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인터뷰 / ‘지역의 가치’ 담은 해녀의부엌-카카오패밀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이 지난 6월29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널리즘에 특별한 관심을 갖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리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대학생기자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성글지만 진심이 담겼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꾸려갈 인재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날 것을 만나보십시오. [편집자 주]  
해녀의 부엌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면서 해녀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볼 수 있다. /사진 제공=해녀의 부엌 ⓒ제주의소리
해녀의 부엌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면서 해녀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볼 수 있다. /사진 제공=해녀의 부엌 ⓒ제주의소리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달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 140곳을 선정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소셜벤처, 문화기획 등의 분야에서 지역의 고유의 자원, 문화적 자산을 사업화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제주지역에서는 11곳이 이름을 올렸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해녀의 부엌’은 과거 해녀 탈의장과 어판장으로 쓰인 곳에 터를 잡았다. 제주 해녀와 함께 제주 문화와 더불어 특색 있는 음식을 만드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구좌읍의 또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 ‘카카오패밀리’는 제주의 매력을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와 결합한 로컬 푸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의 가치 있는 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이것이 지역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앞장서고 있다. ‘해녀의 부엌’의 박대철 팀장과 ‘카카오패밀리’의 김정아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극장식 레스토랑 ‘해녀의 부엌’ 박대철 팀장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과 인터뷰 중인 해녀의 부엌 박대철 팀장. ⓒ이건우·이선아·진영표 대학생기자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과 인터뷰 중인 해녀의 부엌 박대철 팀장. ⓒ이건우·이선아·진영표 대학생기자

Q. 맨 처음 ‘해녀의 부엌’이 어떻게 시작됐나요?

해녀의 부엌이 선보이는 콘텐츠는 해녀분의 삶을 담은 연극, 해녀가 직접 들려주는 해산물 이야기, 그 해산물로 차린 식사, 마지막으로 해녀의 삶을 담은 인터뷰까지 두 시간 이십분 가량 진행되는 공연입니다. 

현재 제주의 해녀 분들은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내수시장에서 평가절하로 2000톤 가량 생산되는 뿔소라의 80%가 일본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완도의 양식 전복이 1kg에 2만7000원인 반면, 해녀 분들이 숨 참고 바다에 들어가 캐오는 뿔소라가 1kg에 2700원입니다. 일본에 의해서 수출가가 정해져 가격이 오락가락합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제주의 가치를 이어오고 계신 해녀 분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제 값 받고 팔 수 있게끔 내수시장을 확립시켜주고 일본시장 의존도를 낮추자’, ‘제주 해산물의 진짜 가치를 알리고 브랜딩화 시켜서 해녀 이모님들과 상생하자’는 취지로 탄생했습니다.

Q. 제주의 다양한 특산물 중에서 ‘해녀와 뿔소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뿔소라는 다른 해산물에 비해 생산량이 많습니다. 해녀를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깊이와 그리고 숨을 참을 수 있는 길이에 따라 하군, 중군, 상군으로 나누는데, 상군 바다든 하군 바다든 다 뿔소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해녀든 캘 수 있다고 이야기 하실 만큼 모든 해녀 분들의 주 수입원입니다. 

Q. 제주도는 기업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지녔다고 생각하시나요?

장단점 둘 다 있습니다. 첫 번째 단점으로, 제주는 서울보다 느립니다. 섬이기에 배송도 훨씬 느리죠. 공연에 쓸 리플릿이 서울은 세 시간이면 나오지만 제주도는 2박 3일이 소요됩니다. 최근 뿔소라를 와디즈 펀딩에 올리고 유통을 시작했는데 어쩔 수 없는 절대적 물류시간이 필요합니다. 서울은 당일 혹은 새벽 배송인 구조 속, 우리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럴 것입니다. 체감으로 다가오는 것들도 서울보다는 덜할 것입니다. 세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피부로 못 느껴 살짝 늘어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제품군과 신상이 무엇이 나오는지 봐야 적용하고 따라해 볼 텐데 그것이 좀 느립니다. 

