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대전환과 비건법] ① 사람 동물 생태계를 통합하는 원헬쓰(One Health)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임계점에 다가가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는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인류의 무례와 학대에서 비롯된다. 이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인간을 두는 우리의 밥상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동물권이나 기후변화를 위한 비건 즉 윤리적 채식주의를 민주사회에서 존중받을 만한 가치 있는 신념으로 보호하며 법이나 제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채식선택권이나 채식 급식을 포함한 생태전환 문화와 교육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전 지구적인 대전환의 의미를 총 6회에 걸쳐 진단해 보고자 한다. [필자 주]

1. 사람 동물 생태계를 통합하는 원헬쓰(One Health)
2. 기후변화와 민주주의
3. 문화적 패러다임의 전환
4. 동물권과 생태전환 교육
5. 비거니즘의 현황 및 확산
6. 포스트코로나와 지속가능한 제주

여왕벌은 벌통 안에 있는 다른 벌들보다 상체도 하체도 훨씬 크다. 벌통 속 다른 벌들의 평균 수명은 45일 정도이지만 여왕벌은 4년 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벌들이 짧은 여생을 지루하고 반복적인 노동으로 보내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만약 양봉업자가 로열젤리를 원한다면 얻고 싶을 때마다 벌통에서 여왕벌을 끄집어낸다. 그러면 벌통 안에 있는 일벌들이 새로운 여왕벌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만들어낸다’는 말인가. 간단하다. 로열젤리라는 특별한 식품을 만들어내면 된다. 이 특별한 식품이 여왕벌을 다른 벌들과 구별해주는 유일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벌 유충은 벌통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좁은 벌집 속에서 8일을 지낸다. 이때까지 모든 유충은 완전히 똑같다. 모든 벌이 똑같은 식사를 한다. 이틀은 로열젤리, 나머지 엿새는 꿀로 구성된 단일 식단이다. 8일이 지나면 장차 일꾼이 될 벌들은 벌집에서 나온다. 그런데 벌통 한구석에 있는 몇몇 유충은 8일 내내 특별식을 맛본다. 즉, 다른 유충들에게는 이틀 동안만 공급하던 로열젤리를 이 유충들에게는 8일 동안 공급한다. 이렇게 해서 훗날 여왕벌이 될 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 

1500일 동안의 긴 여생동안 여왕벌은 줄곧 로열젤리만 먹는다. 무얼 먹느냐에 따라 여왕이 되기도 하고 평민이 되기도 한다. 로열젤리라는 영양소가 평범한 유충의 잠들어 있는 유전자를 깨워 훗날 여왕벌로 변모시킨다.

이것은 유전자의 발현과 식품의 질, 풍요로운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법이다. 먼저 먹이를 가공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벌들은 주변 생태계로부터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요소를 찾는다. 만약 생태계가 파괴되면 먹이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요소와 합성하여 영양소 즉, 로열젤리를 만든다. 로열젤리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영양분이 일종의 스위치인 수용체에 작용하여 유전자를 활성화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건강을 알려면 들판 즉, 생태계를 봐라’는 옛 말이 있다

코비드(COVID)19는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인류의 무지와 학대에서 비롯됐다. 사람에게 생기는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 감염병이고, 이 인수공통 감염병의 대부분은 숙주가 야생동물이거나 가축들이다. 현재 인류가 자연을 대규모 농경지로 전환하고, 생태계를 파괴해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접촉을 확대하고 공장식 사육을 계속하는 한, 코비드19 같은 전염병은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와 인류의 삶을 위협할 상수로 존재할 것이다. 설사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다른 형태의 전염병으로 다시 나타나고 그 주기도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 환경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인간과 동물, 생태계가 건강으로 연결된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그리고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새로운 건강 정책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것이지만 포스트 코비드19 시대에는 세계 보건과 관련된 영역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의사 결정 시 '원 헬스' 접근 방식 즉, 인간에게만 이롭거나 동물에만 이로운 것, 혹은 자연에만 이로운 것이 아닌 모두에게 이로운 길을 고려할 것을 의미한다. 

그런 측면에서 축산업이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전염병의 창궐 및 만성 질환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가축의 감소와 건강한 채식 위주 식사의 보급을 전 지구적인 보건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미국 예방의학학회의 제안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이는 보조금과 탄소세, 법률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좋은 선택은 장려하면서 나쁜 선택은 억제하는 ‘선택편집(choice editing)’이라 알려진 정부의 오랜 역할과도 맞물려있다.

