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백의종군 김태석 전반기 의장…“의회 인사권 독립 진전 큰 보람”

등장할 때부터 드라마틱 했다. ‘최다선․연장자’ 1순위 추천 관계를 깨고 전체 당내 경선을 통해 의장에 당선됐다.

전체의원 43명 중 29명, 모든 안건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장에 대해 도민들은 적폐청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컸다. 과연 지난 2년간 이러한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했을까.

6월30일로 전반기 의장 임기를 마친 김태석 의장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평가는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2년간 가장 기뻤던 일로는 제주도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의회 인사권 독립’에 성큼 다가선 것과 지난해 ‘제13회 대한민국 의정대상’에서 기관 부분 대상, 최우수위원장상, 최우수의원상 등 최고상을 휩쓰며 제주도의회 의정역량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을 꼽았다.

반면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는 상대보전지역 조례 개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부결된 것을 떠올렸다. 그는 이를 “도민들의 자기결정권 확보 차원에서 접근했어야 할 문제였는데, 제2공항 반대 프레임에 갇힐까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교육의원 제도 존․폐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정치지도자로서 찬․반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예봉을 피해나갔다.

최근 제주도인구 증가 및 기초의회 부재 등을 감안한 의원정수 확대와 관해서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서도 “(의원정수 확대에 따른) 세금이 더 투입돼야 하는 등의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

평의원으로 남은 2년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는 “전반기 의정 슬로건인 ‘도민주권’을 늘 가슴에 품고, 처음처럼 초지일관하는 의원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6월30일자로 11대 의회 전반기 의장 임기를 마친 김태석 전 의장. ⓒ제주의소리
6월30일자로 11대 의회 전반기 의장 임기를 마친 김태석 전 의장. ⓒ제주의소리

Q. 의장 선출 때부터 드라마틱했다. ‘최다선․연장자’ 1순위 추천 관례를 깨고 당내 경선을 거쳐 의장에 당선됐다. 지난 2년 돌아보는 소회는?

과거를 되돌아보면 못한 것에 대한 반성,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스러움 이런 것들이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가지는 인지상정이 아닌가 한다. 저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를 돌아보니까 잘한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못한 것들이 더 많이 스쳐지나간다.

Q. 작년 ‘제13회 대한민국 의정대상’에서 기관부문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전국 지방의회 중 1등이라는 말인데, 개인적으로도 영광일 것 같다.

저의 영광이라기보단 제주도의회의 영광이다. 도의원들이 그만큼 역량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종합대상뿐만 아니라 김경학 의원은 최고위원장상, 강연호 의원은 최고의원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상을 제주도의회가 다 휩쓸었다. 제주도의회 역량을 수상기관에서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42명의 동료의원들에게 대단한 고마움과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Q. 25일 제383회 정례회 폐회사를 통해 ‘의장으로서 기쁜 일은 한 상자였고, 반성해야 할 일들은 한 수레였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임기 중 가장 기쁜일, 가장 반성해야 할 일 하나씩만 꼽는다면.

김태석 전 의장.ⓒ제주의소리
김태석 전 의장.ⓒ제주의소리

가장 기쁜 일은 원희룡 지사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의회인사권을 독립시켜 준 것이다. 물론 시스템화는 안됐지만 인사권을 독립시켜 줌으로써 의회역량이 상당히 강화됐다. 정책연구실이 만들어져 의원들의 역량이 업됐다. 민원홍보담당관실이 만들어져 각종 민원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졌고 의정을 홍보하는데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 제1회 지속가능발전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는데, 17개 광역의회 의장들이 ‘어떻게 지방의회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느냐’고 부러워했다. UN 국장도 자기가 아는 한 지방의회에서 UN이 지정한 슬로건으로 컨퍼런스를 한 것은 제주도의회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 제주도의회가 세계적, 전국적으로 각인시켜줄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었다고 본다. 이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행복한 일이었다.

반성해야 할 일들도 많다. 첫째, 행정사무조사 특위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 두 번째는 상대보존지역조례가 부결된 점이다. 의장이 역할을 제대해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제2공항 프레임에 갇혀 도민주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 또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의원들 목소리를 하나로 묶는 과정이 미흡했다. 이런 것들이 의장의 역할이고 리더십인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차기 의장은 어떻게 의원들 다양한 목소리를 민주적 절차를 바탕으로 하나로 모아나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Q. 2년 전으로 거슬러가보자. 당시 지방선거에서 촛불혁명이 이뤄낸 정권교체를 토대로 29명을 당선시키며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런 민주당 의회에 적폐청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러한 도민들의 바람에 부응했다고 보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도민들 몫이다. 내 스스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도정은 도지사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관료제지만, 의회는 초선 재선 삼선이든 수평적 관계다. 그런 차원에서 리더십 한계를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말한 것이다.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것이 의장의 몫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강제성을 부여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지금의 포용적 사회에서는 맞지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이 도민들에게 잘못 전달될 수 있고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서로 통합해 나가고 하나의 의견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Q. 의회의 역할이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점에서 두 기관이 갈등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그럼에도 당시 개원사를 통해 “집행부와의 생산적인 갈등과 균형있는 협치를 위해 도민들이 부여한 권한을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의 기관대립형 지방의회의 모델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이뤄졌다고 보나.

