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산하 기관장 위원장 겸직 논란…현길호 의원 “인사가 만사인데” 권한 집중 비판

22일 속개된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제주도 산하기관장의 각종 위원회 위원장 겸직에 따른 중립성.독립성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길호 의원과 오인택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오 이사장은 제주도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22일 속개된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제주도 산하기관장의 각종 위원회 위원장 겸직에 따른 중립성.독립성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길호 의원과 오인택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오 이사장은 제주도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행정시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사실상 도정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주도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이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현직 제주도 출자출연기관의 장(長)인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임기를 끝낸 뒤 연임에 성공, 6년 동안 제주도 공직자들의 승진과 징계, 개방형공모에 따른 후보자 추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등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작 본인은 사임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현길호 의원(조천읍,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제주도를 상대로 한 이틀째 2019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제주도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 도 산하 기관장들의 각종 위원회 겸직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이날 결산심사는 환경도시위원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소관 통합심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결산심사 첫날 행정시장 임용과 관련한 인사위원회 역할이 논란이 되면서 모든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의 장(長)들이 출석했다.

현 의원은 먼저 “도에서 인사위원장 성함을 굳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분이 있으면 나와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오인택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발언대로 나섰다.

오 이사장은 민선 4기 때 제주도 경영기획실장을 지냈다. 제주도 인사위원장은 2015년 1월부터 맡아 임기 3년을 채운 뒤 연임에 성공, 오는 2021년 1월까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현 의원은 “행정시장 임용과 관련해 인사위원회의 역할은 뭐냐”고 물었고, 오 이사장은 “규정에 따라 공모를 통해 서류, 면접시험을 거쳐서 인사위원회에 넘어오면, 우선순위를 매겨 도지사에게 복수 추천하게 된다”고 답변했다.

현 의원은 거듭해서 “(인사위원회) 자체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냐”고 확인했고, 이에 오 이사장은 “(실무위원회에서) 접수를 매겨서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에 현 의원은 “그렇다면 인사위원회의 역할은 뭐냐. 그걸 그대로 수용해서 올리느냐”라고 되물었고, 오 이사장은 “그렇지는 않다. 2배 이상 추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2~3배 추천을 한다. 이번 행정시장 공모와 관련해서는 제주시 2명, 서귀포시 3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현 의원이 “출자출연기관장이 제주도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견해를 물었지만, 오 이사장은 “여기에서 답변하기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즉답을 피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오 이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친 뒤 연임된 사실이 확인됐다.

“인사위원장의 임기가 어떻게 되느냐”는 현 의원의 질문에 오 이사장이 “3년이다. 2018년 초에 임기가 끝났는데, 연임됐다”고 답변한 것. 오 이사장의 임기는 2021년 1월까지가 되는 셈이다.

현 의원은 “개인적으로 (인사위원장의) 능력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공직사회는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도민사회에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고 권력집중을 우려했다.

이에 오 이사장은 “인사가 되든, 징계가 되든 관련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인사라인 등 어디에서도 인사위원회 결론에 영향을 끼칠 말한 한 마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인사위원회 독립성․중립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현 의원은 “오늘 답변내용으로 봐서는 인사위원장을 계속 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질문을 끝냈고, 이에 대해 오 이사장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위원장 사임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도 오 이사장은 문경운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의 사퇴여부를 묻는 질문에 “공직생활 40년 중 20년 가까이 인사업무에 종사했지만, 편파적으로 (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자신한다”며 중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함께 출석한 김정학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은 최근 제주연구원 인사위원회 위원장 등 2개 위원회 위원장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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