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변화하는 20대 음주문화 “이젠 강요 아닌 자유”

2019년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새내기 배움터. 명찰에 주량 스티커 부착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9년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새내기 배움터. 명찰에 주량 스티커 부착 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이 지난 6월29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널리즘에 특별한 관심을 갖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리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대학생기자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성글지만 진심이 담겼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꾸려갈 인재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날 것을 만나보십시오. [편집자 주]  

“해가 지날수록 술자리 강요가 줄어들고 있어요. MT에서 안 마시면 때리고 눈치 주는 건 본인이 '꼰대'라는 걸 증명하는 꼴이 되잖아요. 오히려 술 강요하는 사람이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상황이 더 흔하죠”

2016년 3월 부산의 한 대학 동아리 행사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 막걸리를 끼얹고 얼차려를 시키는 등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은 특정 대학이나 지역이 아닌, 제주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새내기, 사회 초년생들이 술자리 참여를 더욱 두려워하도록 만들었다.

제주도내 대학에서도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MT는 물론 모든 행사가 무산됐다. 신입생들은 동아리 회식, 개강파티와 같은 술자리엔 얼굴을 내비치지도 못했다. 학과의 분위기를 전혀 모르는 새내기들은 이전의 악습이 그대로 행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에서 “솔직히 강요 없어졌다고 해도 아직 남아있을까 걱정이다. 우리 학과 사람들 제발 정상적이길 바라”라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신입생들의 걱정을 해소해주기 위해 2019년도 제주대 인문대학 새내기 배움터에서는 주량 팔찌를 응용해 주량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했다. 본인의 주량에 맞춰 명찰에 스티커를 붙였는데 파란색은 ‘술 좋아’, 초록색은 ‘적당히’, 빨간색은 ‘술 싫어’의 의미를 담았다. 학생회는 스티커 색을 보고 서로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술자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술터’로 불렸던 새내기 배움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오지희(22,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재학생) 씨는 최근 나타난 음주문화에 대해 “이전에는 술자리가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비즈니스적인 요소로만 생각돼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조절하며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돼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술자리를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자율적인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술자리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강압적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이현지(25, 직장인) 씨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 달에 한두 번 회식하는데 대표님과 직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편이라 술 강요는 없다. 오히려 낮은 직급의 직원이 회식을 권유한다”고 답했다. 또한 “대표님께서 회식할 때 전형적인 술집이 아닌 직원들의 성향을 고려해 다양한 회식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거부감 없이 참여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직장 내 강압적 참여와 술 강요는 지적해야 할 사항으로 남아있다. 곽모(25, 직장인) 씨는 “직급이 높은 분들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무조건 참여해야 할 때가 있다. 아무래도 회사 내부의 수직적 성향이 회식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며 "직원과의 평등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싫어도 참여해야만 하는 회식, 취향에 상관없이 무조건 마셔야 하는 술자리보다는 직원의 다양한 성향을 반영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회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음주문화에 변화가 일었고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됐지만 여전히 악습이 존재하기 때문에 색다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제가 아닌 자유를 추구하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사람들 취향에 맞게 술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변화를 확산시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음주 강요 없이, 분위기 있는 술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술을 조절하고 즐기면서 마시는 새로운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유명해진 제주시 연동의 ‘오늘, 와인한잔’은 와인이나 샹그리아 등 병으로 사야 마실 수 있는 술을 한 잔으로 판매해 저렴한 가격에 과하지 않은 음주를 지향한다. 와인을 마셔보지 못했던 초보자도 ‘와인 가이드’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소주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한라 토닉’이란 것도 등장했다. 제주의 지역 소주 한라산 21도와 토닉워터를 1:1 비율로 넣고 레몬즙을 짜 섞어 마시는 것으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20대들 사이에서 ‘한라 토닉’이라 부른다. 소주를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시는 게 아닌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혼자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맥주 한 캔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거나 칵테일을 직접 제조해 은은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혼술’도 새로운 유행이 됐다. 드라마 ‘혼술남녀’는 혼술을 주제로 시청자에게 혼자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주인공을 통해 위로를 전했다. 매회 첫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혼자 술을 마시는 장면을 연출해 ‘혼술’이 청승맞지 않은 일상적인 행위로 변화했음을 보여줬다. 

본인이 좋아하는 곳에서 취향에 맞는 술을 선택해 마시는 현재 젊은 층은 매번 접하던 술이 아닌 새로움을 즐기며 다양한 음주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 1팀. 왼쪽부터 변연주(제주대 언론홍보학 3), 송민재(제주대 언론홍보학 3), 김연지(제주대 사회학 3).

연주=글을 씀으로 부조리와 불이익을 단숨에 없앨 순 없지만, 누군가 문제를 재고할 기회를 쥐어줄 수 있다. 펜을 휘두름에 창피와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민재=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고통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다짐을 실천할 때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여 작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연지=나의 소리가 세상을 보는 눈이 되고, 세상을 듣는 귀가 되고, 세상을 향해 말할 수 있는 입이 되기를. 그렇게 모인 세상들이 더 나은 우리를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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