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좌남수 의장 “개천에서 용 나는데 누가 반대하나” 훈수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제도개선 특위’ 만들어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무원을 할 때만해도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듯 했다. 그런 그가 택시운전대를 잡았고, 노동조합 활동에 앞장섰다. 한국노총 제주지역본부 의장을 4번이나 하며 ‘노동운동’이 삶의 일부분이 됐다.

“그런데 말야. 노조활동을 하면서 아무리 건의하고 외쳐도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더라고. 그래서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 생각을 했던 거야.”

제11대 제주도의회 후반기 의장에 당선된 좌남수 의장(70, 제주시 한경․추자면)의 얘기다. 8대 의회 때 비례대표로 첫 의원배지를 단 후 9대 때부터는 한경․추자면 선거구에서 내리 세 번 당선됐다. 11대 의회 43명의 의원들 중 최다선(4선) 의원이다.

시련도 많이 겪었다.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었고, 11대 전반기 의장 선거 때는 ‘최다선․연장자’ 추대 관례가 깨지면서 동네 후배에게 일격을 당하기도 했다.

심기일전, 다시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좌 의장 주변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언변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호소력이 있다.

좌 의장은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가 왜 의장이 됐냐 하면 최다선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보고 의원이 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다선(선수)은 의회내 질서를 지켜주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의회는 의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의장은 의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형님 리더십’으로 의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그는 의정에 온기를 불어넣겠다고 했다. ‘따뜻한 의정’. 그리고 언제나 도민 편에 서서 민생을 챙기는 ‘민생의정’. 후반기 의정 2년을 이끌어갈 2개의 지향점이다.

도민주권 실현을 위한 ‘시장 직선제’ 실현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제도개선 특위’를 만들고, 국회 입법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2년 후 실시되는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주민들이 직접 시장을 선출하는 ‘시장 직선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낸 김태엽 서귀포시장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대두된 ‘인사청문회 무용론’과 관련해서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최근 대권행보를 걷고 있는 원희룡 지사를 향해서는 “개천에서 용 나는데 반대할 도민은 없다”며 “도민들에게 먼저 ‘대권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부터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이슈인터뷰는 좌 의장이 당선된 지 1주일째인 지난 8일 오후 2시 의장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좌남수 의장. ⓒ제주의소리
좌남수 의장. ⓒ제주의소리

Q. 제11대 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어려운 시기에 의장을 맡은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보도듣도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이 전체적으로 깨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의장을 맡아 도정과 잘 협의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선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Q. 사실 전반기 때도 의장에 도전했지만, 눈물을 삼킨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 동안 지켜오던 ‘최다선․연장자’ 1순위 추천 관례가 복원된 셈인데, 후유증은 없나.

후유증은 없다. 의원들이 연장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진행됐다고 본다. 왜냐하면 국회의원나 도의원이나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유일하게 평가되는게 다선 여부다. 그래서 다선의원이 필요하고 다선의원 중심으로 원구성이 이뤄지는 것이다. 후반기 때는 초선의원이 26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더더욱 다선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저에게 기회가 왔지 않나 생각한다.

Q. 미래통합당이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반발하며 ‘본회의 보이콧’ 가능성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우려도 많았는데, 다행히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일련의 원구성 협상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나마 잘 됐다고 본다. 오히려 민주당이 역차별을 받은 측면이 있다. 민주당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을 역량 있는 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나마 흔쾌히 협조해주셔서 무난하게 원구성이 이뤄진 것 같다. 미래통합당도 나름대로 논리가 있었지만 서로 싸우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원만하게 해결된 것 같다.

Q. 당선 인사말을 통해 ‘도민과 함께 하는 따뜻한 의정’을 표방했다. 후반기 의정 슬로건은 정해졌나.

바로 ‘도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의정’이 슬로건이다. 도민들이 의회를 볼때 조금은 곱지 못한 시선도 있다. 때문에 ‘찾아가는 의정, 따뜻한 의정’을 펼치기 위해 저를 비롯해 의원들이 도민들을 더 열심히 만나야 할 것 같다. 도민들 뜻에 받드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당선 인사말에서 ‘민생안정과 경제회생을 위한 특위’ 구상을 밝혔고, 폐회사를 통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같은 것인가, 별개의 특위인가.

