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제주도 공공기관 ‘부적정 채용’ 2년간 103건…높아지는 취준생 분노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이 지난 6월29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널리즘에 특별한 관심을 갖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리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대학생기자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성글지만 진심이 담겼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꾸려갈 인재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날 것을 만나보십시오. [편집자 주]
한 대학생이 제주대 취업정보안내 게시판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제주의소리
한 대학생이 제주대 취업정보안내 게시판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김주원 대학생 기자. ⓒ제주의소리

제주도내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지속적으로 드러나면서 제주청년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커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소위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 등의 이슈로 요즘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함’에 민감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8년 “자녀들이 공정채용 되길 바라는 부모의 심정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공공기관 통합채용을 실시하고 인재채용팀을 꾸렸지만,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7월 8일 공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부적정한 채용이 여전히 만연했다.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신규직원 채용을 공고했고, 채용과정 중 합격자 결정방식도 별다른 절차 없이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연구원은 채용분야별 관련 자격증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자격증 개수에 따라 평가 점수를 부여하고 응시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시험위원으로 위촉했다.  

제주의료원,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도개발공사, 제주관광공사, 제주테크노파크,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제주도체육회,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신용보증재단 등도 제대로 된 절차 없이 채용 업무를 수행해 감사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심사과정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서류검토자와 면접관이 중복 참여되는 등 부적절한 방식의 채용절차를 운영한 사례 10건이 적발됐고, 비정규직 직원을 임의로 정규직 전환한 사례 2건 등을 포함해 총 34건의 지적사항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제주도 인재채용팀 관계자는 “작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통합채용을 실시했고, 이에 따른 신규직원 채용에 대해 관리했다”며 “결원에 따라 긴급한 채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각 기관 자체적으로 진행돼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통합채용과 달리 각 공공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채용은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얘기다.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발생된 부적정 채용은 청년들의 박탈감으로 이어졌다. 취업 준비 중인 A씨는 “겉으로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이름을 내걸지만 제주도 공기업은 매년 채용비리가 터지고 있다. 우리 세대에서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힘들게 취업을 준비하는데 입맛에 맞게 기준을 변경하는 경우를 볼 때면 대체 왜 그렇게 자격증에 목매고 인턴 경험을 조금이라도 더 쌓으려고 하는지 허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에 체험형 인턴으로 근무하며 취업을 위한 경력을 쌓고 있는 B씨는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는 이러한 취준생들의 노력을 무너지게 한다”며 “사소한 부분이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서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 2030위원회 강보배 위원장은  “제주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 공공기관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렇기에 34건의 감사위 지적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며 “점점 얼어붙고 있는 고용시장 속에서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 이 같은 사실에 실망해 포기해버린다면 니트족이 늘어나는 등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니트족(NEET)이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어로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주로 부모에 기생해 생활하며, 돈이 필요한 경우 1~2일간 짧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세대를 일컫는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로 인재채용팀이 꾸려지고 통합채용이 실시되면서 도내 채용비리 건수가 작년 69건에서 올해 34건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각 기관이 결원에 따라 진행하는 개별 채용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나타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강민숙 의원은 “채용비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청년들이 수용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로 거듭나야 한다”며 “도내 청년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 어른들이 선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감사위 관계자는 "신규채용 과정에서 선량한 응시자가 피해를 보거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공정성 결여로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이 상대적 상실감을 느낄 우려가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점검할 계획이며, 제주도 차원에서도 재발방지를 위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 3팀. 왼쪽부터 김미림(제주대 언론홍보학 3), 김보혜(제주대 언론홍보학 2), 김주원(제주대 국어국문학 4), 권병묵(제주대 언론홍보학 4).

미림=세상을 위해 일하는 다양한 방법 중 지켜보고 알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가 바라보고 알리는 사실들이 세상에 옳은 영향력을 끼치길 바란다.

보혜=주변의 소리에 귀기울여 더 나은 일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주원=Be useful, Be kind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쓸모 있고 친절한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병묵=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세상이 좀 더 살만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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