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레이스 디렉터 안병식, 세계 트레일 러닝 대회 참가기 ‘트레일 러너’ 발간

출처=알라딘. 

“달리기는 마르지 않은 샘물이었고 나에겐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뜀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미술학도에서 세계적인 트레일 러너로 변신한 안병식 씨의 여행기 《트레일 러너-단지 달렸을 뿐인데 삶이 빛났다》(디스커버리미디어)은 그가 달리기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전 세계를 누빈 무수한 달리기 대회 경험, 그리고 트레일 러닝 노하우까지 알차게 담은 책이다.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은 포장되지 않은 길이나 산, 들판을 걷거나 달리는 운동을 말한다. 안병식은 전 세계를 누비며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여했다.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 우승, 호주 울트라 레이스 완주, 이집트 사하라사막 마라톤 3위, 알프스 종단 레이스 완주, 독일·프랑스 종단 완주, 미국 자전거 횡단 4800km 미디어팀 참여, 남극 마라톤 3위, 북극점 마라톤 우승까지 가보지 않은 대륙이 없을 만큼 험지와 오지를 두 발로 누볐다.

불규칙적인 생활, 음주와 흡연으로 가득했던 미술대학생 시절 스스로를 바꾸고자,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시작한 달리기. 제주대학교 ‘5km 건강 달리기’ 대회로 시작한 본격적인 러닝은 그를 트레일 러너로 이끌었다.

이 책은 전 세계 트레일 러너 대회에 참여하면서 보고 경험한 정보, 느낀 감정을 상세히 적었다. 온몸이 지치고 때로는 신체가 망가지는 느낌이 들 만큼 힘들지만 안병식은 그런 고통을 상쇄할 만큼의 기쁨과 깨달음을 달리기로 얻었다.

 “힘든 레이스에서 누군가와 같이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지 깊이 느꼈다.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면 멋진 세상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동안 순위를 생각하며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 <칠레 아타카마사막 마라톤 250km> 가운데 일부

“히말라야는 존재 자체가 경이였다. 히말라야는 가만히 있는데, 왠지 나에게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달리는 게 아니라, 히말라야 품에 포근하게 안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도전이라는 말을 잊기로 했다. 울트라, 마라톤, 레이스, 100마일, 스테이지. 이 모든 낱말도 일주일 동안 지우기로 했다. 히말라야는 나에게 내려놓는 법을 일깨워 주었다.”

- <히말라야 레이스 160km> 가운데 일부

책 속에는 장보영 러너스월드코리아 기자의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대회’ 체험기도 특별히 수록됐다.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대회는 안병식이 고향 제주에서 기획한 행사다. 장보영 기자 역시 자연 속에서 달리는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책 말미 트레일 러닝 초보자를 위한 조언은 실용적이고 유익하다. 훈련 프로그램, 영양 섭취법, 오르막 쉽게 오르는 방법, 신발 선택법 같은 정보는 단순 기행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해준다. 트랜스 제주,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 대회 참가 정보는 입문자 이상 수준에게 유익하겠다.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며 깊은 행복감을 느낀다. 내 안의 우울과 답답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긍정하고, 세상에 대해 건강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라고 한다면 나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달리면서 성장했다. 달리기는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다.”

책 머리에 적힌 감성적인 저자의 소감이 사실인지 궁금한가? 어렵지 않다. 신발장 구석에 있는 운동화를 꺼내 동네 한 바퀴, 학교 운동장부터 돌아보자. 첫 대회를 준비하며 안병식이 했듯이 "달리다 힘들면 그냥 걷고, 그리고 다시 뛰고 다시 걷다"보면 어느새 ‘다른 세상’이 당신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책을 읽고나면 당신 옆에서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뛸 준비를 마친 안병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안병식은 한국인 최초 세계 최대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인 UTMB 완주, 고비사막 마라톤 우승, 사막 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 북극점 마라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루 70km 이상을 달려 35일 동안 프랑스, 독일 2350km 종단에도 성공했으며, 이외에도 아시아·아프리카·남미·유럽·오세아니아에서 열린 30여개 울트라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해 1만km를 넘게 달렸다. 지구 둘레 1/4을 달린 셈이다. 현재는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Trans Jeju, DMZ트레일러닝대회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레이스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미디어, 327쪽,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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