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과 제주] 4.3보고서 발간, APEC 유치, 제돌이 방사 등 진정한 ‘제주 사랑’ 

故 박원순 서울시장 ⓒ제주의소리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 ⓒ제주의소리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65세의 일기로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10일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채 발견된 박 시장이 ‘미투’ 의혹에 휘말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행정가로 살아온 박원순 시장의 65년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특히 제주4.3 진상규명에는 그 누구보다 앞장섰던 박 시장이다. 

진심을 다해 제주를 사랑했던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박원순과 제주’의 인연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 발간 당시 작성기획단장으로 참여해 4.3 진상보고서 발간 책임자로 제주와 공식적인 인연을 맺었다.

제주도민의 한(恨)으로 응어리졌던 4.3의 진실이 마침내 정부에 의해 55년만에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데, 당시 보고서 발간 기획단장으로서 극우 세력의 온갖 방해와 입김으로부터 골격의 큰 훼손 없이 보고서 발간을 관철시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10월 제주를 방문, 4.3희생자유족회와이 간담회에서 4.3진상조사보고서를 내보이며 진상보고서 발간 당시 작성기획단장을 맡았던 일화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6년 10월 제주를 방문, 4.3희생자유족회와이 간담회에서 4.3진상조사보고서를 내보이며 진상보고서 발간 당시 작성기획단장을 맡았던 일화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박 시장은 또, 지난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유치를 놓고 제주도와 부산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칠 당시, 경남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섬 제주가 갖는 정치적, 지리적 상징성 등을 꼽아 개최지가 제주로 결정되는데 큰 힘을 싣기도 했다. 

당시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민간위원 12명과 권오룡 행자부차관보 등 정부위원 6명으로 구성됐었다. 

불법 포획된 제주 남방큰돌래 ‘제돌이’를 동물원에서 제주바다로 되돌려 보낸 것도 박 시장의 결정이다. 

2009년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 한 돌고래 공연업체가 불법 포획한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를 밀매한 후 서울대공원에 옮겨져 시민들에게 '돌고래 쇼'등을 선보이며 사육되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2011년 알려지면서, 동물권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불법 억류된 남방큰돌고래들을 즉각 야생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결국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2012년 3월에 시장 직권으로 제돌이 방류를 결정해 제돌이를 4년만에 고향 제주바다로 되돌려 보냈다. 제돌이는 지금도 제주바다를 누비고 다닌다. 구좌읍 김녕리 바닷가에는 제돌이의 방사를 기념해 세운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라고 새긴 표석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꾀했던 박 시장의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별 지자체’인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와의 끈끈한 우호교류도 박 시장의 제주사랑에서 출발했다. 

박 시장은 원희룡 도지사가 2014년 민선6기 도지사에 당선되자, 그해 10월 제주를 찾아 두 지역간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우호협력사업을 제안했다. 이듬해인 2015년 2월 원 지사가 화답 형식으로 서울시청을 방문해 ‘제주도와 서울시’의 우호교류협약을 체결하면서 ‘특별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제주출신 출향인들이 중심이 된 서울제주균형발전위원회도 박 시장의 제주사랑을 상징하는 모임이다. 박 시장이 첫 당선된 후인 2013년 출범한 서울제주균발위는 60여명의 회원들이 서울과 제주에서 박 시장과 최근까지도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와 안타까움을 크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시민운동의 산 증인이었고, 그의 노력은 제주에서도 결실을 거두었다. 제주를 사랑한 '명예제주도민'이었고, 제주 올레길을 알리는데도 앞장섰다.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한 그는 2000년에는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어 시민들의 기부와 참여를 시민운동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2006년엔 다시 희망제작소를 설립해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시절, 제주에 아름다운가게 점포 2곳의 문을 열어 제주에서 시민운동으로서의 기부와 나눔 문화에 불을 붙였다. 

2008년 [제주의소리]가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으로 첫 개최한 ‘제1회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가 지난해까지 12회 개최될 동안 박 시장이 총 다섯 차례나 참가할 만큼 제주사랑과 기부문화 확산에 대한 신념이 뚜렷했다.  

박 시장은 비극적으로 유명(幽明)을 달리했다. 충격 속에서 온 국민의 실망과 애도가 교차한다. 그러나 그가 우리 사회에, 특히 제주도민들로서는 그가 제주에 기여한 ‘박원순의 삶’을 마땅히 돌아보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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