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24) magnanimous 도량이 넓은

mag·nan·i·mous [mægnǽnimǝs] ɑ. 도량이 넓은
다른 사름덜 울엉 일허켄허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면)

magnanimous는 magn- “큰(=great, large)”과 anim “마음”의 결합이다. magn-에서 나온 낱말로는 magnify “확대하다”, magnitude “크기”, magnificent “장엄한” 등이 있으며, anim에서 나온 낱말로는 anima “정신”, animosity “악의”, equanimous “침착한” 등이 있다. magnanimous의 어원적 의미는 “크고 넓은 마음을 가진”이다. 사물을 너그럽게 용납하여 처리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깊은 생각을 ‘도량(度量)’이라고 하는 바, 그러한 도량이 넓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자신만 생각하고 타인을 잊어버린다면, 우리의 마음은 매우 좁은 공간만을 차지한다. 그 작은 공간 안에서는 작은 문제조차 크게 보인다. 하지만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저절로 넓어진다. 이때는 자신의 문제가 설령 아무리 큰 것이라 해도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달라이 라마, 「용서」 중에서-

황희(1363~1452)는 청백리이자 명재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정치 일선에서 원칙과 소신을 견지하면서도 때로는 관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건국 초기 조선의 안정에 기여하였다. 그와 얽힌 많은 일화들이 있는데, 그 대부분이 청빈함(poor but honest living)을 강조하거나 관용(tolerance)과 타인에 대한 배려(thoughtfulness)와 관련된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점이 그가 20여 년 이상 재상(prime minister) 직에 머물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가 아닌가 한다.

황희 정승이 공무 중에 잠깐 짬을 내어 집에 있을 때의 일이다. 집의 여종들이 서로 시끄럽게 싸우다가 잠시 뒤 한 여종이 와서 “아무개가 저와 다투다가 이러이러한 못된 짓을 하였으니 아주 간악한 년입니다.”라고 일러바쳤다. 그러자 황희는 “네 말이 옳다.”고 하였다. 또 다른 여종이 와서 꼭 같은 말을 하니 황희는 또 “네 말이 옳다.”고 하였다. 마침 황희의 조카가 옆에 있다가 화가 나서는 “삼촌 판단이 너무 흐릿하십니다. 아무개는 이러하고 다른 아무개는 저러하니 이 아무개가 옳고 저 아무개가 그릅니다.”하며 나서자 황희는 다시 또 “네 말도 옳다.”고 하며 독서를 계속하였다고 한다. 언뜻 보면 주관이 없는 자세이다. 세상사 시비를 논하다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대개 한쪽의 입장만을 듣게 된다. 오히려 황희가 보여준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더 쉽지 않다. 주관이 없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할 줄 아는 자세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각종 선거(election) 때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많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도량을 가진 사람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잘못된 것에 대해 비판(criticism)은 하되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아는 넓은 도량을 가진 정치인(politician)이나 공직자(public official)를 보기가 어렵기에, 국민은 정치인을 믿지 못하고 정치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