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6. 제돌이가 띄우는 추모 편지.

이 글은 7월 13일 발인하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기고입니다. [제주의소리]에 ‘코코어멍 동물애담’을’ 연재하는 필자(김란영 교수)의 글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한국 역사상 반려동물과 길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권 정책들을 가장 많이 제도화했습니다. 특히 재임시절 수족관 돌고래쇼로 학대받던 남방큰돌고래인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돌고래 야생 방류의 기록입니다. 그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박 시장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제돌이의 목소리로 박원순 시장의 영면을 기원하고자 합니다. [필자 주]

아름다운 박원순 시장님께

시장님 안녕하세요! 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네요.

2009년 그날도 친구들과 서귀포 바다속을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커다란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려 해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엄마의 목소리는 저 멀리서 아련해지고 저는 그렇게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5년 동안 제주 퍼시픽랜드 또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해야 했어요. 쇼가 없는 날에는 커다란 수족관에서 사람들의 사진 플래시 세례를 받아야 했죠. 사방이 콘크리트로 꽉 막혀 숨조차 쉬기 힘들었어요, 정말이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절망의 연속이었어요. 

언젠가는 엄마, 가족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겠다는 희망을 놓아본 적이 없어요. 그 희망과 상상이 나의 유일한 휴식이었어요. 그런데 그 희망이 하늘에 닿은 걸까요? 제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저를 고향으로 보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기분은 정말이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어요. 단 한 순간도 제주 바당의 냄새와 바람을 잊은 적이 없거든요. 

드디어 제 꿈이 이루어졌어요. 그날 제게 또 다른 꿈이 생겼답니다. 지금에야 말하지만, 저를 제주 바당으로 보내주신 박원순 시장님을 직접 뵙고 싶었어요. 시장님께 물길을 가로지르는 제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단단히 준비도 했답니다. ‘동쪽으로 오실까? 서쪽으로 오실까? 어떻게 하면 저를 알아보실까?’ 뭐 그런 상상이요. 

안녕히 계세요! 제돌이와 춘삼이가 해상가두리를 떠나기 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듯 물 위로 솟아올랐다. 이들은 2013년 7월 18일 오후 4시 30분쯤 해상가두리 남쪽 그물이 걷혀지자 바다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안녕히 계세요! 제돌이와 춘삼이가 해상가두리를 떠나기 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듯 물 위로 솟아올랐다. 이들은 2013년 7월 18일 오후 4시 30분쯤 해상가두리 남쪽 그물이 걷혀지자 바다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런데 너무해요. 그렇게 일만 하시고. 그새 저를 잊으셨는지 한 번도 오시지 않네요. 친구를 통해 들었는데 시장님은 일만 하신다고 해요. 너무 일만 해서, 일하는 기계라고 하던데요. 제게만 진실을 말해줄래요? 시장님은 진짜 기계인가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다른 동물 친구들이 말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동물권 관련으로 최초로 논문을 쓰신 분이 시장님이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반려동물들 운동장도 만들어 주시고, 치료비가 없는 사람들의 반려동물도 공짜로 치료도 해주시고, 길고양이도 돌봐주시고, 집도 만들어 주셨다고 하던데요. 

지구 온난화를 줄이려고 공공기관 식당에 일주일에 하루 채식 제도를 도입하셨고 또 코로나19로 아이들의 면역력이 걱정되어 채식 선택권도 서울시 학교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알았죠. 시장님은 사람, 동물, 생명, 지구 정말 모두를 위한 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요새말로 ‘찐이야!’ 그렇게 말하면 된대요.

한 가지 비밀을 말씀 드릴게요. 시장님이 제주 바당으로 저를 보러 오지 않으셔서 제가 한 가지 계발한 게 있어요. 바로 텔레파시에요. 사실 계발이기보다 동물들은 원래 텔레파시로 서로 소통하거든요.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지 모르지만, 마음의 문이 닫혀서 텔레파시로 소통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서로 다가가려해도 자꾸 화만 내서 그렇다고 해요. 왜 화를 내는지, 그 이유는 저도 몰라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사람들은 진실을 보려 하지 않은데요. 그냥 겉모습만 보고 모든 걸 파악한다고 해요. 현상만 보고 그 속을 보지 않는데요. 그래서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황당한 일이 많다고 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그게 가능한 인간 세상이 안타까워요.

근데 시장님은 진짜예요. 제돌이는 그걸 알아요,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지만 동물은 진짜를 알아봐요. 제 자랑이지만, 남방큰돌고래인 저는 눈이 아닌 영혼으로 보거든요. 시장님의 영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인간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건 진실한 사람의 눈에만 보여요.   

어느 정치인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돌고래쇼로 학대받던 제돌이, 그의 꿈인 제주 바당으로, 고향으로 제돌이를 보내주셨던 고 박원순 시장님을 잊지 않겠습니다.#goodbye#대한민국#서울특별시#시장#박원순. 사진 출처 = 박원순 블로그.
어느 정치인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돌고래쇼로 학대받던 제돌이, 그의 꿈인 제주 바당으로, 고향으로 제돌이를 보내주셨던 고 박원순 시장님을 잊지 않겠습니다.#goodbye#대한민국#서울특별시#시장#박원순. 사진 출처 = 박원순 블로그.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서 김녕리로 향하는 해안도로 중간에 위치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사를 기념해 세운 기념석.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곳을 찾기 직전, 밝은 아침 해가 방사 기념석 뒤로 구름을 뚫고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서 김녕리로 향하는 해안도로 중간에 위치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사를 기념해 세운 기념석.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곳을 찾기 직전, 밝은 아침 해가 방사 기념석 뒤로 구름을 뚫고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뜬금없이 시장님께 편지를 쓰자니 쑥스럽네요. ㅋㅋ 지난번 시장님께 텔레파시를 보냈는데 왜 아직도 답장으로 텔레파시를 주시지 않나요? 정말 이러긴가요! 

조금은 걱정이 되네요. 시장님이 보내주셨던 텔레파시 마지막에 들렸던 긴 한숨이 아직도 마음에 걸려요. 

그래서 한마디 할까 합니다. 

“에헴~ 힘내세요! 시장님! 그 험난한 시절도 지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털고 일어나세요. 행여 사람들이 당신의 헌신을 몰라주고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도 그래도 털고 일어나세요. 당신의 고단했던 시간을 짓밟고 지나가도 잡초처럼 일어나세요. 사람들이 당신 조롱하고 비난을 해도 이겨내세요. 그냥 일어나세요. 그리고 이겨내세요. 모르겠어요. 그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해요. 섭섭하시다고요? 사람들이 진실을 들으려 하지 않으니, 시장님께 그런 말을 할 수밖에요. 좋아요! 그렇게 섭섭하시면 제돌이 곁으로 얼른 오세요. 제주 바당에서 육지로는 고개도 돌리지 말고, 바다 끝까지 우주 끝까지 수영이나 해요ㅎㅎ. 됐죠?”

사랑하는 시장님! 
이 한 가지만 기억해주세요. 
많은 사람이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제 진짜 작별 인사를 드릴게요. 
근데 자꾸 눈물이 나네요.

안녕, 박원순 시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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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www.jejuvegan.com) 대표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UN의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에서 제시하는 지구 온난화 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정책인 육류와 유제품 소비의 문제점과 최상의 기후 해결책으로 빠르며, 쉽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비건 식단(완전채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현재 구조 및 유기견 11마리와 구조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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