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10)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지난 2018년 9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경기이주공대위 등 난민지원단체 주최로 난민 신청 체류자 등이 참석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지난 2018년 9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경기이주공대위 등 난민지원단체 주최로 난민 신청 체류자 등이 참석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6월 20일은 유엔총회에서 의결된 ‘세계 난민의 날’이다. 관련하여 여러 시민 인권 단체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난민과 난민 신청한 사람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특별히 한국의 인권 단체들은 난민 협약에 준하여 난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수준의 난민법 개정과 난민 심사 운용, 난민 신청자 관련 제도 개선 및 구금 철폐, 난민의 건강권, 사회 보장, 노동권, 정보 접근권 등 기본권 보장을 제안했다. 또한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은 소수자의 존재보다는 박해의 공포를 중심으로 난민 인정 심사가 진행되어야 함을 촉구하였다. 이와 더불어 국가인권위원회도 위원장의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여 난민 협약의 충실한 이행과 난민들에 대한 인권 보장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난민은 우리 제주에 낯선 존재이지만, 더불어 우리 제주 현실에 등장한 우리의 이웃임을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2018년 예멘 난민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던 바로 그 현장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난민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격화되었고, 난민이라는 낯선 이웃의 존재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난민 이슈는 점점 잊히는 듯 했다. 하지만 난민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제주도정은 지역 사회의 안정 유지를 목적으로 한 난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난민들에 대한 의료 지원, 사회 적응·통합 교육 제공, 각종 상담, 난민 숙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제주도정의 난민에 관한 정책 방향은 특정 국가의 난민들을 대상으로 삼거나, 또는 정책 내용이 상당히 단편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책 방향은 오히려 난민에 대한 인권적 상황을 악화시킬 개연성조차 가지고 있다.

현재 제주에는 전체 월 평균 23명이 난민 신청을 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4월까지 월 평균 11명이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 한편 예멘 난민은 2018년 이후 대부분이 인도적 체류 지위를 얻음으로서, 체류 안정성이 크게 증진되었고, 제주도외 지역으로 출도한 상황이다. 하지만 예멘 난민 논쟁 이후 무사증을 통해 입국한 난민 신청자들의 출도 금지는 여전히 유지 되고 있다. 제주 지역의 난민 신청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난민 신청자들은 제주도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내 난민 신청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난민 신청자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코로나19 이후에도 난민 신청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난민 관련 사회적 문제는 제주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주도정의 난민 관련 정책은 난민에 대한 이해 부족 및 관련 중앙 정부 부처와 협력체계 미비로 인해 제주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낭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난민은 경제적 이유로 이주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제 이민자들, 즉 이주 노동자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국의 비인권적 상황으로 인해 자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여기 이 땅으로 떠밀려 온 사람들이다. 언젠가 돌아가길 희망하지만 지금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피난처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고 싶어서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가난한 이들도 많지만, 가난하지 않은 이들도 많고, 학력이 높거나 명망가들도 있다. 사회 통합 프로그램이 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며, 단순 일자리 지원책도 매우 한계가 많은 난민 정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또 한편 난민들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은 중앙 정부, 즉 법무부(주무기관은 외국인청)가 가지고 있다. 난민들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공간은 제주임에도 불구하고 난민에 대한 지원 및 관리, 법적 권한은 모두 중앙 정부의 몫인 것이다. 이러한 난민들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제주도정에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제주도정이 진정으로 난민 또는 난민 신청자들로 인한 사회 불안을 걱정한다면, 난민들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난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난민들의 개인적 역량과 문화적 다양성을 활용하여 다양성이 있는 사회의 동력으로 삼아야한다. 그 전제 조건으로 우선 중앙정부(외국인청)와의 긴밀한 협의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난민 또는 난민 신청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체류 지위 안정이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난민 협약을 준수해야하는 중앙 정부의 입장에서도 난민들에 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함으로서 국가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지방 정부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협력 체계 아래, 난민들과 함께 존엄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제주도정이나 국가 기관은 난민들이 이 사회의 지원과 혜택을 받는 특수한 집단이라는 의식적인 게토(ghetto)의 형성을 늘 경계해야 한다. 당장 행정적 관리의 효율성으로 난민들을 분류하고 관리하려 든다면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 아닌 우리의 세금으로 마련되는 지원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집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는 난민 반대 혐오 세력의 주요한 논거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난민 또는 난민 신청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체성, 자존감, 문화적 자긍심이 점차 사라지고,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2류 문화와 국가의 국민으로 전락하는 듯 한 감정을 가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난민 문제에 있어 비인도적 국가로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이웃으로 따뜻하게 받아주는 것은 좋은데, 난민들의 입장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 이웃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이 존중되는 방식과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려운 점은 함께 나누고,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난민 인권적 정책 방향이 필요한 것이다. 모두는 모두가 서로서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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