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기독교 성직자.평신자 단식 돌입…해군기지철회·주민투표 요구
‘교회와사회위원회’도 시국선언…전국 교인들에 참여 호소

▲ 제주기독교 성직자와 평신도 등 10여명은 25일부터 제주시 노형동 늘푸른교회에서 해군기지철회와 주민투표실시를 요구하는 단식기도회를 시작했다.

천주교사제단에 이어 그리스도인들의 단식기도까지 이어지면서 제주해군기지 철회운동이 지역민과 시민사회진영에서 종교계까지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제주해군기지철회와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이하 그리스도인 모임)은 25일 오후2시 제주시 노형동 늘푸른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제주를 전쟁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해군기지 유치결정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천명했다.

천주교사제단 단식, 기독교계로 이어져···평화 그리스도인 모임, 교회와사회위원회 등

▲ 이날 금식기도회에서 이정훈 목사(늘푸른교회)가 그리스도인들의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 산하 ‘교회와 사회위원회’(노회장 김창옥 목사, 위원장 박성하 목사, 이하 교회와 사회위원회)도 그리스도인 모임에 이어 ‘제주군사기지철회촉구와 제주도정을 규탄하며’제하의 시국선언문을 이날 발표했다.

우선 그리스도인 모임은 이날 ‘무리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라’는 제하의 성명발표를 통해 “멀게는 몽고군의 침입에 따른 고통이, 가깝게는 4.3항쟁에서 경험한 아픔이 보여주듯이 역사 속에서 제주는 외세의 침략과 그에 따른 상처를 간직한 섬”이라며 “이런 아픈 역사속에서도 제주민은 강인한 생명력과 결속력으로 아픈 역사를 극복하며 척박한 환경위에 아름다운 공동체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 모임은 “이에 정부는 4.3의 피해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지난 2005년에는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했는데 이는 그간 제주도와 제주도민에게 상처를 안겨줬던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청산하고 화해와 상생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인 모임은 “그러나 최근 안타깝게도 해군과 제주도 당국은 일사천리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국방부와 제주도 당국의 주장과 업무방식은 여러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 군사기지건설은 미군기지로 사용될수밖에 없어"···군사적 대결장소 변질우려 커

그리스도인 모임은 “우선 제주도 해군기지는 세계평화의 섬과 절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관계로 볼 때 제주에 군사기지가 들어선다면 이 기지는 미군의 기지로 사용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향후 일본, 중국과 군사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대결의 장소로 변질될 수 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리스도인 모임은 “지역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제주도지사의 일방적 주도하에 단순한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것은 주민자치의 원리에 크게 위배되는 행동”이라며 주민투표 실시를 강력히 촉구했다.

그리스도인 모임은 “해군기지는 수백년 지켜온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지역생태계를 복원할 수 없을 만큼 훼손시킬 것이 분명하다”며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 고유의 전통문화가 군사문화로 인해 생채기가 생겨남은 물론 지역주민의 강한 유대감 마저 사라져 지역공동체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에 그리스도인 모임은 “우리들은 ‘평화를 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제주를 ‘서로 증오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곳으로’, ‘전쟁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제주해군기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강력히 천명했다.

▲ 금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진행된 기도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정부와 제주도 당국에 해군기지철회와 평화의 섬 제주실천을 촉구했다.

이어 한국기독교장로회 제주노회 산하 '교회와 사회위원회'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부끄러운 심정으로 제주평화의 섬을 조금이라도 견인하기를 염원하면서 우리의 뜻을 밝힌다”면서 “힘과 무력을 확장하는 것은 평화의 길이 아니다”라고 해군기지 건설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교회와 사회위원회'도 시국선언문 발표 "전 그리스도인 제주군사기지철회 관심 촉구"

교회와 사회위원회는 “제주는 무한한 가능성의 땅이다. 세계평화의 교차로가 될 것인가, 아니면 갈등과 대결의 제2 양극체제의 대결점이 될 것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회와 사회위원회는 또 “평화의 섬으로의 첫 걸음은 군사기지 건설이 아니라, 알뜨르 비행장의 반환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김태환 지사는 해군기지 유치과정의 온갖 의혹을 해소하고 전 도민의 의견수렴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해 주민투표 실시를 강조했다.

끝으로 교회와 사회위원회는 “전 도민은 미래 후손의 아버지 어머니로서 부끄럽지 않게 책임을 다하자”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결코 제주도와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전 국민과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했다.

구세군 제주교회 제현우 사관도 이날 기도를 통해 “4.3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이땅에 또다시 군사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제 사관은 “개인의 영달을 위하고 평화를 해치려 하는 해군기지가 제주에 건설되려 한다”면서 “군사문화가 아닌 군자문화와 평화문화가 제주에 뿌리내리도록 예수깨서 도와 주소서”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독교 성직자와 평신자 들 10여명은 늘푸른교회에서 오는 30일까지 한시적인 ‘제주해군기지 철회를 촉구하는 그리스도인 금식기도회’에 들어갔다.

한편,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해군기지 유치반대 운동이 종단을 초월한 각 종교계의 참여로 확대되면서 기지건설 반대운동이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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