다만 제주도라서 좋은 점은 정말 많습니다. 제주도라는 세 글자 자체가 프리미엄이고 제주도에 와서 소비를 하려는 마음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진짜 프리미엄 가치를 잘만 살리면 제주에서는 쑥쑥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녀의 부엌하면서 좋은 점, 해녀 이모님들과 삼춘(삼촌)들이 부르시면 무늬오징어 안주와 소주 한잔을 하는데, 그 때 마을에서 얻는 정과 바다는 사람을 절로 밝아지게 합니다. 정이 원동력입니다.

해녀의 부엌은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입과 눈, 귀가 함께 즐거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은 고객들과 대화 중인 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 /사진 제공=해녀의 부엌 ⓒ제주의소리
해녀의 부엌은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입과 눈, 귀가 함께 즐거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은 고객들과 대화 중인 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 /사진 제공=해녀의 부엌 ⓒ제주의소리

Q. 해녀의 부엌에 근무하시면서 겪었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89세 최고령 해녀 권영희 할머니가 기억에 남습니다. (공연 스토리에 녹여내기 위해)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함께 우뭇가사리를 널며 인터뷰를 예고하고 할머니 댁으로 찾아갔습니다. “뭐하러 왔냐.” “인터뷰하게. 인터뷰.” “인터뷰가 뭐라.” 할머니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듣고 연극을 보여드렸습니다. 맨 첫 장면, 남편을 잃은 해녀가 이어도사나 노래를 두런두런 부르는 장면입니다. 할머니는 살면서 처음 연극을 보셨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시고 할머니도 연극 마무리쯤 출연까지 하셨습니다. 이제는 프로배우처럼 무대를 즐기십니다.

Q. 지역기반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으로 선정됨으로써 제주의 미래 산업을 키워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해녀의 부엌은 되레 아날로그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산소통 없이 숨을 참아 맨 손으로 해산물을 캐오는 해녀의 삶 자체가 아날로그니까요. 그것을 관객들에게 연극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제주 전통 음식이라는 콘텐츠로 기술과는 다른 사람을 담은 이야기로 전달하려 합니다.

앞으로 시도하려는 유통도 그것이 중점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로 인해서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만들고 해녀들의 삶도 개선될 수 있게끔 할 것입니다. 미래 산업이 발전할수록 진짜 사람의 이야기와 진짜 해녀들의 이야기로 집중하려 합니다.

 # 초콜릿과 만난 제주, 새로운 로컬푸드 만든 ‘카카오패밀리’

카카오패밀리 김정아 대표. ⓒ이건우·이선아·진영표 대학생기자
카카오패밀리 김정아 대표. ⓒ이건우·이선아·진영표 대학생기자

Q. 반갑습니다. ‘카카오패밀리’를 간단히 소개해주시고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셨나요?

카카오패밀리는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가져온 카카오를 이용해 제주의 기술과 콘텐츠를 결합해 상품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카카오라는 콘텐츠를 이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주의 식재료와 함께, 또 제주 사람들과 협력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바른 가치는 유행에 쫓지 않고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고 깨끗한 지역에서 그 가치가 올바르게 실현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제주에서부터 시작해 건강한 생각들이 도시로 퍼지길 바랍니다. 

Q. 제주지역은 기업을 꾸리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주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요. 수도권에 비해 기업 수도 적고, 제주까지 와서 창업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를 품고 온다고 생각해요. 이런 수고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적고, 새로운 기회가 많이 묻혀 있다고 봐요. 다만, 제주에서 기업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발생하는 수익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염려는 가지고 있어요. 소비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이득의 최종 도착지가 제주이길 바라고 있어요.

Q. 기업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비즈니스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매우 힘들죠. 사업을 구상하고, 이를 홍보하는 마케팅 수단에 대해 어려움이 많았어요. 우리나라의 좋은 제도를 잘 찾아서 활용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한번은 경제통상진흥원에서 공짜로 수업을 진행해서 참여를 했는데, 공짜로 가르쳐주고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교육과정에서 많은 준비 끝에 선정됐고, 받은 지원금으로 카카오 패밀리를 시작했어요. 사업 초반 부분은 그렇게 이겨냈지만, 제 성격이 제조업과 잘 안 맞나 봐요.

