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최석윤 대표

제주학생인권조례 태스크포스(TF)팀은 19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도내 학생으로 구성된 제주학생인권조례 태스크포스(TF)팀은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에서도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발의를 위한 준비를 마쳤는지 조례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조례안을 보고 고민을 하던 중에 충남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의회를 통과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충남의 경우 원 발의안에서 10여 곳이 수정된 상태로 내용의 후퇴라는 말이 나오고 학생의 인권을 위한 조례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고 제대로 된 인권조례를 제정하자는 의견들이 다수였기에 제주에서의 준비는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조례와 다른 내용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제주도 학생인권조례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좀 더 인권의 이념이나 의미가 담기길 바라고 있다. 정의당 고은실 의원의 제주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걱정이 생기는 건 그 내용이 학생을 위한다고 하면서 전혀 학생을 위한 것이라 생각 할 수 없다는 개인적 생각이 들어 그러하다.

대표적으로 내용이 문제라 보는 대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조례안 제3조(학생의 인권보장원칙) 1항은 ‘이 조례에서 규정하는 학생의 인권은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며, 이 조례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조례에 담긴 내용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 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항에서는 ‘학생의 인권에 대한 제한은 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육의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 한정하여 학생이 그 제·개정에 참여한 학칙 등 학교규정으로써 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1항에서 학생인권을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권으로 규정한 것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육의 목적상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대목을 문제라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한하는 이유와 방법에 있다.

‘교육의 목적상 필요’라는 불분명하고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사유를 두고 있다는 것과 학생이 참여한 학칙 등 학교규정의 제·개정을 들고 있는데, 참여의 방법이 ‘조례18조 1항에서 제·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지만 ‘2항에서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의 의견제출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해 민주적 절차성과 절차의 정당성을 이야기하지만, 의견 개진과 직접 참여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와 같이 의견을 제출하는 선에서의 참여는 적극적 참여가 아닌 대의민주주의 형식을 취한 것으로 민주적 절차성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내용이라면 학생들은 의견을 제출하는 선에서 참여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나마도 직접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이 아닌 학생자치기구를 통한다는 식으로 참여방식을 설정해 둔다면 학생 전체 의견을 보장하기 보다는 소수가 다수를 대표해 전달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민주적이지도 않고 인권에서 말하는 참여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기본권 제한은 ‘최소화 한다’는 헌법 조항을 들여다 놓은 것일까?

헌법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설마 이 조항을 들어 조례에서도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하는 것일까? 조례의 내용과 헌법의 내용은 동일한 해석이 가능한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자리에서라도 이어서 이야기를 했으면 하며 여기서는 조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조례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히 교감하고 내용에 대한 검토와 의견수렴의 과정은 있었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 진행이 됐다면 절차적 정당성은 소멸 된 것이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가졌는데도 현재의 안(案)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간담회나 의견수렴의 과정을 다시 한번 가질 필요가 있겠다.

지금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마치 ‘우리는 조례가 필요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정확하게 조례가 필요한 것인지 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조례를 만들려는 것인지는 생각해 봤으면 한다. 하나의 조례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과정은 조금 더 촘촘하고 의견은 더 많이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조례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례가 학생들과 학교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게 형성되면 좋을지를 논의하는 과정을 하나, 둘 정도 더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생들은 이 조례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생각을 모아 조례에 담아내는 과정을 가졌는지,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조례의 내용이 충분히 인권적인지, 인권의 의미를 충분히 담고 있는지 살펴보았는지 짚어보고 ‘충분히’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조례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 건 어떨까 한다.

현재 발표된 조례의 내용이 정의당 내부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되고 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지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다.

틀렸다, 맞았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더 나은 조례를 만들기 위해, 더 나은 내용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 보는 것이고 제주지역에서 진보정당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례를 하나 만들어도 절차와 과정에 무게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시민정치가 발현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기에 그러하다.
 
인권은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라 한다. 존엄성은 사람 그 자체를 의미하며 사람이 가진 가치를 의미한다고 한다. 존중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 그 자체를, 그 사람의 가치를 함부로 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한다.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인권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하였다면 그 존엄성은 다른 어떠한 이유로도 제한해서도 안 되고 제한 돼서도 안 된다고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조례가 담고 있는 내용을 공론화하고 그 과정에서 더 인권적으로 보강해 학생들이 이 조례로나마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받고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은실 의원과 정의당, 학생 주체들, 제주지역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미래세대를 위해 오늘, 지금 치열함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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