우리가 숲을 파괴하면서 서로 다른 종의 야생동물들이 접촉하고 질병이 한 동물에서 다른 동물로 옮겨지고 감염된 동물은 인간과 가깝게 접촉하면서 결국 인간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야생동물들이 사냥되고 육류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또한 수백억 마리의 동물이 전 세계에서 공장식 밀집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이는 바이러스가 동물에서부터 종을 뛰어넘어 인간에게까지 오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오늘날 개인적이고 사소해 보이는 동물의 고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거의 모든 환경 피해, 즉 삼림 소멸, 표토 소실, 청정수 부족,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사회적 부정의, 공동체 파괴와 새로운 전염병 창궐 등 지속 가능성 논의에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NASA가 제공한 우주에서 촬영한 불타는 아마존 숲. 세계의 주요 언론은 전 세계가 고기를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공=고용석.

첫째, 자유로운 시장의 힘이 상호 작용한 결과 지구촌 인구의 15%가 굶주리는 한편, 다른 20%는 비만과 과체중에 시달리고 있다. 즉 정치적 보조금으로 값싼 곡물을 대량 생산하게 만들고 그 곡물조차 구입하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 양산하기 때문에  값싼 곡물을 동물들에 공급하는 게 더 이익이 되는 구조다. 한마디로 고기에 대한 신앙적 열망은 자본주의의 생산 시스템의 자기 파괴적 논리의 상징이다. 그리고 음식의 정치학 즉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통제 범위 안에 있고 지구 전체의 경제, 정치, 생태적 질서와 우리를 연관시키는 행동이다.

둘째, 고기 소비는 GMO(유전자조작식품)콩과 GMO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 구조가 부른 소비이다. 이런 시스템이 고기 소비를 자동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가축을 사육하는 사람들도 일종의 희생자다. 환경 및 건강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불러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 문제다. 사육자들은 그저 더 많은 생산에 보상을 주는 이런 시스템에 갇힌 것뿐이고 이를 개선하고 전업을 돕는다면 이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셋째, 시장이 햄버거 하나의 가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인도에서 숲을 파괴하면서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는 비용은 보조금이 아닌 실질 생산비를 포함하면, 최소 200달러에 달한다고 한다.(월드워치, 1994년) 만약 3달러하는 햄버거 하나의 실제 가격이 200달러라면 197달러는 사회 전체에 세금의 형태로 전가된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모든 외부 비용을 해당 기업체의 장부에 올바로 기입한다면 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이는 산업사회가 자연에 입히는 손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경제 체제 구축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다. 현재 우리는 오염자의 외부 비용을 사회 전체에 떠넘김으로써 그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는 셈이다. 햄버거 가격 3달러조차 인위적으로 낮춰진 가격이다.

넷째, 유엔에 따르면 외부 효과가 1·2위인 축산업과 화력 발전이 가장 보조금이 많다. 축산업이나 화학농의 보조금을 소농 위주의 유기농에, 화력 발전의 보조금을 재생 에너지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쓰면 우리의 건강과 기후, 자연 세 가지를 모두 보호할 수 있다. 보조금 전환인 셈이다. 그리고 채식 선택권 같은 인권이나 동물권, 나아가 현행 법 체계가 지구와 지구 생명체의 권리를 통합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소위 생물권이나 지구권을 헌법에 명시하게 되면 경제 개발 시 생태적 상쇄 효과도 자연스레 고려하게 될 뿐 아니라 생태적 악화가 경제 발전으로 가장될 때 시민들이 법에 호소도 가능하게 된다. 

