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노랑의 이름' 발간...떠나보낸 아버지와의 추억

이제 알아. 
수 없이 걸었던 깜깜한 그 길에서 
노란 꽃은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 《노랑의 이름》 가운데 일부.

지난 2016년 첫 번째 그림책 《큰할망이 있었어》를 통해 제주 자연·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준 김영화 작가가 4년 만에 신간을 펴냈다.

그림책 《노랑의 이름》(낮은 책)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영원히 그리운 이름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노란 꽃 ‘노랑원추리’에 담았다.

출처=알라딘.
출처=알라딘.

따뜻한 아버지 손을 잡으면, 어둡고 무서운 억새 수풀도 안심하고 지날 수 있던 열두 살 시절.

“우리 막둥이 예쁘다고 한 노란 꽃, 내년부터는 우리 집에도 필거여.” 

아버지가 알려준 노랑원추리가 집 마당에서 피기 전에 아주 먼 길을 떠난 아버지. 그 아픔에 꽃 이름을 말하는 것도 힘들고 버거웠지만, 비로소 “혼자도 밤길을 잘 걷는 어른이 되고서야 그 꽃을 다시 마주하고 이름을” 불렀다.

《노랑의 이름》은 어린 시절 이별의 상처를 천천히 극복해내는 개인사를 담담한 문장과 섬세한 펜 터치로 표현해 낸다. 검은 색 펜 하나로 화폭을 채우면서 동시에 작품을 상징하는 ‘노란 색’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데, 읽는 이의 집중도를 높이고 동시에 메시지를 부각시킨다.

저자는 책 말미 작가의 말에서 “빛나던 여름밤을 그릴 때도 아버지의 마지막 뒷모습이 겹쳐 보여서 알 수 없는 감정에 많이 울었다. 그리다 멈추고 다시 그리다 멈추기를 여러 번, 그렇게 세 번째 여름이 오고 마지막 글을 다듬으면서 눈물을 멈췄다. 꿈속에 아버지가 돌아왔다. ‘오래 기다렸지? 우리 막둥이.’ 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데 나는 울지 않았다”고 먹먹한 소감을 밝혔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이 저자와 유사하게 어린 시절 부모를 잃어버렸다면 《노랑의 이름》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노랑원추리라는 사물에 감정과 상징을 담아내는 구성, 정제된 글의 표현으로 슬픔의 결정체는 한층 미려해지며 독자의 가슴 속에 찬찬히 스며든다.

김영화는 평생 제주도를 떠나 살아 본 적이 없는 제주 토박이다. 한라산 자락이 품은 많은 것들과 마주하고 그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하고 실을 꼬는 작업을 한다.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에 늘 힘을 얻으며 살고 있다.

《큰할망이 있었어》를 쓰고 그렸고 《우리가 봄이 되는 날》에 그림을 그렸다.

낮은 책, 2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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