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n번방 조주빈 사건 이후 더 대범해져...미성년자 위에 군림하며 온라인서 자기 만족

 

제주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선 배준환(38)은 평범한 30대의 모습이었다. 대구에서 일상적인 직장생활을 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영강’으로 불리며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배준환은 20대 초반인 2005년부터 성인물 관련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하며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2019년 6월부터는 직접 성착물을 촬영해 등록하며 본격적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2019년 12월에는 제주에서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또 다른 배모(30)씨와 텔레그램에서 만나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배준환은 배씨를 ‘사부’라고 칭했다.

배준환은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영강’이라는 대화명으로 방을 개설해 미성년자를 유인했다. 영강은 영어강사를 의미한다.

오픈채팅방에 ‘환영합니다. 미션 성공하고 깊콘(기프트콘) 깊카(기프트카드), 문상(문화상품권) 받아가라’는 제목으로 방을 개설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샀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해 배포한 혐의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배준환(38)이 17일 오후 1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해 배포한 혐의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배준환(38)이 17일 오후 1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학생들이 채팅방에 접속하면 나체 사진 등을 요구하며 일종의 ‘미션’을 제시했다. 이를 인증하기 위해 자신의 대화명 ‘영강’이 적힌 종이 등을 들고 촬영을 하도록 했다.

배준환은 이 과정에서 가학적인 행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의 이모니콘과 기프트카드, 문화상품권을 제공하며 자신만의 성욕을 채워갔다.

피해 청소년은 만 11세부터 만 16세까지 44명에 이른다. 배준환은 성착취물 1293개를 제작하고 이중 88개를 온라인에 배포했다. 경찰이 확보한 사진과 영상만 66.5기가바이트에 달했다.

배준환은 성착취물을 날짜별 나이별로 꼼꼼히 분류했다. 이를 특정 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올리며 자신을 과시했다. 사이트 회원들은 댓글을 남기며 그들만의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실제 배준환은 자신의 올린 성착취물에 회원들이 좋은 평가를 하면 해당 댓글을 캡처해 컴퓨터에 보관하기도 했다.

올해 2월 n번방 조주빈 사건이 터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배준환은 경찰 수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 기간에 더욱 집중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미성년자뿐만이 아니었다. 성인 8명과 성관계를 하면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 등 907개를 추가로 인터넷에 유포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온라인에 떠도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성착취물을 특정 사이트에 올려도 배준환에 돌아가는 수익금은 없었다. 범행은 지극히 사무적이고 기계적으로 이뤄졌다. 오롯이 자신의 성욕과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피해자를 지배한다는 듯한 느낌으로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본인을 과시했다. n번방과는 달리 수익이 아닌 성욕을 채우기 위한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들이 피의자를 신적인 존재로 표현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 글들이 피의자의 범행을 더욱 대담하게 만드는 일종의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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