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체류중인 제보자 진술 신빙성이 핵심...1998년 지방선거 유탁파 개입설도 관심

SBS [그것이알고싶다]를 통해 제기된 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에 대해 경찰이 21년 만에 재수사에 착수했다.

제주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은 27일 이승용 변호사 사건 방송 이후 재수사 방침을 정하고 이미 열람 중이던 관련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 변호사(당시 44세)는 1999년 11월5일 오전 6시48분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옆 모 아파트 입구 사거리에 세워진 자신의 쏘나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부검 결과 이 변호사는 예리한 흉기에 6곳을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하나는 흉골을 관통하고 이 변호사의 심장을 직접 겨냥했다. 때문에 청부살인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도내 형사 인력이 총동원돼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2014년 11월4일 자정을 기해 이 변호사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면서 형사처벌도 불가능해졌다.

방송에 등장한 김모씨는 전 유탁파 행동대원이다. 김씨는 1999년 10월 당시 두목인 백모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고 갈매기로 불리는 동갑내기 손모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재수사의 핵심은 자신을 살인사건 교사범이라고 언급한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느냐 여부다. 김씨의 진술이 대체로 구체적이지만 두목의 수감시기 등 사실과 일부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경찰도 김씨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김씨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김씨는 현재 동남아지역에 머물며 다른 국가로의 이동도 힘든 상황으로 정해졌다.

형사들이 제보자의 진술을 듣기 위해 해당 국가에 출장을 가더라도 2주간 시설격리가 불가피하다. 출국 금지조치가 내려졌다면 제주로의 임의동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에서 언급된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조직폭력배 개입설도 고민거리다. 

이 변호사는 당시 우근민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제주시 애월읍 청년의 양심선언을 돕고 있었다. 기자회견까지 참석한 청년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제작진은 당시 유탁파가 도지사 선거 등 지역 정치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에 우 전 지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해당 청년을 알지 못하고 유탁파 개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방송직후 우 전 지사의 이름이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고 각종 블로그가 작성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8년 6월4일 치러진 도지사 선거에서 우근민(새정치국민회) 후보는 52.76% 득표율로 민선 도지사에 올랐다. 신구범(무소속) 후보는 30.78%, 현임종(한나라당) 후보는 16.45%였다.

제주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 관계자는 “방송 제작 과정에서 이미 과거 수사자료를 열람하고 있었다”며 “현재는 해당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선거 개입은 의혹에 불과하고 우선 제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데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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