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옥 동원교육학원 이사장 서신 "강 총장 재량 남용 판단"

제주국제대학교를 경영하는 학교법인 동원교육학원 이사회(이사장 허정옥)가 결국 강철준 제주국제대 총장의 직위해제를 의결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사회는 지난 24일 회의를 갖고 강철준 총장의 직위해제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공식적인 사유는 '재량권 일탈'로, 이사회는 강 총장이 올해 초 실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 과정과 교원 인사평가 과정에서 재량을 남용했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인 관계자는 자세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지만 최근 학내 구성원들에게 배포된 허정옥 이사장 명의의 서신에는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있다. 이 서신은 대학이 처한 현실적인 위기를 호소하며 강철준 총장의 직무정지에 이르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이사장으로 취임해 살펴본 우리 대학의 현실은 밖에서 듣던 것보다 격차가 크고 생각보다 심각하다. 3년 간 459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처분하고도 교육환경은 개선되지 않았고, 재학생 현황은 공허함을 느끼게 하며, 젊은 교수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국가장학금도 받지 못하는 재정제한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임금소송은 무려 20건을 넘어섰고, 구성원 간 고소고발 사건이 학교 밖으로 보도되는 불상사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자체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7월 18일, 전임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이 직접 선출한 총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하고,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5명의 이사가 사임했다. 총장은 교원소청과 법원을 통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지위를 회복했지만 복귀 이후부터 지금까지 해임사유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과 실적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하고 재량권을 일탈한 사례가 계속돼 결과적으로 학교 회생의 절대적 자원인 시간을 잃어버린 상황에 이르렀다. 임용권자로서 이사장은 총장의 행위가 위법하거나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판단될 때는 즉시 이사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해야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법적으로 이사장의 선택 사항이 아닌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사학진흥재단 예산안 보고 누락 △대학보완평가 포기 △학과정원조정 미시행 등을 언급했다.

허 이사장은 "모든 대학은 3월 말까지 당해년도 예산서를 사학진흥재단에 보고하는 게 의무화돼 있지만, 제주국제대는 현재까지도 이 보고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이에 대한 불이익은 학생모집 정지도 가능할 정도로 매우 위중한 것"이라며 "대학의 요구로 지난 1차 이사회에 학교의 예산 안을 상정했지만, 인건비 산정이 위법하게 작성됐기에 부결됐으며, 이에 대한 시정을 거듭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평가는 국가장학금과 연계돼 대학의 생존을 결정하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보완평가를 스스로 포기했고, 이에 따른 손실은 대학의 미래를 저당 잡힌 것과 다름 아닌 막대한 금액에 상당하다"며 "평가단 관계자들과 미팅을 열어서 포기 선언에 이르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봤고, 전·현직 평가단장과 서면과 구두로 '보완평가의 포기가 공식적인 평가단회의를 통하지 않고 총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결과'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허 이사장은 "대학의 경영계획은 학과 및 정원 조정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주국제대는 2020년 입시에서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대학이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과 및 정원조정을 통한 충원율 제고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나 강 총장은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동원교육학원은 제주도에 강 총장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제주도는 내부 논의를 거쳐 제주도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할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국제대는 강 총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에 따라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부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총장 직무대행은 김덕희 학생처장이 맡게 된다.

한편, [제주의소리]는 이사회에서 직무정지가 의결된 내용을 최초 보도한 이후부터 강 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25일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다만, 강 총장은 주변인을 통해 학교법인 이사회의 주장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법적인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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