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전 단가로 지원"-충전사업자 "적자 불가피 사업 철수"...29일부터 서비스 중단 예고

서귀포에서 운행중이 B교통의 전기 시내버스.
서귀포에서 운행중이 B교통의 전기 시내버스.
전기버스 충전요금 단가을 놓고 제주도와 전기 시내버스 운수사업자, 전기차 충전 사업자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서귀포시내에서 운행중인 전기버스가 운행 중단 위기에 처했다.

19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전기차 충전 사업자 A사가 제주도와 서귀포 전기버스 운수사업자 B교통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계약자인 B교통이 계약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29일부터 전기버스 충전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상황은 B교통이 버스 회차지를 옮기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B교통은 서귀포 하례리와 토평동, 중문동 등 총 3곳에 회차지를 설치해 전기버스 배터리를 충전해왔다. 이후 문제가 생겨 하례리 회차지를 철수, 공영 회차지로 옮길 예정이다. 공영 회차지도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인근 하례리에 위치했다.
 
회차지를 옮기면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와중에 설치와 전기 공급단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2월31일 고시를 통해 올해 7월부터 기존 50% 할인되던 전기차 충전 사용료 할인율을 30%로 낮출 예정이다.
 
한전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면서 A사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A사는 제주형 버스 준공영제에 맞춰 2017년 7월 서귀포 토평동에 설립된 제주기업이다.
 
한전이 책정한 전기차 충전단가는 1kW당 213.7원, 부가세까지 포함하면 235원 수준이다.
 
제주도는 한전 단가에 맞춰 B교통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B교통과 계약을 맺은 A사도 1kW당 235원 수준에 단가를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추후 지원금 인상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현재 A사와 B교통은 1kW당 400원의 충전단가로 계약을 맺고 있다. 400원에는 전기버스 배터리 교체 등 관리 비용이 모두 포함됐다.
 
한전은 향후 5년간 전기차 충전 단가를 높일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태. 하지만, 경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A사는 한전 단가를 맞추면 적자에 시달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2022년까지 전기차 충전 사용료 인하율을 점차 낮춰 정상가를 받겠다는 입장인데, A사는 할인율이 더 낮아지거나 폐지되면 적자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A사는 공영 회차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서 철수, 오는 29일부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간·지선을 운행하는 서귀포 시내버스는 총 93대다.
 
B교통은 제주형 버스준공영제에 따라 서귀포에서 63개 노선에 전기버스 52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기버스를 충전하지 못해 전체의 55.9%(52대)인 전기버스가 멈추면 대중교통 대란도 예상된다.
 
B교통 관계자는 “우리(B교통)와 제주도, A사 간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제주도에 향후 지원 단가를 조금씩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버스 운영 중단에 따라 시민 피해가 없게 하기 위해 계속 협의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A사)와 한전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는 경쟁업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한전의 단가를 맞추라고 하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제주도가 제시한 단가로 계산하면 5년간 11억원의 회사 적자가 발생한다. 적자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사업에 철수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오는 29일 이후 충전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도는 제주형 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B교통과 위·수탁을 체결했지 A사와 체결한 계약은 없다. B교통이 자신들과 계약을 체결한 A업체의 손실 보존을 요구하는 상황과 다름이 없는데, 제주도 입장에서는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버스 운영이 중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전기버스 운행 중단 등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다만, 개인 사업자의 이득을 위해 수익을 보전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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