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코로나19 국면 제주대 비대면 강의 ‘혹평’...과제 150개나 한 학생도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이 지난 6월29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널리즘에 특별한 관심을 갖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리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대학생기자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성글지만 진심이 담겼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꾸려갈 인재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날 것을 만나보십시오. [편집자 주]  
제주대학교 주요 행정부서가 위치한 본관의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대학교 주요 행정부서가 위치한 본관의 모습. ⓒ제주의소리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주대를 포함해 전국 대학들이 강의를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한 학기가 마무리 된 지금, 과거와는 다른 한 학기를 보낸 학생들의 체감은 어땠을까? 비대면 강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일반적인 가운데 무성의한 수업 진행으로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는 수업들도 발견됐다. 

지난 3월, 제주대 홈페이지에는 2020년도 1학기 비대면 강의 진행방식이 공지됐다. △강의 교안을 활용한 출석과제 제출 △이러닝 동영상 강의 △실시간 화상 강의 △유튜브 활용이 주 내용이었다. 사전 설문조사나 수요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여기에 학생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취재결과, 제주대의 많은 1학기 수업이 교안을 게시하고 글을 요약하거나 키워드에 관련한 내용을 제출하는 ‘출석 대체 과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수의 육성이 아닌, 글을 자체적으로 학습해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강의실에서 수업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효율적이거나 적절한 진행방식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제출해야 하는 과제의 양도 만만찮았다. 기자가 만난 학생들 중에는 한 학기 동안 적게는 50개 이상, 많게는 150개를 수행한 경우도 있다. 

지난 학기 총 110개의 과제를 제출한 김모(제주대 2학년)씨는 “A4 용지에 교수님께서 게시한 교안을 빼곡히 수기로 옮겨 적는 소위 ‘깜지’를 매주 과제로 받았다. 손만 아플 뿐 머리에 남은 관련 지식은 없다”며 “일주일에 7개씩 과제를 제출했는데 다른 학생들을 보니 이 정도는 기본이더라. 과제는 많고 그에 따른 강의수준이 너무 낮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으로 강의를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강의를 맡은 교수는 게시판에 강의 교안을 올려두고 수업 시간이 되면 카톡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강의를 진행했다. 한 학생은 해당 교수에게 “카톡이 아닌 동영상 강의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수는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카카오톡 수업을 이어갔다. 

강의를 위해 개설된 제주대 모 학과 수업 카톡방. 이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카톡 채팅을 통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강의를 위해 개설된 제주대 모 학과 수업 카톡방. 이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카톡 채팅을 통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수강생 김모(제주대 3학년)씨는 “교수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학생들이 카톡으로 수업을 들으려니 글을 입력하기 부담스러워서 소통이 더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교수님은 참여가 없다며 나무라셨다”고 말했다. 또 “영상을 제작해달라고 건의했지만 ‘강의 영상 촬영 도중 울리는 벨소리와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수업하는 두 시간 만큼은 온전히 학생들에게 써야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방식이 아닌 ‘교재 요약 제출’로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한 교수도 있었다. 수강생 김모(제주대 3학년)씨는 “자습하려고 수업을 들은 게 아니라 교수님께 해당 전공 지식을 얻으려고 수업을 신청한 것”이라며 “그러나 교수님이 전혀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셔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었다. 교재를 읽는 것은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일인데 돈을 지불하고도 자습하는 꼴”이고 지적했다.

그는 “한 친구는 수업방식 개선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며 “2학기에도 이런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이런 식이라면 휴학이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비대면 강의를 두고 “부당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은 교재 요약 과제만으로 강의를 진행한 수업에 대해 학사과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지만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강의 내내 카카오톡을 이용한 수업에 대해 제주대 학사과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인해 떨어지는 수업 이해도를 위해 카톡으로 질의응답, 피드백 등을 실시하도록(학사과에서 교수에게)요청했다”며 “카톡으로 수업했다기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교수님이 추가 방법을 이용했다고 보인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2학기에는 비대면 수업 모델 중 동영상 강의와 실시간 화상 강의 위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며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내실 있는 학사운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지도교수와 학생 간 상담 시스템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제주대에서는 1, 2학년은 ‘진로와 학업 설계 상담’, 3, 4학년은 ‘진로와 취업 창업 상담’을 의무로 진행한다. 상담을 통해 지도교수와 학생 간 커뮤니케이션으로 학생의 학습과 진로 선택을 원활하게 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로 1학기가 비대면 전환되며 상담 또한 메일이나 전화 통화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적절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교수가 상담 과정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조언을 받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모(제주대 4학년)씨는 “메일로 교수님께 상담 내용을 전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해 상담이 ‘완료 처리’가 된 줄도 몰랐다”며 “조언을 바라고 고민거리를 말씀드렸지만 아무 답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대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 상담 시스템의 문제, 시설 미사용 등 학생들이 내놓은 등록금이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등록금 일부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를 벌였지만 학교 측은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교육부와 타 국립대학교의 결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었다. 

최근 거점 국립대학교인 경상대와 전북대는 등록금 반환 결정을 내렸다. 전북대는 1학기 등록금 납부금액의 10%를 반환하기로 했고, 경상대는 1학기 등록금 10%를 2학기에 특별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강원대, 단국대, 대구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이 등록금 반환을 결정했다. 

거점국립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이 반환 결정을 내린 상황. 국립대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결정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는 제주대를 향해 조속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 1팀. 왼쪽부터 변연주(제주대 언론홍보학 3), 송민재(제주대 언론홍보학 3), 김연지(제주대 사회학 3).

연주=글을 씀으로 부조리와 불이익을 단숨에 없앨 순 없지만, 누군가 문제를 재고할 기회를 쥐어줄 수 있다. 펜을 휘두름에 창피와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민재=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고통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다짐을 실천할 때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여 작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연지=나의 소리가 세상을 보는 눈이 되고, 세상을 듣는 귀가 되고, 세상을 향해 말할 수 있는 입이 되기를. 그렇게 모인 세상들이 더 나은 우리를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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