좌남수 의장.ⓒ제주의소리
좌남수 의장.ⓒ제주의소리

별개다. 코로나특위 하나로 경제민생까지 아우르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여러 의원들이 함께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도민에게 보여드리고 결과를 통해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2개의 특위를 꾸리려고 한다. 법률적으로는 상임위원회 수가 한정되어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다루지 못한 것들까지 철저히 다뤄서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도민들은 전혀 가보지도 않고 들어보지도 않은 암흑세계에 놓인 코로나 시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 최소 두 개의 특위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Q. 전반기 때는 ‘의장 리더십’이 종종 도마에 오르곤 했다. 야당은 고사하고 같은 당 소속 의원들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여․야를 뛰어넘는 소통을 위해 국회처럼 의장은 당적을 갖지 않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가 정말 일도 안하고 말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정쟁이나 일삼고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방의회는 그렇지 않다. 의장이 당적을 갖건 안갖건 잘못하면 여․야 구분 없이 욕이 먼저 들어온다. 당적과 관계 없이 최대한 야․여 의견을 듣고, 의원 개개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협조하는 역할을 하겠다. 사실 명칭만 의장이지 평의원과 특별한 차이가 없다. 다만, 의장이 할 일이 뭐냐고 했을 때 저는 의원들을 보좌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능력 이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게끔 뒷바라지 해줘야 한다. 의회사무처에 초선이 20명이 넘는데 교육, 토론회 같은 것 많이 필요하다고 얘기해뒀다. 예산때문에 교육을 못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의장이 하는 일이 바로 의원들 열심히 하도록 돕는 것이다.

Q. 제주도와 의회는 기관대립형이지만 힘의 균형을 보면 최소 ‘9대1’, 운동장 자체가 완전히 기울어져 있다. ‘제왕적 도지사’ 견제를 위해 의원정수 확대를 비롯해 인사와 조직권의 실질적 독립 등 의정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계획은 없나.

동감하고 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겠다. 2006년에 특별자치도 탄생 이후 15년이 됐는데 변한 것이 없다. 우리가 평소 건의하는 것이 통합형 지방자치단체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에 힘쓰려고 한다. 중앙정부의 경우 국회의원이 장관을 한다. 그런 것처럼 도의원이 도청 국장도 하고 실장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힘의 균형이 ‘99대1’도 안된다. 의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예산심의권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힘을 못쓰는 경우가 많다.

Q. 2년 전 6.13지방선거 결과는 ‘무소속 도지사-민주당 의회’로 요약된다. 전반기 때 협치 차원에서 제주도와 ‘상설정책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합의했지만 단 한번도 열린 적이 없다. 경직된 집행부와의 관계 복원을 위한 구상이 있다면.

상설정책협의회 조례를 만들었는데, 의제를 사전에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부터 문제다. 도민을 위한 길,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길이라면 어떠한 의제를 가지기도 협의할 수 있어야 하고, 정책협의회를 수시로 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된다. (정책협의회 개최를) 우리가 거부한다거나 도에서 거부하면 도민들에게 욕 먹는게 당연하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 상설정책협의회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제 선정하느라 시간보내지 말고, 어떤 의제든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 된다. 만나는 게 중요하다.

