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22) meaning 의미

mean·ing [míːniŋ] n. 의미(意味)
의미, 쪼치는 게 아니라 촞는 거
(의미, 쫓는 게 아니라 찾는 것)

meaning은 mean ‘뜻하다’와 –ing ‘--하기(=act)’의 결합이다. 이 meaning에서 파생된 낱말로는 meaningful ‘뜻있는’, meaningless ‘무의미한’, well-meaningly ‘선의로’ 등이 있는데, meaning의 어원적 의미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거나 부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한자어에서 온 ‘의미(意味)’는 ‘뜻’과 ‘맛’의 결합이다.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재미있고 흥미(興味)롭게 이루어가는 것을 뜻하는 듯하다.

두 명의 가정주부가 각각 며칠씩 친정에 다녀오게 됐다. 이럴 때 대개는 가기 전부터 걱정이 많다. “가족들이 밥은 제대로 해먹을까? 밥솥 뚜껑 여는 법은 알까? 설거지와 세탁은 .....” 등등. 그런데 친정에 갔다가 돌아와 봤더니 한쪽 집은 난장판이다. 그야말로 엉망진창! 다른 쪽 집은 웬걸, 갈 때보다 집정리가 더 잘 되어 있다. 과연 어느 집 주부가 더 행복감을 느낄까? 의외로 거지꼴이 된 집의 주부라고 한다. 물론 그 꼴을 보고 소리는 크게 한번 지를 수 있다. “원 세상에, 내가 없으니까 집구석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네!”
하지만 이 말을 하자마자 쓱 돌아서서 웃으며 중얼거린다.
“그래도 이 집에는 내가 필요하구나.”
이런 것이 바로 사는 의미다. 반면, 깔끔한 집 상태를 본 주부는 처음엔 좀 기쁜듯하다가 이내 슬퍼진다.
“내가 없어도 잘 사네!”
외려 사는 의미를 잃어버린다.    

- 차동엽의 ‘천금말씨’ 中에서 - 

영어의 sad는 원래 ‘자기가 원하는 걸 모두 충족시켜 만족한 상태에 있는(=satisfied)’이란 뜻이었다. 그러다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한 다음에 찾아오는 허무감(sense of futility) 때문에 ‘슬픈’이란 뜻으로 전환된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1905-97)은, 이처럼 모든 욕구가 채워진 다음에 찾아오는 욕구, 인간이 궁극적으로 갈구하는 욕구를 ‘의미에 대한 의지(Will to Meaning)’로 보았다. 바로 그것이 내 존재의 보람이요, 내 존재의 의미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런 존재의 의미란 우리 부모님들이 자식을 보며 ‘네가 있어 내가 산다’라던 말씀이 그 시작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그런 말을 먼저 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주위 사람들이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그런 말 한마디 슬쩍 찔러주는 게 공동체적 사랑의 씨앗이 아니겠는가. 단언컨대, 의미는 쫓는 게 아니다. 쫓으면 쫓을수록 허망감만 배가될 뿐이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의미를 쫓는 개발주의를 지양(止揚)하고,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특별한(special)’ 자치도(自治道)를 지향(志向)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제주도와 제주도민으로서의 보람과 의미를 차곡차곡 심어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의미를 쫓는 개발주의를 지양(止揚)하고,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특별한(special)’ 자치도(自治道)를 지향(志向)해야만 한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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