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지하수 등 환경훼손 우려...JDC "개발부지 대폭 축소" 해명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부지 내 서식하고 있는 개가시나무. 사진=곶자왈사람들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부지 내 서식하고 있는 개가시나무. 사진=곶자왈사람들

제주 중산간 지역의 곶자왈 훼손 논란을 일으켰던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가 2단계 사업의 발걸음을 뗐다. 이번에도 대규모 곶자왈이 사업 부지에 포함되면서 환경훼손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업 주체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최근 총 6억5000여만원의 예산으로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 부지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연말까지 실시설계 용역을 마무리한 후 내년에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은 289만여㎡ 부지의 1단계 사업을 2017년 마치고, 추가로 89만㎡여 부지에 국제대학, 주거시설, 근린생활시설, 주차장 등을 2023년 상반기까지 준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어교육도시 부지 입지 선정 문제는 1단계 사업이 시행된 2008년 당시에도 불거졌다. 사업 부지의 대부분은 도너리오름에서 분출한 용암류에 의해 형성된 대정곶자왈에 속한 곳이다. 해당 지역은 현재도 침엽수와 활엽수가 동시에 우거진 생태적 가치를 지닌 지역이기도 하다.

2단계 사업 부지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당시 발표된 제주영어교육도시 도시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확인 결과, 2단계 사업 부지는 녹지자연도가 7~8등급에 속하는 곳이다.  토지의 자연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녹지자연도는 식물군락의 녹지성과 자연성을 고려해 10등급으로 나누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4~7등급은 완충지역, 8~10등급은 보전지역으로 나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환경영향평가 녹지자연도. 붉은 원 안이 2단계 사업부지로 보전-완충지역을 뜻하는 7~8등급으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환경영향평가 녹지자연도. 붉은 원 안이 2단계 사업부지로 보전-완충지역을 뜻하는 7~8등급으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영어교육도시 기존 1단계 사업부지는 무식생지구인 1등급부터 과수원인 3등급, 초지인 5등급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이에 반해 2단계 사업지구는 색상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듯 대부분 활엽수 유형의 2차림으로 7~8등급이 매겨져 있다. 

녹지자연도 등급 외에도 생태계보전등급 역시 고려돼야 할 대목이다. 영어교육도시 사업 부지 내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상식물인 개가시나무의 서식지가 포함돼 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멸종위기야생식물이 분포된 지역은 '멸종위기야생식물 군락지'로 분류되고,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으로 지정된다.

부지 내에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상 위기종인 백서향, 특산식물인 왕초피 등의 개체도 발견되고 있다. 희귀식물, 특산식물 군락지는 생태계보전지구 2등급에 속한다. 

개발 사업 부지의 경우 생태계보전등급이 4-2등급으로 매겨졌지만, 이전 조사됐던 식생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생태환경과 별개로 사업부지의 80% 이상이 지하수관리등급 1~2등급 지역이다. 지반이 화산암반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곶자왈 지형의 특성이다.

제주도가 지하수자원 보전을 위해 오는 7월1일자로 확대 고시한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에는 고산-무릉 지역 약 22㎢ 부지가 포함됐다. 가뭄 시 지하수 과다 취수에 의한 해수침투 우려가 있는 특별관리구역으로 선정된 것이다. 새롭게 고시될 지하수특별관리구역은 영어교육도시 사업부지와 직경거리로 5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업부지 내 지하수자원보전지구 등급별 분포 현황. 붉은 원 안의 2단계 사업부지는 모두 지하수 2등급 보전지구로 포함돼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업부지 내 지하수자원보전지구 등급별 분포 현황. 붉은 원 안의 2단계 사업부지는 모두 지하수 2등급 보전지구로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JDC는 2단계 영어교육도시 개발사업 역시 2008년 도시개발사업 인허가를 완료한 곳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훼손 논란에 대비해 지난 2014년 환경을 고려한 개발계획으로 축소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JDC는 2단계 사업부지 전체 면적인 89만2669㎡ 중 당초 개발면적은 전체 부지의 49.5%인 44만1693㎡였지만, 2013년 제주도가 주관한 합동조사를 실시한 이후 부지 면적의 29.5%인 26만3534㎡으로 개발면적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식생을 원형녹지로 최대한 보전해 도시조성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했다. 합동조사단이 권고한 최대 개발면적 32만5000㎡보다도 더 축소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JDC 관계자는 "환경단체의 우려를 반영해 식생조사를 다시 실시했고 개발 면적을 대폭 축소시켰다. 사업 부지의 70%를 보전하기로 했는데도, 마치 새롭게 환경을 훼손한다고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부지 내 서식하고 있는 백서향. 사진=곶자왈사람들
제주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부지 내 서식하고 있는 백서향. 사진=곶자왈사람들

반면, 도내 환경단체는 개발 면적이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대규모 개발에 따른 곶자왈 훼손 논란이 있는만큼 추가적인 개발사업은 원천적으로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주영어교육도시 사업부지는 승인 당시에도 문제가 많았던 지역이다. 단순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에서도 사업 부지에서 제척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던 곳"이라며 "JDC가 토지 이용계획을 줄이긴 했지만, 그 사이에 조례에 따라 곶자왈 등급 기준도 바뀌었고, 식생이 바뀌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JDC가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던 상황에서 현 기준을 놓고 영어교육도시 2단계 부지에 대한 식생조사를 다시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보다 좋은 방안은 보전가치가 있는 곳들은 가급적 곶자왈도립공원에 편입시키고, JDC의 2단계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 1단계 부지 중 개발이 안된 부지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JDC의 전향적인 판단을 당부했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대표는 "JDC가 영어교육도시 2단계 사업부지를 줄인 것은 맞지만 기존 계획의 문화·체육시설을 모두 줄이고 주택용지와 근생시설 등만 남겨놓았다. 사업 부지 내에서 꾸준히 주요 생물종이 발견된만큼 보다 신중한 조사과정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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