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36) 도민 활용 가능한 복합문화공간 만들어야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주의 대표적인 도시공원 중 하나인 사라봉공원은 아침저녁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사라봉과 별도봉, 두 개의 오름이 마주해 있고, 바로 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와 저 멀리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뛰어나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도 조건이지만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도심지와 바로 인접해 있는 접근성이 좋은 공원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사라봉공원에는 도서관, 박물관, 공영수영장, 청소년시설 등의 문화·체육 공간이 있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이 곳을 이용한다.

개발의 표적이 된 시민의 숲, 도시공원
도시공원은 회색 빌딩숲으로 가득한 도심지 내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도시인들의 여가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고, 도시환경의 자정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곳이다. 도시계획을 시행함에 있어서 공원을 얼마나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삶의 질의 만족도는 크게 달라진다. 심지어 잘 조성된 도시공원은 밖으로도 알려져 그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라는 공간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헌법재판소가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들이 법적 효력을 잃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은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도록 하는 도시공원 일몰제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를 근거로 하여 2020년 7월 전까지 공원 조성이 안 될 경우 도시계획시설로서 도시공원의 효력을 잃게 된다.  

제주의 경우 도시공원 일몰제에 해당하는 공원은 제주시, 서귀포시 모두해서 39곳이다. 제주도는 이 중 36곳 공원의 사유지를 매입해 도시공원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3곳은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민간특례사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도시공원을 매입한 후 30%까지는 개발을 하고, 나머지 70%는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오등봉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오등봉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간특례라는 도시 난개발 특혜사업
민간특례사업은 해제되는 도시공원의 일부라도 유지한다는 목적으로 국토교통부가 만든 사업방식이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하기 위한 20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커녕 손 놓고 있다가 부랴부랴 내놓은 정책이 민간특례사업인 셈이다.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을 미뤄온 지자체 역시 공원 사유지 매입보다는 재정부담이 덜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민간특례사업을 우선 대책으로 제시하면서 공공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로 이익을 보는 건설사와 도시공원 내 토지주 간의 합의가 안 될 경우 토지수용을 인정한 점도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민간특례 사업을 먼저 진행한 도외 지역의 사례를 보면 민간사업자들은 최대의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아파트 높이를 최대 30∼40층의 고층으로 계획한다. 기부체납 대상인 나머지 70%의 공원은 자신들이 지은 아파트의 원활한 분양을 위해 역세권을 강조하듯이 내 집 앞 정원처럼 홍보하고, 공원 조성계획을 아예 입주자 중심의 이용시설로 계획하기도 한다. 공익적 가치와 기준은 상실된 채 또 하나의 막개발 사업이 도심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민간특례사업 대상이 된 세 곳인 오등봉공원, 중부공원, 동부공원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도심지 시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공원들이다. 오등봉공원은 오등봉을 중심으로 한천과 병문천이 지나고, 아트센터·한라도서관 일대가 포함된다. 중부공원은 국립제주박물관 교차로에서 거로사거리 방향의 서쪽일대 도시숲 지역이다. 때문에 이들 공원은 제주도가 사유지 매입 대상에서 우선순위로 추진하여 도시공원으로 조성해야 할 곳이지만 오히려 이 곳을 민간특례사업 대상으로 남겨놓았다. 도심지 내 노른자위나 마찬가지인 곳이라 다분히 개발 특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중부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중부공원 전체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민간특례사업에 참여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말들이 많다. 심사 과정에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진행되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퇴직 공무원이 참여하고 있는 업체가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후순위로 밀린 업체는 심사 결과에 불복해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자 선정 이후 추진과정도 토지주나 지역 내 공론과정도 없이 빠르게 강행하는 분위기이다.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제출되어 있지만 사업타당성과 입지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검토는 매우 미흡해 보인다. 사업부지의 환경성 검토를 위한 평가 범위와 방법은 굉장히 축소된 형태로 거의 형식적인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에 비해 사업자의 토지이용계획은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제주시 상징 하천인 한천 중류의 울창한 수림지역에 도내 공동주택으로는 최고인 15층 높이의 1630세대 대규모 아파트를 계획하고 있다. 아파트 바로 앞으로는 입주자들을 위한 공원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오등봉공원은 시내에 비해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이들 건물이 들어설 경우 한라산 조망은 물론 주변 오등봉과 민오름 등 오름 경관도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가 아닌 복합문화 공간 조성해야
제주도가 도심지의 환경과 경관을 훼손하면서 굳이 민간특례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도시공원 일몰제 대상인 39곳 중 민간특례사업 대상인 3곳 역시 제주도의 의지만 있다면 사유지 매입을 통해 충분히 공원으로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도시공원의 지정 취지를 본다면 오히려 3곳의 도시공원은 가장 우선해서 지켜야 할 도시공원이다. 

도시계획의 핵심은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자연, 역사, 문화적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해 지역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제주의 도심지 내 도시공원은 이러한 자연·문화공간으로서의 공공적 활용가치가 높은 곳들이다. 특히, 오등봉공원의 경우는 보전가치가 높은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고, 이미 도서관 및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기능을 더욱 확장하여 제주시민의 공공문화 복합공간으로 활용계획을 수립한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난개발 사업인 민간특례사업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도심지의 막힌 숨을 뚫어 주던 제주시내 도심 속 허파가 훼손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공익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분양형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도심 생태계와 경관은 파괴되고, 시민의 삶의 질은 크게 후퇴하는 지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심지 내 녹지와 문화·체육 공간 등 시민들의 여가공간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선택해야 할 도시계획의 모범적 대안을 무시한 최악의 수를 두는 것으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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