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도시재생을 묻다] ① “정체성 파괴 대규모 재개발 안돼...살고 싶은 거주지 방점”

도시재생의 목표는 분명하다. ‘구경하고 싶은 관광지’가 아니라 ‘살고 싶은 거주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제주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현황.
도시재생의 목표는 분명하다. ‘구경하고 싶은 관광지’가 아니라 ‘살고 싶은 거주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제주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현황.

새살이 돋아나듯 낙후된 제주 곳곳이 재생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구 유출이 심했던 지역에 들어온 문화 예술 콘텐츠는 주민들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바는 ‘구경하고 싶은 관광지’가 아니라 ‘살고 싶은 거주지’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다. 

제주형 도시재생의 방향도 그렇다. 경제·사회·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해 공공의 역할과 자원을 강화하고,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자는 논의에서 시작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지역공동체 회복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사전적 의미의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경제, 사회, 물리적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도시 개발 사업’이다. 

과거 도시재생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 건설사업에 집중됐다. 헌집을 부숴 새로운 집을 지으면 된다는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의 생각에서다. 

하지만, 예산을 쏟아 부어 각종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효과는 확실하다. 화려한 새 건물이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오랜 기간 살아온 정든 마을에서 쫓겨나는 지역주민이 대거 생겼다. 그로인해 마을 특유의 문화나 정체성은 옅어져 갈 수 밖에 없었다. 

1990년대 장기불황 이후 위기에 몰렸던 일본의 수많은 지역들이 대표적인 사례며, 일본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대신해 마을만의 특색을 살린 도시재생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결과로 특유의 농어촌·마을 체험관광 등에서 세계적으로도 괄목할만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오늘날 도시 관리가 ‘개발’보다는 ‘재생’에 맞춰진 이유이고,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제주의 여러 마을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유혹(?)을 이겨낸 6개 마을에서 현재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6개 마을은 ▲제주시 모란지구(원도심-일도1동, 이도1동, 삼도2동, 건입동) ▲제주시 남성마을(삼도2동 259-4번지 일대) ▲제주시 신산머루(일도2동) ▲제주시 건입동(건입동 1077-68번지 일대) ▲서귀포시 대정읍(상모리·하모리 일대) ▲서귀포시 월평동이다. 

원도심은 중심시가지 근린재생형으로 사업이 추진되며, 남성마을과 월평마을은 주거재생형(주거지 원형)이다. 또 신산머루는 주거재생형(우리동네 살리기), 건입동은 일반근린형이다. 

제주시 원도심 지역인 삼도2동 일대.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관덕정을 비롯한 목관아지가 있는 제주시 삼도2동 일대.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들 6개 마을은 각 특성에 맞춰 도시재생의 구체적 목표도 다르다.  

△제주시 원도심-오래된 미래 모관, 옛 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 △남성마을-다시 돌앙 살고 싶은 남성마을 이야기 △신산머루-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 등이다. 

또 △건입동- 김만덕의 얼이 살아숨쉬는 행복한 마을 △대정읍-신영물 스토리와 다시 사는 모슬포 △월평동-혼디 손심엉! 지꺼진 월평마을 만들기 등이다.

올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서는 서귀포 중앙동이 우선 선정됐다. 국토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2020년 광역공모 신규 사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며, 예정대로 중앙동이 최종 선정되면 제주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마을은 총 7곳으로 늘어난다.

제주형 도시재생의 방향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해 공공의 역할과 자원을 강화,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자는 논의에서 시작된다.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경쟁력과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등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도시재생은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각 마을마다 들어선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성패는 ‘주민참여’에 달렸다. 크게는 지역과 도시, 작게는 마을 단위의 미래는 결국 하드웨어 인프라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이 핵심인 셈이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 마을의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민 의견에 최대한 귀 기울여 주민의,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도시재생만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이 이뤄지는 각 마을마다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다. 각 도시재생지원센터마다 커피와 비타민 음료 등이 비치된 이유도 형식적인 공간을 넘어 ‘사랑방’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제주에서 도시재생이 진행되는 각 마을 곳곳에는 일부러 찾아오는 탐방객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의 숨은 명소,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 사람들이 일부러 찾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제주시 일도1동 고씨주택, 음식커뮤니티공간 케왓, 창작팩토리 디자인공장,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 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활력을 되찾는 것에서 만족할 일은 아니다. 떠났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을 만큼,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야 하는 점이다. 적정한 인구 유입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개발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주민들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부성현 제주도 도시재생센터장은 도시의 정체성, 역사성 등 보존을 위해서는 대규모 재개발은 옳지 않다고 조언했다. 

부 센터장은 “보존 가치가 없는 건물을 허무는 적정 수준의 건축은 필요하지만, 모든 건물을 허무는 대규모 재건축 등은 도시와 각 마을이 갖고 있는 정체성, 역사성 등 이야기를 없애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여행할 때 각 도시의 옛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한다. 마을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며, 정체성과 역사성을 갖는 마을에 사람이 몰린다.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도록 도시가 재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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