Q. 384회 임시회 폐회사에서 ‘공명조’ 일화를 소개하면서 집행부와 의회는 ‘공동운명체’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잘못하면 둘 다 욕먹기 때문이다. 지금 도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공명조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속에서 의회와 집행부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

제11대 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당선된 좌남수 의장이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11대 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당선된 좌남수 의장이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Q. 재선 당시 “도민만 바라보겠다.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했던 원희룡 지사가 완전히 달라졌다. 노골적으로 ‘대권 행보’를 걷고 있다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원 지사에게 훈수를 둔다면 ‘도민한테 솔직하게 대권 나가겠다라는 말부터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하면 어느 도민이 반대하겠나. 저도 우리 동네에서 도의원 나가겠다고 먼저 말을 했다. 그러면 말리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4선이 됐다. 원희룡 지사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제주에서 대통령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있을 수 있다. 도민들에게 대권 도전할테니 도와달라고 하면 누가 반대 하겠나. 도민들에게 먼저 말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처음 원 지사가 등장할 때 도민들이 얼마나 많이 기대를 했나. 처음에는 상대 당에서 후보도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과거 전국 수석했을 때도 도민 전체가 환영했다. 원 지사도 도민들에게 신세진 것이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데 반대할 도민 없다. 원 지사만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Q. 7월1일 의장으로 선출됐는데, 마침 그날 원 지사께서 휴가를 떠났다. 후반기 도정 운영 방향, 인사 앞둔 시기에서 궁금한 이야기 많았는데, 언론에서도 많이 아쉬워한다. 휴가 떠난 지사께서 의장에게 축하전화는 하던가.

축하전화 받았다. 휴가 다녀와서 뵙겠다고 하더라. 휴가 가지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휴가 다녀와서 만날 기회 있으면 대권행보와 관련해서 도민들의 소리를 전달하겠다.

Q. 최근 김태엽 서귀포시장 임명 강행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시장 직선제’ 문제가 더 주목받고 있다. 7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행정시장 직선제’가 포함되긴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수당으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하반기쯤 ‘제도개선 특위’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시민들의 직접 선출이 아닌 임명제가 됐다. 그런데 시민 불편이 많다. 제왕적 도지사만 만들었지 시민의 권리는 묻혔다. 도의원들의 힘든 일 중 하나가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다. 제왕적 도지사가 도민들의 민원을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예전에는 시장․군수도 있었고, 기초의회 의원들도 있어서 민원해결이 분산됐었다. 시장직선제는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 원 지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도지사가 반대하면 힘들지만, 도지사도 협력한다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7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된 것만으로 할 일 다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Q. 김태엽 시장뿐만 아니라 인사청문을 통해 ‘부적격’ 의견을 냈음에도 그대로 임명을 강행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 제도개선 의향은 없나.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도 국회에서 ‘부적격’ 판정한 장관 후보를 임명하면 비판을 많이 받는다. 원 지사도 이번에 도민들로붙 욕을 많이 먹었을 것이다. 여론조사는 안해봐서 모르지만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면 도민들이 갖는 문제의식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인재 풀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Q. 과거 제주는 갈등이 별로 없는 섬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해군기지, 제2공항뿐 아니라 크고작은 갈등이 많다. 도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사회통합과 관련한 해법이 있다면.

사회가 다양하지 않을 때는 노․사 갈등이 가장 컸다. 제가 노조활동을 계속 했는데 갈등해결을 위해 늘 선봉에 섰다. 갈등은 불신에서 비롯된다. 도민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갈등이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 없다. 해군기지나 제2공항이나 사실은 이렇다고 했으면 갈등이 발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도민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이견이 있으면 부모, 교사의 말을 안듣는다. 그런데 유독 행정만 도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찬․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설득하다보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제가 취임 첫 행보로 도청앞 천막촌 단체들을 만나려고 했다. 시간이 안맞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노조 간부들을 만났다. 도청에서는 왜 이제까지 그들을 만나지 않나. 의장실에서 차 한잔 마시며 그들의 하소연을 듣는 것부터 갈등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Q. 도민들이 새로운 의장에 거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고맙다. 도민 여러분들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줘서 이 자리에 섰다. 저는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다. 앞으로 도민들을 위해 열심히 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라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을 위해 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 도민 모두가 행복한 제주를 위한 발걸음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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