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35) 원칙과 법 지키지 않는 환경영향평가 개선해야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최근 제주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심의에서 부동의 결정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그동안 제주도가 운영해 온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원칙도 없고, 법·규정도 지키지 않은 채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되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제주도가 도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보이기는 요원해 보인다. 제주도의 위법한 환경영향평가 운영에 대해 현재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된 조사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변화 요구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제주섬 남쪽 끝자락에 있는 송악산. 누구라도 와 보면 소유하고 싶은 제주의 절경 중 절경이다. ⓒ제주의소리
제주섬 남쪽 끝자락에 있는 송악산. 누구라도 와 보면 소유하고 싶은 제주의 절경 중 절경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규정도, 원칙도 없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주도 제일 절경이라 해도 아깝지 않을 송악산 일대 개발사업으로 지역주민은 물론 많은 도민들이 이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하고, 도의회 동의 절차까지 가게 되었다. 여기만 통과하면 바로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도의회 동의안 심의 바로 직전에 중요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 첫 번째가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환경영향평가서 검토의견을 누락한 채 협의를 진행한 것이었다.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규정은 제주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사항이다. 이 규정이 만들어지지 전에는 환경부장관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확인 결과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은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며 본 개발사업 자체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이러한 총괄의견이 누락된 채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의견서’가 작성되었고, 문제의 검토의견서를 토대로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제출하여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왜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핵심적인 검토의견을 누락한 채 검토의견서를 작성했을까.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사업자가 제주도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고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 및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 관련부서 등에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내 후 검토의견을 수합하여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최종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사업자에게 보내면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을 비롯한 검토의견을 반영하여 환경영향평가 검토보완서를 작성하게 된다.

그런데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제주도가 아닌 사업자측이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중요한 절차적 하자이다. 제주도가 제공한 검토의견서 원문의 문서정보를 보면 문서 작성자가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고 있는 업체 직원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사업자가 선정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입장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기 일쑤다.

결국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의 ‘사업 재검토’ 의견은 본 사업 추진의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가 제주도 대신 검토의견서를 정리하면서 임의로 이 내용을 누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정리해야 할 검토의견서를 어떻게 사업자 측 대행업체가 맡게 되었을까. 이는 엄연히 부정한 위법행위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시킨 매우 심각한 행위이다. 이에 대해서 현재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조사 중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세 번째는 도의회 심의 이후에 나온 문제이다. 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에 대해 부동의 결정이 내려지자 제주도는 이후 절차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환경영향평가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하는지 또는 보완만 해서 다음 임시회에 제출할 수 있는지 등 명확하게 이후 절차를 밝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부동의가 처음이라 법리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제주도의 해명이었다. 중앙정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을 이양 받아 운영해 온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까지도 제도의 운영체계가 구축되지 못했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과정에서 부동의 결정이 날 경우 원점에서 다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서가 부동의 처리된 서귀포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귀포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부동의 없어 무조건 통과되는 환경영향평가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제출된 것은 지난 2014년 12월이었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한 것은 2019년 1월이다. 환경영향평가 심의만 4년 넘게 받았고, 그 중에 심의회의는 5차례나 열렸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심의회의가 여러 차례 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심의 결정사항에 부동의가 없기 때문이다.

개발사업 입지가 아무리 환경적·경관적으로 가치가 뛰어나 개발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라도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 하에서는 개발이 가능하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부결을 의미하는 부동의 결정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는 심의 결정사항으로 원안동의, 조건부동의, 재심의 중에서만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송악산의 경우처럼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해도 재심의 결정을 반복하다 결국 동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자 지난 2015년에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심의 결정사항에 부동의를 추가하고, 재심의는 두 번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제출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주도의회가 반대의견을 피력하면서 조례 개정안이 폐기된 적이 있었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는 자문기구 성격이기 때문에 부동의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당시 도의회의 주장이었다. 현재는 새로운 원구성이 된 제주도의회이고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처음으로 부결 처리한 의회여서 이 사안에 대해서도 문제해결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정보공개, 주민참여 확대 등 갈 길 먼 환경영향평가제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의 공사과정 및 운영 시 나타날 수 있는 환경문제를 사전에 예측하여 이를 저감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절차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주민 및 도민들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 과정마다 주민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정보공개, 주민참여 기회는 상당히 제약이 많다. 

먼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대한 정보제공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정보시스템과 비교해도 매우 제한적이고 제공되는 정보량도 아주 적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 홈페이지에 가면 지금까지 협의된 사업의 협의내용은 물론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의 정보, 평가서 공람 및 설명회 장소, 환경영향평가서 원문까지 바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제주도가 운영하는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 홈페이지에는 달랑 협의내용만 공개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서 정한 정보공개의 범위보다 훨씬 적은 정보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참여 기회는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 제도에서 큰 문제 중에 하나이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나왔을 때 주민공람과 주민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 말고는 없다. 주민들은 자신이 제출한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거부당했는지 확인조차 할 수가 없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나와도 이를 공람할 수 있는 기회도 없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없다. 개발사업으로 인한 환경적인 영향은 주민들이 받게 되지만 환경영향평과 과정에 주민의 참여기회는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제주특별법에서 근거하여 권한을 이양 받은 제주도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개선하고 보완할 수 있다. 제주도의 의지만 있다면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주민참여의 폭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렇게 했더라면 송악산 개발사업은 지금처럼 제도권 밖에서 갈등이 형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의견이 제출되고 그 과정에서 논쟁과 대안이 제시되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도 지금처럼 최종 단계에서가 아니라 추진단계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를 검토할 수 있게 돼 비용은 물론 시간까지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난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당시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심사를 제주도지사의 권한으로 하는 제주특별법안에 대해 당시 환경처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었다. 환경처는 “개별사업 추진 주체인 도지사가 아무런 제재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는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제주도가 권한을 이양 받아 시행해 온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평가해 보면 이러한 환경부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환경영향평가는 제주개발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한지 오래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이 누락되고, 제주도가 할 일을 사업자 측에 맡기는 등 부정과 위법행위마저 엿보인다. 이렇게 해서 제주의 환경을 지키고 도민의 삶을 보호할 수는 없다.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전면적인 변화와 개선의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을 다시 환경부에 환원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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