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의료제한-개설허가 취소 정당성 쟁점...제주도 승소 자신 ‘패소시 손배소송 불가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헬스케어타운 사업 추진으로 촉발된 국내 첫 영리병원 관련 소송이 끝을 향하고 있다. 제주도는 승소를 자신하지만 패소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와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변론을 21일 마무리했다.

제주도 변호인단은 지난 기일 녹지그룹측 변호인의 프레젠테이션(PPT)에 맞서 동일한 47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해 행정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소송의 쟁점은 2018년 12월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가 법률에 근거한 적법한 행정행위인지 여부다.

녹지측은 제주특별법상 의료기관 개설 특례에 따라 도지사가 의료법에 근거한 개설권한이 있지만 내국인 진료를 불허하는 부관은 법률에 위배되고 재량권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반면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지사에게 개설허가의 재량권이 존재한다고 맞섰다.

제주특별법 제307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에 따라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고 종류와 요건은 도조례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도지사가 2019년 4월17일 처분한 외국인 한정 진료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다. 개설허가를 자체를 취소한 처분의 정당성이 있는지가 핵심 판단 사안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9조(의료기관 개설허가의 취소)에 따라 도지사는 의료기관이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녹지측은 2017년 8월28일 병원 개설허가 신청후 제주도가 15개월 동안 실질적인 심사도 없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해 정상적인 병원 개설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귀책사유가 제주도에 있는 만큼 ‘뚜렷한 이유 없이 병원 개설을 하지 않아 개설허가를 취소했다’는 제주도의 처분 근거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녹지측이 3개월 동안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만큼 개설허가 취소 사유가 명백하고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에는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는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녹지측은 내국인 진료제한이라는 조건부 허가의 위법성을 다투면서 정작 쟁송없이 병원 문을 열지 않는 실력 행사를 한 것은 법치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도는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진 만큼 녹지측이 내국인 제한 조건의 개설허가 취소를 구할 실익이 없다며 선행 청구에 대한 각하를 재판부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는 ‘외국인 진료제한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 개설허가 취소는 ‘개설 지연의 정당한 사유’ 존재를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선고일은 10월20일 오후 1시50분으로 정했다. 다만 후행 처분과 별도로 선행 처분인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 건은 속행할 수도 있다며 분리 선고 가능성도 열어뒀다.

녹지국제병원은 JDC가 2009년 서귀포시 토평동과 동홍동 일원 153만9013㎡에 병원과 휴양콘도, 리조트를 건설하는 헬스케어타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12월 중국 부동산업체인 녹지그룹이 JDC와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졌지만 부지는 대부분 숙박시설로 채워졌다.

녹지그룹은 2015년 3월에야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그해 12월 보건복지부가 건립사업 계획을 승인하자 2017년 8월 녹지병원 직원 134명을 채용했다.

영리병원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도는 숙의형민주주의의 공론화조사 방침을 정하고 2018년 3월 녹지측에 개설허가 무기한 연기를 통보했다. 공론화조사위의 결정은 ‘개설 불허’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지만 실제 개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019년 4월17일 외국인 한정 진료 조건부 개설허가는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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