밀집 상황이 우려돼 예산을 깎는다면, 더 큰 도서관을 포함해 시범 개방하는 공공시설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 여름 개장은 과연 가능한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황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립작은도서관을 관리하는 제주시, 서귀포시 부서도 ‘제주도 방침을 이행하면 도서관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재검토 입장을 제주도에 전달했다. 공립작은도서관과 달리 ‘사립’ 도서관 일부는 민간위탁금이 아닌 민간경상 보조금을 받으면서 50%가 아닌 10% 감액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견을 도서관에 내린 제주도 예산담당관실 예산총괄팀 관계자는 “민간위탁금 운영 전반을 고려했을 때 상반기 동안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집행이 어려웠다면 나머지 50% 정도는 조정해도 충분할 것으로 봤다. 자세한 입장은 책임자를 통해 확인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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