다섯째, 지구적 차원의 환경 위기는 곧 보건 위기이기도 하다. 기존의 만성 질병의 환경적 요인만이나 생활 방식만을 고려하는 접근은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양자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공공보건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질병 관리에서 예방 및 보건 관리로 전환함으로써 환경 위기는 물론, 불필요한 죽음을 막고 삶의 질도 개선하며 막대한 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놀랍게도 지구 중심의 식생활은 건강에도 최선이라는 것이다. 적당한 운동과 채식 위주 식사로 심장병은 80%, 제2형 당뇨병은 90%, 뇌졸증이나 일부 암은 70%까지 감소시켰다는 세계적 권위의 하버드 보건대학원 임상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섯째, 분명 자유 시장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 의해 추진되는 대체육이나 대체 유제품 및 배양 고기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과거 미국은 고래 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미국이 고래 사냥을 멈춘 것은 등유의 등장으로 고래 기름의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말을 교통 수단이라는 굴레에서 해방해준 것은 자동차의 발명이다. 대체육이나 배양 고기의 경제성이 확보되면 자연스럽게 축산이 아닌 대체육이나 배양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리라 기대한다. 시장에 의해서 말이다. 이들은 기존 고기에 비해 에너지 45%, 토지 99%, 물 96%를 덜 필요로 한다. 

일곱째, 이제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선택은 디폴트(Default) 옵션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이러한 지속 가능한 문화의 배양에 중심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으로 소비자를 이동시키는 것을 중요시할 것이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소비가 생산을 추동하는 사회인 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당연히 전 지구의 과시적 소비 경쟁과 소비 지상 문화의 해체를 선도하는 생명 존중, 생태계 보호, 윤리적 소비의 비거니즘(Veganism)에 주목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이야말로 정부를 돕는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의 25% 가량이 채식이나 비건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채식 인구가 이미 150만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자연계에서의 핵심적인 교류는 에너지 교환이며 그것은 먹이사슬과 먹이그물을 포함한다.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다른 생명체들을 먹음으로써 산다는 의미다. 이 삶의 전제에 대한 고민 없이 공장식 사육, 단일 경작, 유전자 조작, 소비 지상주의 등 생명과 자연을 조작 가능한 물질로 여기고 인간마저 상품화가 일상인 시대다. 우리는 삶의 전제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통해 불필요한 죄책감에 빠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불필요한 침해를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즉 생명의 그물망을 그대로 존중하면서 폭력과 죽임을 최소화하는 윤리적 배려와 삶의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생명의 전체적인 상호 관련성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생물학적 지식을 갖춘 생명 존중의 윤리를 북돋우는 정신 교육을 더욱 진작해야 한다. 

지구는 더 이상 인간 활동을 흡수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인간 활동이 지구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소위 인류세 시대다. 우리는 산업 문명 전체에 대해 전 지구적 질문을 던지고 환경과 새롭게 관계 맺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생태학은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존재하고 어디에 속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해 의미심장한 빛을 던져준다. 우리로 하여금 인식의 도약을 통해 좀 더 큰 틀에서 자신과 가족을 바라보라고 한다. 우리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초연하고 순수한 과학자의 눈으로 사물을 보려해도 관찰자는 자연계를 바라보면서 그 체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것의 일부가 된다. 물론 부분적 관점에서 자연 과정이 경쟁적이고 계층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물계와 그것의 생태적 상호 작용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인 것이다. 

육식 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 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 행동이다. 동물이나 자연을 대하는 자세는 효용성과 효율성에만 기반을 두고 오직 시장만이 그 방향과 의미를 제공하는 세상에서 우리 자신이 진화하는 의식을 반영하는 이상적인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명 속에 깃든 영성과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존재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환경과 문화, 정치, 경제 등의 총체적 위기도 깊게 바라보면 바로 영성의 문제이다. 영성은 상호의존성의 자각이다. 윤리적 채식 즉, 비거니즘은 모든 생명을 향한 자비심과 그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알아차림’에 기초한다. 이름만 비건일 뿐, 사실상 상호 의존성 자각의 기본 표현이다. 이 상호 의존성에 근거해 지구를 공유하는 다른 생명체와의 유대감을 다지며 새로운 인류 의식을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디게 될 것이다. /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 고용석

비건채식운동가. 1994년, 환경·시민·종교단체가 총망라된 국내 최초의 국제 채식 심포지엄 ‘채식이 지구를 살립니다’와 미래진단 세미나 '퓨쳐비젼'을 비롯하여 세계를 연결하는 지구온난화 글로벌 컨퍼런스 등 수십 차례의 창의적이고 선구적인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세계 NGO대회와 유엔 사막화와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총회 등에 참여하며 방한 종교 및 환경 지도자들의 통역 일과 각종 주요 신문의 컬럼리스트와 자유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