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월읍 가보니 마을 한산, 식당 손님 발걸음도 뚝↓...“이러다 여름장사 끝나면 어쩌나”

서울 광진구 20번째 확진자로 시작된 제주시 서부지역 코로나19 여파가 한림읍을 거쳐 애월읍까지 번지면서 본격적인 n차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 첫 3차 감염자로 기록된 26번째 확진자 A씨가 거주하는 애월읍. 확진 소식에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면서 마을내 식당에서는 “여름장사가 끝났다”는 하소연까지 들려왔다.

[제주의소리]가 22일 오전 애월읍 곳곳을 둘러봤다. 확진자 A씨가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부터 58분까지 방문한 애월농협 봉성지점 365코너에는 최근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안내문과 함께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현재 365코너는 소독을 거친 뒤 정상운영되고 있다. 

지난 20일 제주 26번 확진자가 다녀간 애월농협 봉성지점 365코너. 방역 후 현재는 정상운영 중이다. ⓒ제주의소리
지난 20일 제주 26번 확진자가 다녀간 애월농협 봉성지점 365코너. 방역 후 현재는 정상운영 중이다. ⓒ제주의소리

맞은 편 슈퍼는 ‘코로나 방역으로 임시휴업한다’는 문구와 함께 굳게 문이 닫혀 있었고, 바로 옆 하나로마트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현장에서 만난 농협 관계자는 “확진자 방문지는 하나로마트가 아니라 365코너인데 잘못 알려지면서 마트에 발길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마을에서 만난 봉성리 주민 진모(80)씨는 “애월읍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며 “(리사무소) 마을방송을 통해 마스크 착용을 꼭 해달라는 얘기를 듣고 밭에 갈 때도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확진자 방문지와 인접한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더 컸다. 애월농협 봉성지점과 어도초등학교는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제주 26번 확진자가 다녀간 애월농협 봉성지점 맞은 편에 위치한 슈퍼가 '방역으로 인해 휴업한다'는 안내문구와 함께 문을 닫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26번 확진자가 다녀간 애월농협 봉성지점 맞은 편에 위치한 슈퍼가 '방역으로 인해 휴업한다'는 안내문구와 함께 문을 닫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26번 확진자가 방문한 애월농협 봉성지점 365코너(왼쪽 붉은 원)와 어도초등학교(오른쪽 노란 원)는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26번 확진자가 방문한 애월농협 봉성지점 365코너(왼쪽 붉은 원)와 어도초등학교(오른쪽 노란 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날 오전 손자를 등교시키고 귀가하던 김모(67)씨는 “청정지역인줄로 알았는데 확진자 방문 소식을 듣고 불안하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들을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도초 학부모 B씨는 “확진자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완전한 동선이 나오지 않았는데, 학생이나 학부모 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겠냐”며 “학부모들의 불안에도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일단 등교를 하라는 입장이라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확진자가 방문한 식당인 애월읍 어음리 제주축협 축산물직매장 앞 일대도 싸늘한 분위기다. 확진자는 20일 낮 12시 14분부터 30여분간 이 곳에 위치한 어사촌도야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식당 직원 진모(50)씨는 “보건소에서 하얀 방역복을 입고 와서 곳곳을 방역하는 모습을 보고 이 곳 식당들로 향하던 차량들이 되돌아갔다”며 “어제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 이러다 여름장사가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라고 우려했다.

전국에서도 인구대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적고, 무엇보다 2차 감염도 드물었던 제주도가 이번 2차 3차 감염자 확산으로 한림읍과 애월읍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지역감염 확산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제주 26번 확진자가 방문한 애월읍 어음리 식당이 임시휴업 안내문과 함께 문을 닫고 있다. 이 일대 다른 식당에도 발걸음이 끊겼다. ⓒ제주의소리
제주 26번 확진자가 방문한 애월읍 어음리 식당이 임시휴업 안내문과 함께 문을 닫고 있다. 이 일대 다른 식당에도 발걸음이 끊겼다. ⓒ제주의소리
제주 26번 확진자가 방문한 애월읍 어음리 식당 일대 주차장이 대부분 텅 비어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26번 확진자가 방문한 애월읍 어음리 식당 일대 주차장이 대부분 텅 비어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6번 확진자는 애월읍에 거주하는 50대로 광진구 20번째 확진자의 여동생 21번 확진자와 정다운사랑방 직원인 24번 확진자와 지난 15일 한림읍 호박유흥주점을 방문한 인물이다.

제주도는 21, 24번 확진자가 호박유흥주점을 다녀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의 카드사용 내역을 추적하던 중 A씨가 술값을 계산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A씨는 QR코드로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지 않아 출입사실이 파악되지 않다가, 술값을 카드로 결제한 것이 확인돼 그 존재가 드러났다.

제주도는 조사과정에서 “A씨의 진술이 흔들린다”며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 방역당국은 친척집과 자택을 포함한 방문지에 대한 방역소독을 완료하고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A씨 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추가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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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6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이미지=최윤정 기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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