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경찰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착취물 1000여개를 만들고 배포한 배준환의 신상을 공개했다. 국내에서 n번방을 제외한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혐의로 구속된 배준환(38)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17일 공개했다.

위원회에는 경찰 3명과 외부인사 4명 등 모두 7명이 참여했다. 회의에는 수사 담당자가 참석해 의견을 제시하고 위원들이 이를 충분히 검토해 만장일치로 공개를 결정했다.

위원들은 “n번방 파장 이후 오히려 범행이 집중되고 피해자 중 청소년이 44명, 제작·유포 영상이 수천 개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해 국민의 알권리와 재방 방지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제주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은 2016년 9월 성당 살인사건 중국인 천궈레이와 2019년 6월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이후 세 번째다. 2018년 2월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한정민은 공개수배위원회를 통해 신원을 공개한 경우다.

n번방과 관련해 조주빈 등 일당 6명의 신상정보가 공개됐지만 별개의 성범죄 사건으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에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도 최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에는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공익을 위해 경찰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남지역에 거주하는 배준환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영강’이라는 대화명으로 방을 개설해 미성년자를 유인했다. 영강은 영어강사를 의미한다.

배준환은 ‘오픈채팅방 환영합니다. 미션 성공하고 깊콘(기프트콘) 깊카(기프트카드), 문상(문화상품권) 받아가’라는 제목으로 방을 개설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샀다.

학생들이 채팅방에 접속하면 나체 사진 등을 요구하며 일종의 ‘미션’을 제시했다. 이를 인증하기 위해 자신의 대화명 ‘영강’이 적힌 종이 등을 들고 촬영을 하도록 했다.

배준환은 이 과정에서 가학적인 행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의 이모니콘과 기프트카드, 문화상품권을 제공하며 자신의 성욕을 채워갔다.

이 기간 배준환의 꾀에 넘어가 사진을 전송한 청소년만 전국적으로 44명에 이른다. 나이는 만 11세에서 만 16세까지였다. 이중에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도 있었다.

배준환은 성착취물 1293개를 제작하고 이중 88개를 온라인에 배포했다. 경찰이 확보한 사진과 영상만 66.5기가 바이트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배준환은 청소년 2명과 직접 만나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올해 3월 n번방이 전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배준환은 오히려 이 기간 범행을 더욱 즐겼다.

2018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 8명과 성관계를 갖고 촬영한 사진과 영상 등 907개를 추가로 인터넷에 유포했다.

경찰은 7일 대구에서 배씨를 검거하고 9일 구속했다. 오늘(17일) 오후 검찰 송치과정에서 배준환의 얼굴이 언론을 통해 자연스레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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