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민설명회 14층 아파트 1432세대 제안...환경훼손-경관파괴-토지보상-특혜 ‘논란’

제주시가 9일 오후 5시 애향운동장에서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 시민이 사업자측에서 제공한 PPT 파일을 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9일 오후 5시 애향운동장에서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 시민이 사업자측에서 제공한 PPT 파일을 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주민들은 쓰레기에 주차난까지, 민간 특례 사업이 아니라 업자만 이익 보는 특혜 사업입니다”

한라산국립공원 상류 계곡에 버금가는 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는 한천변 주변 개발사업의 밑그림이 나오면서 환경훼손과 재산권 침해, 민간특혜 논란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주시와 (주)호반건설은 9일 오후 5시 애향운동장에서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현장을 찾은 토지주와 주민들은 10분 가량 사업자의 프레젠테이션(PPT)을 듣고 질문을 쏟아냈다. 재산권 보장과 토지보상, 환경보전, 사업자 특혜 등 내용도 다양했다.

사업부지 내 경작을 하고 있는 한 토지주는 “젊었을 때부터 힘들게 땅을 구하고 밭을 일궈왔다”며 “도로를 뚫는다며 땅을 내놨더니 이번에는 과수원까지 빼앗으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토지주는 “20년 가까이 공원지구로 지정해 재산권 행사를 막고 이제 와서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 아파트를 짓느냐. 헌법재판소의 판단대로 공원지구에서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시가 9일 오후 5시 애향운동장에서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사업자측에서 프레젠테이션(PPT)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9일 오후 5시 애향운동장에서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사업자측에서 프레젠테이션(PPT)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9일 오후 5시 애향운동장에서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9일 오후 5시 애향운동장에서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사업자측은 “사업부지는 2001년 8월 이미 오등봉공원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됐다”며 “공원을 지키기 위해 행정에서 민간의 투자를 받아 일부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보상 규모와 환지, 토지주에 대한 아파트 분양권 보장 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일부 주민은 애초 사업계획상 책정했던 토지보상금의 정확한 액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토지주는 “사업비는 뜬구름 잡기고 허무맹랑하다. 토지주들은 땅을 내어줄 생각이 없다”며 “땅을 빼앗아 가려면 감정평가에 손해배상까지 더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측은 “애초 제안서상 토지보상비는 지장물을 포함해 1620억원으로 책정했다. 평당(3.3㎡) 100만원 가량이다. 실제 보상비는 추후 감정평가를 통해 다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지와 입주권은 현행법상 가능하지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며 “다른 주민들도 아파트 분양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에게도 똑같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본격적인 보상협의는 사업계획이 확정 된 이후에 진행한다”며 “추후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면 토지주들이 감정평가사를 추천해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내용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시민은 “제주도 경관관리계획상 오름의 하부경계선에서 1.2km 이내 구조물은 오름 높이의 3/10 이내로 해야 한다”며 “이를 무시할 것이냐. 교통과 하수문제는 어떻게 할것이냐”고 따졌다.

시행사측은 이에 “도심지 오등봉공원은 구좌 등 다른 오름군락과 달리 높이 제한을 적용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하수에 대한 세부적인 처리방안은 향후 상하수도본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오등봉 공원은 (주)호반건설 컨소시엄이 2025년까지 총사업비 8162억원을 투입해 한라도서관 주변 76만4863㎡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부지 중 87.52%, 66만9437㎡는 조경과 휴양, 운동시설 등이 들어서는 공원시설이다. 나머지 12.48% 9만5426㎡는 아파트 2개 단지를 세우는 비공원시설이다.

한라도서관 남쪽은 1단지, 북쪽은 2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 1단지는 지하 2층, 지상 14층, 임대 76세대, 분양 679세대다. 2단지는 지하 3층, 지상 14층, 임대 68세대, 분양 609세대다.

오등봉공원을 가로지는 한천은 한라산국립공원 최상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경관적 가치가 높다. 기암괴석과 하천변에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이 형성돼 환경파괴 논란이 이어져 왔다.

또한 이번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에서 탈락한 사업자가 사업자 선정 절차에 의혹을 제기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사업자측이 8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하면 협의 조치를 거쳐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경우 토지 보상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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