새로운 제품과 콘텐츠를 구상하는 게 몸에 맞는데, 제조를 반복하면서 똑같은 걸 파는 게 힘들었어요. 결국 직원을 고용하기로 결심했고, 2018년에 처음 고용한 이후로 작년에는 6명, 올해는 총 16명의 직원들과 가게를 꾸리고 있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배운다고 생각해서 흥미를 느끼며 일을 할 수 있었어요.

Q.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기업으로 선정됨으로써 제주 미래 산업을 키워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구좌읍 세화리에 앞서 언급한 ‘카카오빌리지’를 세워 상품판매를 넘어 새로운 청년 창업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현재 ‘카밀라의 식탁’이란 이름의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을 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우리들이 생각하는 밥상의 가치를 만들어보자’ 생각했고, 카카오를 이용한 풀코스 요리를 준비하면서 중간마다 생산지인 과테말라에 대한 얘기, 제주 메밀 이야기, 4.3 이야기 등 복합을 해서 스토리를 만들고 있어요. 이처럼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고, 단순한 새로운 제품 생산보다는 다른 콘텐츠와 융합해서 제주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카카오패밀리 오프라인 매장. 마을 거리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간판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제공=카카오패밀리 ⓒ제주의소리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카카오패밀리 오프라인 매장. 마을 거리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간판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 제공=카카오패밀리 ⓒ제주의소리

Q. 끝으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돈을 벌러 이곳에 구좌에 오기 보다는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마을을 북적이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세화에 있는 카카오패밀리는 아직 간판이 없는데, 마을에 대한 통일성을 해칠까 봐 설치를 보류하고 있어요. 마을의 통일성을 그대로 지키면서 그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예쁨을 표출해내고 싶어요.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창조보다 있는 그대로를 지키면서 재창조, 재조명을 하는 것도 제주 미래 산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현재 마을의 특색과 개성을 해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로컬과 기업의 정의를 연결과 상생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로컬과 마을 주민들을 연결해야 하고, 마을에 살고 있지 않아도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과도 연결시켜야 한다고 봐요. 이 과정이 이루어지면 상생이 가능케 돼요. 기업과 마을, 마을 방문자들이 모두 상생하고 연결되어 선순환이 흐르길 항상 염원합니다.

대학생기자단과 인터뷰 직후 함께 사진을 찍은 카카오패밀리 김정아 대표(왼쪽에서 두번째). 김 대표 왼쪽에는 이선아 대학생 기자, 오른쪽에는 왼쪽부터 이건우·진영표 대학생 기자. ⓒ이건우·이선아·진영표 대학생기자
대학생기자단과 인터뷰 직후 함께 사진을 찍은 카카오패밀리 김정아 대표(왼쪽에서 두번째). 김 대표 왼쪽에는 이선아 대학생 기자, 오른쪽에는 왼쪽부터 이건우·진영표 대학생 기자. ⓒ이건우·이선아·진영표 대학생기자

#이제는 '가치‘ 구매하는 시대

해녀들이 잡은 뿔소라가 일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탄생한 ‘해녀의 부엌’. 새로운 국내시장을 창출해 해녀들이 제 값 받고 팔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그들의 목표다.

기업에게 중요한 지향은 ‘연결과 상생’이라는 생각으로 ’기업은 지역과 마을 주민들을 연결해야 하고,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연결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카카오패밀리’.

이들은 지역의 가치를 조명하고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통한 상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상품 그 자체를 넘어 그 안에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 이들의 시도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항해를 시작한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만들어낼 건강한 변화를 기대해본다.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 4팀. 왼쪽부터 이건우(제주대 정치외교학 4), 이선아(제주대 사회학 3), 진영표(제주대 언론홍보학 4).

건우=공동체주의자. 진리에 대해 늘 숙고하고 모르는 것에 겸손하여 늘 배우고 공부하는 삶.

선아=정직이 통하는 사회, 그러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를 소망한다. 나의 정의가 옳은 흐름이기를.

영표=제가 쓴 글 한 줄이 누군가에겐 선한 영향을 끼치길 항상 염원합니다. 제주의 소리를 담아 외칠 줄 아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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