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일부 방문객 국립공원 탐방로 벗어나 불법 출입...“자성 필요”

제주도민 A씨는 최근 지인이 보내준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난 6월 10일을 전후로 한라산 윗세오름 인근에 철쭉이 만개했을 당시 일부 사진작가가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 철쭉 군락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과 영상 속 사진사들은 절경을 담기 위해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 철쭉이 자라고 있는 깊숙한 곳까지 발을 들여놨다. 

A씨는 탐방로를 벗어난 불법 촬영행위가 만연하다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달라고 [제주의소리]에 제보해왔다.

25일 [제주의소리]가 제보 내용을 취재해본 결과 철쭉이 만개하던 시점에 사진사들이 무단으로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가 건넨 사진 속엔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 출입금지구역 한가운데로 들어간 사람들(노란 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주의소리
제보자가 건넨 사진 속엔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 출입금지구역 한가운데로 들어간 사람들(노란 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주의소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어리목-영실 코스에 털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하던 5월부터 이날까지 단속한 결과, 출입금지로 적발돼 과태료가 부과된 사람은 10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지정 탐방로를 벗어나 출입금지구역 깊숙한 곳에서 활동하다 두 차례나 단속에 적발된 사람도 있었다.

자연공원법 제28조 1항에 따르면 ‘공원구역 중 일정한 지역을 자연공원특별보호구역 또는 임시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하여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을 금지·제한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관계 법령에 따라 ‘제한되거나 금지된 지역에 출입하거나 차량 통행을 한 자’는 국립공원 안에서의 과태료 부과기준에 의거 1차 적발 시 10만원, 2차 30만원, 3차 50만원이 부과된다.

또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는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은 반드시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유의사항이 나와 있는 만큼 들어가면 안 된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탐방로에서 1m정도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엔 계도를 통해 출입금지구역임을 알리고 지정 탐방로를 이용토록 한다”면서 “단속에 적발된 사람은 대부분 출입금지구역 깊숙이 들어갔거나 비 탐방로 오름을 오르는 분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라산 철쭉이 만개하는 시기엔 추가 근무자를 투입해 여러 번 단속 활동을 펼친다. 드론을 띄워 출입금지구역에 사람이 포착되는 즉시 안내방송을 통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이에 불응하거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답변했다.

ⓒ제주의소리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출입금지구역으로 들어가 당당하게 사진을 찍고 업로드 하는 모습은 SNS나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SNS 갈무리. ⓒ제주의소리

실제로 SNS나 포털사이트에서는 철쭉 사진을 찍기 위해 탐방로를 벗어난 등산객들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철쭉을 배경으로 바위에 오르거나 철쭉 뒤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촬영해주는 등 출입금지구역에 있는 모습이 만연했다.

단순히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해봤을 때도 정상적인 탐방로에서는 촬영하기 힘든 구도의 사진이 많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발간하는 관보 ‘드림제주21’에서도 비슷한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해당 내용에 대해 도의회에 문의해본 결과 관보를 제작하는 업체가 이미지 사이트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사진을 가져와 지면에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이미지 판매 사이트 운영 업체에 여러 차례 문의한 결과 어렵게 해당 사진을 촬영한 사진가와 연락이 닿았다.

사진가 A씨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길도 잘 안 돼 있었고 탐방로 개념이 잘 없었지 않나”고 되묻고 “10년도 지난 아주 옛날에 찍은 사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산에 한창 다닐 젊을 때 찍은 사진 같은데, 지금 내 나이가 70이다”라고 대답했다.

사진사의 답변과는 달리 한라산국립공원은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1980년 6월 1일 최초 시행된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금까지 출입금지구역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당시 법령 제36조 제4호에는 ‘공원관리청이 지정한 출입금지구역에 출입하는 등 공중의 공원이용이나 공원의 보전에 현저히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제60조에 따라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탐방로를 벗어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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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관보에 실린 한라산 철쭉 사진. 탐방로를 벗어난 듯한 해당 사진은 관보를 제작하는 업체가 유료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서 구입해 지면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의소리

한라산국립공원은 꾸준히 도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으며 제주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하지만 탐방수칙과 관계 법령을 어기고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로 인해 보호받아야 할 제주의 자연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한라산을 다녀왔다는 소위 ‘인증샷’과 ‘멋진 사진’을 위해서라면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등 사람의 욕심이 자연을 해치고 있는 형국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의 경관과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 개개인의 반성과 더불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개선 및 보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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