생산적인 갈등을 일부러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의회와 집행부는 기관대립형이다. 90%가 잘했더라도 1%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의원들의 역할이다. 갈등 측면에선 지사의 정치 철학과 저희 정치철학이 충돌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를 갈등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갈등이라기보다 지사와 의장이 바라보는 정치적 관점이 서로 달랐다면 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완충해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책협의회 조례의 단점이 뭐냐면 양 기관이 의제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무수히 개․폐회사를 통해 상설정책협의회를 개최하자고 했지만, 제주도가 거부했다. 상설정책협의회를 통한 생산적 논의 과정이 생략되면서 도민들의 우려를 샀다. 이 점은 오롯이 의장과 지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의제 선정에 있어서 의회도 양보할 건 양보할 수 있었는데, 그런 자리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양 기관의 책임이 크다.

지난 30일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김태석 전 의장. ⓒ제주의소리
지난 30일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김태석 전 의장. ⓒ제주의소리

Q. 2년전 지방선거 결과는 ‘무소속 도지사-민주당 도의회’로 요약할 수 있다. 김 의장께서는 제도와 절차에 따른 협치를 중시했다. 그래서 제주도와 의회의 상설정책협의체를 제안했고, 관련 조례도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단 한차례도 상설정책협의회가 열리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조례를 만들 때 의회가 제시하는 안건과 집행부가 제시하는 안건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합의 이전에 서로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야기해보자 했으면 상설정책협의회가 좀 더 건설적인 기능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Q. 민감한 이슈를 던져보겠다. 교육의원 자격제한에 대한 위헌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제주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교육의원 제도의 존폐가 결정된다. 의장이 아닌 평의원으로서 어떤 입장인가.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정치지도자가 한 기관의 수장이 자기 의사를 이야기해 찬․반 갈등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의원 존치와 폐지를 보는 가치의 문제다. 가치를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회에서 의결할 사항은 아니라고 봤다. 있는 그대로의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게 저의 생각이다. 개인적인 의견은 제가 9대 의회 때 언급한 적이 있다.

Q. 10년 전과 비교해 제주도 인구가 10만명 이상 늘었다. 기초의회가 없는 상황까지 맞물려 현재 43명인 의원정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의원이 많을수록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은 강화된다고 본다. 의원들이 다양한 철학과 의견으로 주제에 접근하다 보면 좋은 의견들이 나올 수 있고, 이를 수합하다 보면 집행부 정책에 대해 새로운 의견도 나온다. 의원이 많다는 것을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말았으면 한다. 다만 세금이나 여러 가지의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중앙정부에 귀속된 것과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와 얼마나 의견을 교환하고 일치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의원정수 확대 필요성은 인정하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Q. 지난해 정부입법이 무산된 ‘행정시장 직선제’가 재추진된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정치는 현실의 문제다. 현실을 움직일 수 있는 동인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려면 동력,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여론조사 데이터는 아주 낮게 나온다. 반면 행정시장 직선제 여론은 높다. 국회는 (제주의) 기초자치단체를 본인들이 폐지했기 때문에 다시 부활시키는 것은 자기부정일 수 있다. 10년도 안돼 다시 부활시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 보기 때문에 국회에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는 입법은 어렵다고 본다. 제가 알고 있는 민주당 채널로 몇몇 국회의원들과 컨택했더니 이 분들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더라. 우리 도의회에서도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원하는 의원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입법과정 등을 고려해 행정시장 직선제가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Q. 특별자치의 요체는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이라고 본다. 시장직선제든, 기초자치 부활이든 중앙정부에 목매지 않고 도민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결정권을 특별법에 반영하는게 낫지 않나.

그렇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입법이 필요하다. 문제가 국회가 그것을 해주겠냐는 것과, 제주도가 그만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도 저는 도가 어쩔 수 없이 내민 카드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사가 제왕적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으려는 철학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그것을 움직일 동력은 바로 민심이다.

Q. 7월1일이면 평의원으로 돌아간다. 남은 2년 의정활동 계획이 있다면.

전반기 의정 슬로건이 도민주권과 혁신의정 실현이다. 주권제민의 원칙에서 도민주권을 이야기 한 것이다. 특별자치도라서 자기 결정권한을 갖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은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정책결정 과정에 도민이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 정책을 이끌어냈다는 자존감이 우리 사회를 더 민주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후반기 의정활동도 이러한 기조에서 진행할 것이고, 그렇게 해서 도민들 평가를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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