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설 스님 / 생활불교연구원 산방산 보문사 주지..."산과 바다는 우리의 생명이다"

'산불염토석고고(山不厭土石故高)요, 해불기백수고광(海不忌百水故廣)이라'

산이 높은 것은 저절로 높은 것이 아니라 조그만 돌멩이와 미세한 먼지까지도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이요, 바다가 넓은 것은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크고 작은 물줄기를 꺼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위에 우뚝 솟은 섬 제주도!

▲ 강설 스님 / 생활불교연구원 산방산 보문사 주지
비행기를 타고 육지에 나들이 나갔다가 돌아오는 상공에서 바다위에 우뚝 솟은 한라산을 바라보면 그냥 섬이 아니라 묘유한 신비의 섬이다. 거룩하고 장엄하여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진다.

그 뿐인가. 여객선을 타고 제주바다에 돌아왔을 때 저 멀리 아스라이 펼쳐진 한라산 자락이 보이면 마치 어머니 품안에 안긴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제주의 행복은 눈만 뜨면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명이요, 평화요, 자유인 것이다.

이렇듯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까지 더하여 군사기지화 하려하고 있으니 설문대할망이 개탄하고 제주의 수많은 수호신들이 제주바당 지킴이 소임을 놓아버릴 지경이다.

안보라는 미명하에 제주도민의 삶의 터전인 청정한 바다위에 수십척의 해군 함정을 배치하고 지역경제발전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해군기지를 유치해야 한다는 일부 찬성론자와 단체기관의 주장에 대해 사문은 "산은 아버지요 바다는 어머니라. 어머니의 넓은 가슴에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안겨드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해 해군기지를 유치하고 병력, 가족, 자원, 인력 등 인구유입(약 7500명)과 일자리 창출 등 서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마치 구멍가게를 개업하는 날 부모형제와 일가친척이 찾아와서 주는 축의금 몇 푼 받고 한순간 즐거워 하다가 수개월 만에 부도나면 빚만 짊어지고 문을 닫아야 하는 일과 같은 어리석은 처사요, 도자기(島者氣) 같은 옹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면의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우수한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미래지향적인 해양 정책 수립을 위해서도 해군기지 건설은 남북 분단의 현상황에서 한반도 최남단, 그것도 동북아 중심에 군사시설을 확장하게 되면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장기전망에서 볼 때 오히려 우리의 외교 정치적 입장은 일거에 수세로 밀리게 될 것이다.

제주도에 군사시설이 건설되면 청정바다가 오염됨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족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가뜩이나 한미FTA로 제주와 감귤산업이 무너지는 이즈음 청정 보고인 바다마저 버려진다면 제주의 미래는 누가 보장할 것인가?

한국전쟁이 휴전협정에 들어갈 무렵 구 소련의 한 정치학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제주도는 '지구상의 떠있는 가장 무서운 잠수함'이라고.

그렇다. 제주도는 섬 그 자체의 거대한 위용으로 전 세계를 주시하고 있다. 그 누구도 어떠한 외부의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 아름다운 평화의 상징이다. 넓은 바다는 산위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물줄기를 거침없이 받아들이지만 필요치 않은 것은 또 전부 뱉어버리는 용기와 지혜를 동시에 지닌 것이 바다의 속성이다.

이런 슬기로운 제주바다가, 낭만과 여유가 있는 고기잡이 통통배가 드나들며 뱃고동을 울려주는 항·포구를 등지고 해군기지로 무장된 부대건물과 이지스함과 같은 거대한 군함을 끌어안을 이유가 없다.

54만 인구와 자치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제주도가 1만5000명도 아니고 1500명의 도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여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해군기지건설을 확정 발표하는 것은 제주도가 전체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제주의 미래를 군사기지화 하려는 국방부에 팔아먹는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가 더 이상 군사기지의 섬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세계평화를 향도해 나갈 아름다운 평화의 섬이다. 제주도와 국방부는 평화의 섬에서 평화를 노래하며 제주바당이라는 넓은 어머니 품속에서 살아가는 제주도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서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제주도민에게 정중히 참회하여 더이상 평화를 짓밟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간절히 발원해 본다. / 생활불교연구원 산방산 보문사 주지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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