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대사건, 뉴스 아닌 인권 문제로 다뤄야”
“장애인학대사건, 뉴스 아닌 인권 문제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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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왓 칼럼](11) 선정적 보도와 처벌보다 피해 장애인 권리를 보장해야 / 권오상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학대는 2014년 신안염전노예사건을 기점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6년이 흐른 2020년 현재에도 신안염전노예사건과 유사한 패턴의 사건들은 현재진행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력 착취 피해를 본 장애인들의 사건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그 자극적인 사건의 이야기만 잠깐 관심이 있을 뿐, 피해자들이 어떻게 지원을 받는지, 가해자들이 어떻게 처벌되었는지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처럼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많은 장애인인권침해 사건은 새롭거나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관련 다수 언론 보도 : 19년간 가두리양식장서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2020년 7월 2일) / 지적장애인 10년간 무임금, 상습폭행... '타이어노예'(2020년 6월 3일) / '30년 노예살이' 지적장애인... 70대 가해자는 집행유해(2020년 5월 23일) / '지옥 같던 16년', 제주 지적장애 가족 등친 큰아빠(2020년 3월 30일))

이러한 장애인 학대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2017년 전국적으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설치하여 장애인의 새로운 권리 옹호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학대에 대한 예방과 피해자 지원에 있어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대다수의 학대 피해자들은 본인의 욕구와 의사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수개월에서 수십 년간 학대 행위자의 지배적 환경에서 다양한 피해를 겪고 있다. 피해자들의 특성과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은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와 함께 신체적·심리적 안정과 피해 회복을 위한 치료와 개인별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장애인의 응급조치가 이루어지는 쉼터는 12개 시·도에 13곳이며 제주의 경우 1곳 4명의 정원으로 그 절대적 수의 부족으로 피해장애인의 보호조치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특히 피해장애인의 성별, 연령(아동), 장애유형 및 정도 등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 각 시도별로 최소 2~3곳 이상의 쉼터 설치가 필요하나 이러한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 피해를 입은 장애인 중에서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특화된 피해자쉼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쉼터들조차 단기보호시설 내에 주로 설치되어 있어 거주시설의 특성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해 쉼터의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외에도 피해 장애인의 임시보호와 사회복귀 지원이라는 장애인복지법 취지를 살리려면 적정인력의 배치와 구성, 예산의 확대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수년째 제자리이다. 즉, 현재 인력과 조직의 암묵적인 희생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다.

장애인에 관한 모든 사회적 논의는 장애인 당사자의 주체적 권리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고민돼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장애인학대사건에 대한 사회의 선정적 보도와 처벌보다 피해 장애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 즉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또한 대부분 학대피해장애인은 상당수가 발달장애인이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많아 현재와 같은 지역사회 내 지지체계에서는 자립하여 지역의 일원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쉼터에서의 보호 이후 피해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현실적으로 학대를 겪은 곳으로 돌아가거나 장애인거주시설 입소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최근 4년간 전국의 피해장애인 쉼터를 이용한 장애인의 43%가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했고, 반면 자립을 한 경우는 2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주시설에서 학대를 경험한 경우 95%가 쉼터 퇴소 후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 조치되거나 재입소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시설-자립지원, 커뮤니티케어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결국 학대피해장애인 역시 탈시설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에 자립하여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체험주택, 지원주택 등의 주거서비스와 돌봄, 의료 등의 서비스 제공은 물론 경제적 자립을 위한 개인별 자립정착금지원, 기초생활보장급여 지급 특례적용 등 다양한 지원정책의 대상으로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으나 현재까지 학대 피해자의 지원정책은 미약한 응급보호 정책에만 머물고 있다.

장애인학대행위자에 대한 사회적 대응도 고민되어야 한다. 장애인 학대는 단순히 장애에 대한 낮은 이해와 무지에서 시작된 차별을 넘어 장애인에 대한 혐오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학대 행위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학대 행위자가 장애인 당사자의 보호자이거나 보호자임을 자처하는 경우도 많고, 장기간 피해장애인과 관계를 맺고 있기에 피해자의 의존도 심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강제적인 분리는 피해자의 불안을 더 자극할 수 있다. 결국 학대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처벌을 넘어선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즉,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행위자에게 학대 예방 교육을 강제하거나 최소한의 권고라도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학대 행위자의 상담 및 사후관리 등 다양한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대 피해 장애인은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기까지 학대의 현장에서 무뎌지고 무뎌질 만큼 학대에 익숙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공포와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삶의 역사로 인해 학대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학대를 벗어난 이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 트라우마와 싸워야 한다. 본인 스스로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다양한 삶의 경험 부재가 때때로 무기력을 낳기도 한다.

이처럼 학대 피해자의 자립과 완전한 지역사회의 정착을 위해서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살고 있는 곳에서 어떠한 형태의 학대도 일어나지 않으면서 고립되지 않는 일상의 삶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주거지원, 생활지원, 경제적 지원 등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관계 맺기가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런 역할은 한 두 기관의 노력으로는 할 수 없다. 지역사회 내 여러 유관기관들의 전문성과 자원이 결합되어야 하고, 또 그것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에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권오상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권오상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장애인 학대 관련 사건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서 사람의 삶에 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본 사람이 있고 가해를 한 사람이 있어서 사실관계를 토대로 법적 처리되는 단편적인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다. 그래서 장애인 학대 피해에 관한 사회적 제도의 다면적이고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며, 이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장애인도 사람답게 살아가는 인권의 문제로 다뤄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 권오상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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