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도 모성은 질겼다. 제주 앞바다에서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끝까지 업고 다니는 모습이 수중 카메라에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6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래연구센터가 11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조사를 진행하던 중 특이 행동을 하는 어미 돌고래 한 마리를 목격했다.

당시 어미 돌고래는 죽은 새끼 돌고래를 자신의 등과 배 등을 이용해 수면 위로 올리려는 행동을 반복했다.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는 등 새끼 곁을 떠나지 않았다. 

새끼 돌고래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해수산연구소 고래연구센터가 11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조사를 진행하던 중 죽은 새끼 사체를 업고 이동하는 어미 돌고래 한 마리를 목격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NIFS)]
동해수산연구소 고래연구센터가 11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조사를 진행하던 중 죽은 새끼 사체를 업고 이동하는 어미 돌고래 한 마리를 목격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NIFS)]

동해수산연구소 고래연구센터에서 내부 자료를 검색한 결과, 해당 어미 돌고래는 2008년 4월 처음 발견돼 ‘JBD085’으로 명명된 암컷 성체였다. 과거에도 출산 경험이 있었다.

동해수산연구소 고래연구센터의 김현우 박사는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보트를 이용해 약 5분간 이 모습을 촬영하고 어미 돌고래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조사를 종료했다.

어미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한동안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관찰되는 특이 행동으로 알려졌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도 2017년과 2018년에 관찰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죽은 새끼에 대한 어미의 애착 행동은 무리의 개체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동의 일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해수산연구소 고래연구센터가 11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조사를 진행하던 중 죽은 새끼 사체를 업고 이동하는 어미 돌고래 한 마리를 목격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NIFS)]
동해수산연구소 고래연구센터가 11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조사를 진행하던 중 죽은 새끼 사체를 업고 이동하는 어미 돌고래 한 마리를 목격했다. [사진제공-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NIFS)]

국립수산과학원은 “새끼를 끝까지 지키려는 어미 돌고래의 모성애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다”며 “돌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제주의 경우 무리에 다가가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를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중형 돌고래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식하기에 적합한 수온인 제주도 연안에 주로 분포한다. 적게는 2∼3마리, 많게는 70∼80마리가 무리 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띄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제주도 남방큰돌고래를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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