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제주평등보육노조, 22일 회견서 부실·불량급식 실태 폭로 ‘파장 클 듯’

“학부모들에게 나가는 식단표와 다릅니다. 오전에도 죽, 오후에는 먹다 남은 죽을 아이들에게 다시 먹입니다”

2005년 1월 [제주의소리] 보도로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킨 부실 도시락 파문이 제주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미취학 아동들이 생활하는 도내 어린이집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22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내 어린이집 부실·불량급식에 대한 실태를 폭로했다.

제주도내 일부 어린이집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보육교사가 폭로한  모 어린이집은 급식 모습. 해당 복유교사에 따르면 반찬없이 죽이 제공되는 날이 허다했다. [사진제공-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제주도내 일부 어린이집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보육교사가 폭로한 모 어린이집의 아동 급식 모습. 해당 보육교사에 따르면 반찬없이 죽이 제공되는 날이 허다했다. [사진제공-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이날 현장에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보육교사들이 참석해 참혹할 정도로 부실한 급식 현장 사진을 직접 공개하고 제주도 차원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모 보육교사에 따르면 도내 한 어린이집은 생후 24~27개월 아이들을 상대로 3구 배식판을 통해 식사와 간식을 제공해야 하지만 밥그릇에 국밥만 아이들에게 줬다.

A씨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이 있는 날, 단 하루 3구 급식판에 밥과 국, 반찬이 따로 나와 보육교사들과 어린이들이 당황해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내 일부 어린이집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보육교사가 폭로한 모 어린이집의 아동 급식 모습. 3구 급식판에 두부 조각이 하나뿐이다. [사진제공-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제주도내 일부 어린이집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보육교사가 폭로한 모 어린이집의 아동 급식 모습. 3구 급식판에 두부 조각이 하나뿐이다. [사진제공-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국산 식재료만 사용한다고 알려진 모 어린이집에서는 버젓이 외국산으로 가공된 식재료로 주요 조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부의 원재료가 미국과 중국, 캐나다 등 외국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또 다른 보육교사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경우 급식의 대다수는 죽이었다.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어린이집 식단표는 실상과 너무도 달랐다.

B씨는 “오전에도 죽, 오후에도 죽이다. 학기 초에는 식사때마다 죽을 새로 만들었지만 이후에는 조리 2시간후 폐기 원칙도 무시하고 오전 죽을 데워서 다시 오후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맡은 반 아이들만 더 좋은 것을 먹이는 차별까지 존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 어린이집에서는 원생들에게 죽을 제공하면서 원장이 담당하는 반 아이들에게만 바나나와 고구마, 떡 등이 추가 간식으로 제공됐다.

B씨는 “보육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조리사도 원장의 가족이어서 반영되지 않았다”며 “어디에 얘기도 못하던 상황에서 참다못해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에 제보했다”고 강조했다.

국산 식재료만 사용한다고 알려진 모 어린이집에서는 버젓이 외국산으로 주요 조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산 식재료만 사용한다고 알려진 모 어린이집에서는 버젓이 외국산 식재료로 주요 조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돼지고기 포장재에 스페인산 대패목살 냉동 제품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모 보육교사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의 냉장고를 확인한 결과 두부에 쓰인 콩의 원산지는 외국산이었다. 육고기 역시 국산이 아닌 스페인산이 사용되고 있었다.

C씨는 “당직을 서면서 냉장고를 열어 봤는데 외국산 식재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당국에서 현장 점검을 진행했지만 정작 식재료의 원산지 확인은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상민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행정당국의 보여주기식 점검을 믿을 수 없다며 도내 모든 어린이집을 상대로 한 전수 조사를 제주도에 촉구했다.

더 나아가 도내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실태를 뿌리 뽑기 위해 부실·불량급식과 위생불량에 대한 문제 신고센터 운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당장 오늘부터 신고 접수를 받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고 이후 제주에서도 어린이집을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부랴부랴 식재료를 숨기는 원장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전수조사에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보육현장의 주체인 보육교사 노동자들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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