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인터뷰 / 유학 중 귀국한 제주도민 이야기 들어보니

잠잠해진 것으로 여겨졌던 코로나19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전국적으로 2차 확산의 우려도 깊어지는 가운데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해외에서 귀국한 유학생 확진자들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 4일에는 카자흐스탄 국적 입국자가 20번째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해외 입국자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은 온정적이지만은 않다.

자가격리 중 이탈한 사례, 격리 과정 중 우울증을 호소하는 격리자의 사연도 전해진다. 불안감을 야기하는 사건들은 많지만 실제 제주에 있는 자가격리자들의 일상이 어떤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만난 장유리(가명)씨는 폴란드로 교류수학을 떠났다가 제주로 돌아온 뒤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무사히 마친 학생이다. 그는 “계속된 격리에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보살핌에 감동을 받았다”며 자가격리 기간을 회상했다.

왼쪽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동하는 제주도민 전용 수송차량의 모습. 오른쪽은 자가격리 기간 발열체크 결과 등을 관리하는 스마트폰용 앱. ⓒ제주의소리
왼쪽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동하는 제주도민 전용 수송차량의 모습. 오른쪽은 자가격리 기간 발열체크 결과 등을 관리하는 스마트폰용 앱. ⓒ제주의소리

Q. 교류수학 뒤 제주로 돌아오게 된 상황은?

지난 2월 폴란드에 있는 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이라 곧 잠잠해질 것이라 믿고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폴란드 도착 후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됐고 상황이 심각해져 학기를 마치고 바로 돌아오게 됐다.

Q. 어떤 입국 과정을 거쳤나?

한국으로 들어올 때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용 비행기를 특별기로 이용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행기 좌석은 한 칸씩 띄어서 제공됐다. 간식과 물 등 기내에서 제공되는 물품들은 큰 비닐봉지에 한 번에 담겨 나왔다.

인천공항 도착 후 간단한 체온 검사와 자각격리 앱을 설치했다. 검역 확인증과 함께 자가격리 장소를 확인한 뒤 각종 서류를 받고 입국심사 절차를 거쳐 제주도민 전용 수송 차량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했다.

제주로 온 후에는 공항 주차장으로 이동해 해외입국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사 후 결과를 전달받을 휴대전화 번호와 인적사항을 기재했다. 이후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Q. 자가격리 동안 어떻게 지냈나

자가격리  2주 간 체온 측정 결과를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씩 보고해야 한다. 나는 아침 9시, 오후 4시 두 번 보냈다. 열을 측정할 수 있는 종이체온계도 받았다. 외출은 완전히 금지돼 핸드폰 위치서비스를 켜놓고 생활했다. 배달 음식도 가능하지만 배달원과 접촉하면 안되기 때문에 배달 앱으로 결제 후 음식은 문 앞에 두고 가도록 했다.

자가격리 기간 행정당국에서 보내준 생필품(왼쪽)과 발열체크용 종이체온계(오른쪽). ⓒ제주의소리
자가격리 기간 행정당국에서 보내준 생필품(왼쪽)과 발열체크용 종이체온계(오른쪽). ⓒ제주의소리

Q. 입국 전 자가격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곧 나에게 닥칠 일이라 남 일 같지 않았다. 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간혹 언론에 보도되는 자가격리자들이 무단 외출하거나 규칙을 잘 이행하지 않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접 겪어보니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확산 방지에 중요한 과정이기에 당연히 성실히 임해야 한다.

Q. 격리과정에서 느꼈던 심경변화는? 

처음 3일까지는 여유롭고 좋았다. 숙소 도착 후 약 20시간만에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고부터 입국검사, 코로나검사 등 절차로 정말 피곤했다. 도착하자마자 깊은 잠을 잤다. 행정당국에서 2주 동안 먹을 수 있는 식품과 생필품을 충분히 보내줬다. 세심한 지원에 감동을 받았다.

5일 정도 지나니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지겨워졌고 답답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하루 종일 멍 때리는 날이 많아 졌고 ‘이렇게 한 달 정도 살면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격리가 해제된 날 보건소에서 격리기간 불편함 점은 없었는지, 우울증 같은 증상은 없는지 전화상담을 해줬는데 격리기간 힘들었던 내 감정을 보듬어 주는 것 같아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제주의소리 대학생 기자단 인터뷰에 응해준 장유리(가명)씨.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대학생 기자단 인터뷰에 응해준 장유리(가명)씨. ⓒ제주의소리

Q. 자가격리 해제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2주간 혼자 격리되다 보니 무엇보다 사람이 그리웠다. 해외에서 돌아왔지만 부모님을 바로 만날 수 없었기에 부모님과의 식사가 제일 그리웠다.

친구들에게 주려고 사온 선물들도 빨리 전해주고 싶었다. 격리가 해제되고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Q. 다른 자가격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많이 답답하고 힘들거다. 나도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알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조심하고 참아서 이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는 법을 조금 고민하고 준비하면 2주라는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 3팀. 왼쪽부터 김미림(제주대 언론홍보학 3), 김보혜(제주대 언론홍보학 2), 김주원(제주대 국어국문학 4), 권병묵(제주대 언론홍보학 4).

미림=세상을 위해 일하는 다양한 방법 중 지켜보고 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바라보고 알리는 사실들이 세상에 옳은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

보혜=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여 더 나은 일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주원=Be useful, Be kind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쓸모 있고 친절한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병묵=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세상이 좀 더 살만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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