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장 인사청문] “원희룡 지사 약점 갖고 있느냐”...김 예정자 “사퇴하지 않겠다”

김태엽 서귀포시장 예정자 인사청문에선 음주운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탈세 및 증여, 권한남용, 배우자 승진, 자녀특혜 채용, 불법건축물 용도변경 대가성 의혹,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음주운전과 배우자 승진의혹에 대해선 사과하고 반박했지만 부동산 탈세 및 증여의혹, 부시장 재직시 관사사용 등 권한남용에 대해선 뒤늦게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지사가 시장 예정자로 지목한 것을 두고, 청문 의원들은 김 예정자에게 '상왕'이거나 '원희룡 지사 약점을 갖고 있느냐'는 비꼼도 나왔다.

제주도의회 행정시장 예정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조훈배)는 29일 오전 10시부터 김태엽 서귀포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진행했다.

이날 인사청문 분위기는 지난 26일 안동우 제주시장 예정자와 분위기 사뭇 달랐다. 안 예정자에 대해선 의원들마다 '축하한다'는 의례적인 말이 있었지만 김태엽 예정자에 대해선 '축하하지 못한다' '인사청문 보이콧' 등 날선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가장 먼저 김 예정자에게 포문을 연 이승아 의원(제주시 오라동, 더불어민주당)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 인사기준, 불법건축물에 대한 음주행위, 불법건축물 용도지역변경신청, 권한남용 관사이용, 배우자 승진, 아들 채용, 부동산 탈세 증여 의혹 등을 연거푸 제기했다.

각종 의혹을 제기한 이 의원은 김 예정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며 "지금이라도 사퇴할 의향이 없느냐"고 따졌다.

이에 김 예정자는 "제가 저지른 과오를 씻기 위해서 서귀포시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경미 의원(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은 김 예정자가 경매로 구입한 외도1동 토지와 해안동 토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김 의원은 26일 안동우 예정자가 '편법 농지'라고 답변한 사진을 보여주며 김 예정자가 농지를 편법으로 취득하고 처분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농지를 재테크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귀포시장으로 임명되면 농지처분의무 부과 조사를 받을 것이냐"며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1차 산업은 서귀포시의 생명 산업이다'라고 했는데, 농지를 재테크로 활용하고 있다"고 따졌다.

농지처분의무 부과는 농사 짓는 사람이 땅을 사야 하고, 재테크 등으로 농지가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1년 유예기간을 주고 강제적으로 되팔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자 김 예정자는 "2009년 경매로 매입해서 먼나무를 심었다. 농지법에는 괜찮다고 해서 심었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불법은 아니되 편법이다. 농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경매로 농지를 구입한 후 농사를 짓지 않고 편법으로 활용하다 4년 후에는 도시계획도로가 발표됐다"며 "이게 과연 우연이냐"고 질문했다.

김 예정자는 "당시 그만한 정보(도시계획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자리도 아니었고, 서귀포시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예봉을 피해나갔다. 

강충룡 의원(서귀포시 효돈.영천.송산동, 미래통합당)은 "아무리 생각해도 음주운전은 현재 기준에 맞지 않는다. 혹시 도지사가 자신의 약점을 김 예정자에게 잡힌 게 있거나 교감을 하느냐"고 물었다. 

김 예정자는 "음주한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며 "솔직히 지사님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제가 판단키로는 시장을 하면 정당이나 정치권, 여러 사회단체에서 휘둘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 저를 예정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성의 의원(제주시 화북동, 더불어민주당)은 "여기까지 오지 않으셨으면 했는데 오셨다. 예정자는 서귀포에서 태어나 자란 것은 맞지만 고교시절부터 제주시에 살았다"며 "여러가지 부동산 의혹도, 노후대비용 농지도, 오스피텔도, 4층 복합건물도 모두 제주시에 있는데 왜 서귀포시장에 공모했는 지 이해가 안간다"고 꼬집었다.

김 예정자는 "가족이 제주시 생활 근거지를 갖고 있고, 땅을 산 것도 맞다"면서도 "공무원을 서귀포시에서 시작했고, 고향발전을 위해 나섰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강 의원은 "예전부터 시장(임명) 소문이 났었다. 하지만 음주사고가 나서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만에 응모해 최종 지명까지 됐다"며 "원 지사의 성정상 이 정도 부정적 이슈가 나오면 지명을 안할 사람인데 지명까지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봐서 (김 예정자는) 능력자다. '상왕' 비서실장이었느냐"고 따졌다.

음주교통사고 변상금과 관련해서도 강 의원은 "교통사고로 공공시설물을 파손하면 변상금을 처분하게 된다"며 "그러나 대부분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는데 최근 3년 동안 변상금을 직접 처분 사례는 김 예정자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비서실장 당시 형님이 공기업 수장에 임명되고, 공무원인 아내도 승진됐고, 관련된 업무를 하는 람정제주개발에 아들이 취업했다"며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 정말 제주도에서 갑 중의 갑이자 능력자, '상왕' 비서실장이었다"고 가일층 꼬집었다.

김 예정자는 "형님은 스스로 판단해서 한 것이고, 아내는 오히려 저 때문에 피해를 봤다"며 "5년 동안 승진명부 1위였다. 비서실장 부인이라고 승진자격을 안주면 그게 문제"라고 적극 해명했다.

이승아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노형동 4층 복합건물과 관련해 공동소유하고 있는 아들과 1억원 이상 투자 차이가 나 사살상 증여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서귀포시 부시장으로 재임하면서 관사를 사용했는데 규칙을 보면 사용대상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데 법적 근거없이 사용했다"며 "총괄재산관리관에게 변경승인요청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권한남용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예정자는 "인정한다. 실무적으로 소홀했다"고 답변했다.

김경미 의원은 종합소득세와 관련해 5년동안 납부하지 않아 탈세를 하다 인사청문을 앞두고 부랴부랴 납부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종합소득세 자료를 요청했는데 26일 밤 저녁에 와서 공람할 수 없었다"며 "그동안 미리 내셨다고 하는데 5년치를 한꺼번에 냈다. 탈세를 하지 않았느냐"고 공격했다.

김 예정자는 "아들과 같은 날짜에 신고를 같이 했다"며 "제가 거짓말을 하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세무사에서 공식적으로 받은 자료다. 자료 제출하자 6월23일 5년치 한꺼번에 냈다. 그래서 탈세를 한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김 예정자는 "일층 상가부분을 별도로 내는 것을 청문회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았다. 2016년부터 가산세까지 포함해서 전부 낸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시 김 의원은 "영리업무를 하려면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임대업을 하면서 겸직허가를 받았느냐"고 따지자 김 예정자는 "겸직허가를 받지 않았다. 주택임대 등은 통상적 개념으로 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강성의 의원은 "건물 임대로 종합소득세 납부 대상자가 됐음에도 모르고 있다가 인사청문으로 인지해서 올해 납부했다"며 "임대업은 겸직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았다. 자기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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