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음식물감량기 절단사고 임시방편식 조치 성토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조치 명목으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정지 버튼에 붙은 청테이프. 사진=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조치 명목으로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정지 버튼에 붙은 청테이프. 사진=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최근 제주지역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물 감량기에 의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제주도교육청이 뒤늦게 안전조치에 나섰다.

제주도내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물감량기에 의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제주도교육청이 내놓은 안전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감량기는 여전히 현장에서 돌아가고 있고, 기껏 마련한 대책이 버튼을 누르지 못하도록 청테이프로 고정시키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면서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이하 노조)와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제주도내 학교 급식실에서는 지난 2018년 10월과 지난해 5월, 12월, 올해 5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음식물쓰레기 감량기로 인해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중에는 치료 후에도 손가락을 펴지 못하거나, 손가락 봉합조차 시도하지 못해 잘린 손가락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지난달에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아직 치료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부상을 입은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다시 현장에 복귀한 상태다. 

도교육청은 지난 5월 말 음식물 감량기 손가락 절단 사고가 재차 발생하고 나서야 6월 초부터 한 달 동안 46개 학교 급식실을 방문해 특별안전교육과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도교육청이 시행하는 안전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정지버튼을 눌러도 감량기 속 칼날이 오작동하는 음식물 감량기에 노동자들이 정지버튼을 누르지 못하도록 청테이프이나 투명테이프로 플라스틱 뚜껑을 고정시켰다.

25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25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이와 관련 노조는 25일 오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별 학교에 음식물 감량기 선택과 운영을 맡겨서는 곤란한다. 노사가 공동으로 학교 급식실 음식물 감량기 안정성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교육청 차원의 음식물 감량기 설치·운영 및 안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감량기는 과감한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열악해진 급식실 노동자의 실태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노조가 제주도내 급식노동자 21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배식시간이 코로나 이전보다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배식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이 넘는 56%였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온열질환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호소했다. 노조는 "급식실 노동자들은 한여름도 아닌데 벌써 머리가 어지럽고 메스꺼워 쓰러질 것 같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온열질환자가 생길까봐 다들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조는 "학교별로 방역지원 인력을 뽑았지만 급식실 노동강도를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급식실 노동자가 소독업무를 하는 경우가 응답자의 71%였고, 방역지원 인력이 급식실 소독업무를 하는 경우는 29%에 그쳤다"고 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오는 30일 노조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갖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규정 제정 △ 급식실 음식물 감량기 안전대책 마련 △급식실 폭염대책 마련 등의 안건을 다룰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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